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현재 답보 상태다.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은 호텔롯데를 상장해 일본 롯데 지배력을 낮추고 롯데지주와 합병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그러나 호텔롯데 상장은 코로나19 사태로 그 시기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룹 신용도를 좌지우지하는 주체(롯데케미칼, 롯데쇼핑, 호텔롯데) 중 하나인 만큼 코로나19로 어려워진 호텔롯데 상황은 그룹을 위협하는 요소가 되고 있다. 호텔롯데가 당장 현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수단도 없다. 코로나19 사태가 잠잠해지길 바랄 뿐이다.
호텔롯데는 자회사인 롯데렌탈이 상장하면 자금 측면 숨통이 트일 수 있다. 다만 ‘세일즈포인트’로 꼽히는 중고차, 카셰어링 부문이 아직 매력이 높지 않은 점, 카카오페이지 등 대어(大漁)가 줄줄이 상장을 대기하고 있다는 점은 부담이다.
또 다른 핵심 계열사 롯데쇼핑은 ‘롯데온’을 통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반전을 노렸지만 사실상 실패했다. 그룹 신용도까지 흔들리면서 롯데그룹 계열사들은 공모 회사채 대신 기업어음(CP) 발행을 통해 위험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롯데지주는 계열사들의 실적 부진으로 기업가치 제고와는 멀어진 상태다. 설령 호텔롯데가 상장에 성공해도 이후 합병 과정에서 잡음이 발생할 수 있다.
시장에서느 롯데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참여를 두고 지배구조 개편을 위한 우선순위가 다소 변경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당분간 기약 없는 호텔롯데 상장보다는 이커머스 경쟁력을 강화해 롯데지주 가치를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롯데그룹이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성공하면 그룹 내 물류를 담당하는 롯데글로벌로지스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으로 관측된다. 롯데글로벌로지스는 롯데지주가 지분 46.04%를 보유하고 있어 기업공개(IPO)에도 힘을 실을 전망이다. 호텔롯데 또한 롯데글로벌로지스 지분 10.87%를 보유하고 있어 자금 확보 혹은 기업가치 제고에 일조할 것으로 보인다.
롯데온 출범 이후 롯데글로벌로지스의 그룹 내 전략적 중요성은 높아졌다. 쿠팡 상장을 통해 물류 인프라가 기업가치를 끌어올리는 핵심요인이라는 것은 증명됐다. 롯데그룹의 이베이코리아 인수 참여는 이커머스 시장지배력 확대와 동시에 물류 인프라를 통한 기업가치 제고라는 큰 그림을 그리는 전략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답보 상태인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편을 풀어줄 열쇠인 것이다.
IB 관계자는 “신동빈 회장도 롯데글로벌로지스에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롯데지주 출범 당시에도 상당히 신경을 썼던 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그만큼 그룹 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지만 계열사들의 전반 부진으로 롯데글로벌로지스에 대한 시장 관심마저 줄어든 상황”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