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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쿠팡 나비효과' 이베이코리아 인수전 판 커졌다…승자는 누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백승룡 기자
2021-03-16 22:23:28

롯데·이마트·SKT·MBK,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 참여…카카오 불참

본입찰 가야 뚜렷한 후보자 나올 듯

[사진=이베이코리아 제공]

 연간 거래액 20조원에 달하는 이베이코리아를 품기 위한 인수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1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모건스탠리와 골드만삭스 등이 주관한 이베이코리아 매각 예비입찰에 롯데, 이마트, SK텔레콤, MBK파트너스 등이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력한 인수 후보로 꼽혔던 카카오는 불참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인수전에서 이베이코리아를 품는 곳은 네이버와 쿠팡이 장악한 국내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시장에 균열을 내고 3강 구도를 형성할 수 있을 전망이다. 

◇ 이커머스 반전 노리는 롯데

롯데그룹은 이번 예비입찰에 롯데지주·유통BU·롯데쇼핑 등이 총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 내에서 이커머스 사업을 맡고 있는 곳은 롯데온을 운영 중인 롯데쇼핑이지만, 이베이코리아 몸값이 5조원 수준으로 추산되는 등 굵직한 사안이다보니 상위 의사결정 조직까지 함께 참여한 것으로 보인다. 그만큼 롯데그룹이 적극적으로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롯데그룹이 야심차게 선보였던 쇼핑 플랫폼 '롯데온'은 기대 이하의 성적표를 받은 상태다. 롯데온의 통합 온라인 거래액은 지난해 7.0% 성장에 그쳐 국내 온라인쇼핑 전체 거래액 증가율(19.1%)에 크게 못미쳤다. 출시 첫날부터 서버 접속이 불안정해 소비자들의 비판을 받기도 했다. 이같은 사업부진에 대한 책임을 지고 조영제 롯데쇼핑 이커머스 사업부장(대표)은 지난달 사임하기도 했다.

롯데는 이베이코리아 인수 시 오프라인에 비해 상대적으로 뒤처진 온라인 유통에서 반전을 꾀할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

◇ 전방위로 이커머스 키우는 신세계

신세계그룹은 이날 네이버와 지분 맞교환을 통한 사업협력을 발표한 데 이어 이베이코리아 예비입찰까지 참여했다. 이커머스 강화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는 모양새다. SSG닷컴은 37%에 달하는 성장률을 나타내고 있지만, 거래액 자체는 지난해 기준 3조9000억원에 그쳤다. SSG닷컴 유입 규모가 적다보니 이마트는 11번가 등에 입점해 신선식품 등 장보기 서비스 판로를 넓히고 있는 상태다.

특히 네이버와의 사업협력은 지분교환 방식으로 실질적인 비용 부담이 없어 이베이코리아 입찰에도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평이다.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거래액 규모를 크게 늘리고 네이버와의 협력으로 AI 등 기술력까지 더해지면 막강한 온·오프라인 경쟁력을 갖출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 막판 다크호스로 등장한 SK텔레콤

박정호 최고경영자(CEO)를 비롯한 경영진은 예비입찰 마감 막판까지 고심한 끝에 결국 입찰을 결정했다. 자회사 11번가의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SK텔레콤의 ICT 경쟁력과 연계해 강력한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판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베이코리아 인수 여부에 줄곧 함구했던 SK텔레콤은 16일 "이베이코리아 매각 주관사 측에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전달했다"며 공식 입장을 밝혔다. SK텔레콤 측은 "이커머스 영역에서 고객에게 더 나은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측면에서 인수 여부를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SK텔레콤의 자회사인 11번가는 2016년까지만 해도 이커머스 시장 2위(10%)였지만 지난해 네이버·쿠팡 등에 밀려 4위(6%)로 뒤쳐졌다. 이베이코리아는 11번가와 같은 오픈마켓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 양사 간 통합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다. 박CEO은 11번가를 '글로벌 플랫폼'으로 성장시키고 한국판 아마존으로 도약시키겠다는 포부를 밝혀왔다. 

특히 SK텔레콤은 중단기적으로 자회사 11번가의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기업가치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아마존과의 사업협력을 모색하는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비용 보다 인수 후 11번가의 기업가치 제고 폭이 크다면 SK텔레콤 입장에서는 인수를 마다할 이유가 없다.

여기에 이베이코리아까지 인수할 경우 국내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에서 상대적으로 뒤처졌던 11번가는 단숨에 빅 3로 올라서게 된다. 이베이코리아가 CJ대한통운과 운영 중인 스마일배송 등을 통해 오픈마켓 약점으로 꼽혀온 11번가의 배송 역량도 한층 강화할 수 있다.

◇ 인수전 불참한 카카오, '관계형 커머스' 추구·가격도 맞지 않아

카카오 측은 이베이코리아 투자설명서(IM)를 수령해 인수를 검토했지만 16일 예비입찰 참여 의사를 전달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서는 여러 해석이 나온다.

우선 인수 효과가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카카오는 지난 2019년 SK텔레콤과 지분교환에 나서면서 11번가를 카카오톡 메뉴에 추가한 사례가 있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번 이베이코리아도 선물하기, 쇼핑하기, 메이커스 등 기존 카카오 내 커머스 서비스와는 결이 다르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것이다.

오픈마켓보다도 카카오에게 필요한 것은 물류망이라는 판단도 작용했을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이 전국 풀필먼트 센터를 통해 물류 경쟁력에서 앞서가고 네이버가 CJ·이마트와 협업을 통해 물류를 보완하는 것과 달리 카카오는 이렇다 할 물류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은 상태다.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4~5조원에 달하는 비용을 투입하는 것보다는 물류에 투자하는 것이 효과적이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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