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만도의 지역별 매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곳은 한국이다. 대부분 현대차그룹 물량이다. 중국은 20%대 중반을 기록하고 있지만 이 또한 중국으로 수출하는 현대·기아차 영향이 크다. 사실상 범현대가 지위를 톡톡히 누린 셈이다.
사실상 범현대가 지위를 톡톡히 누렸지만 만도의 가장 큰 약점으로 꼽히기도 한다. 매출처가 협소하다보니 수익 안정성은 낮을 수밖에 없다. 최근 수년간 자동차 시장이 급변화하면서 만도에 대한 회의적인 시선도 많아졌다.
특히 한온시스템이 승승장구하는 모습에 만도의 부진은 더욱 두드러졌다. 한온시스템은 만도와 포드가 합작해 1986년 설립된 기업이다. 아시아외환위기로 비스테온에 매각된 후 한라그룹은 만도는 되찾았지만 한온시스템은 품에 안지 못했다.
한온시스템은 자동차 공조시스템 1위 기업으로 고객사 다변화로 안정적 매출과 수익성을 자랑한다. 수많은 경제, 산업 위기 속에서도 늘 탑 티어 수준을 유지했다. 반면 만도는 만약 범현대가가 아니었다면 성장이 가능했을지에 물음표가 따라다닌다.
만도와 한온시스템은 ‘같은 출신’이지만 시장 평가는 분명 다르다. 투자자들도 만도의 상대적 저평가를 암묵적으로 인정하고 있다. 그 배경에도 협소한 매출처가 있다.
역으로 말하면 만도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가장 먼저 개선해야 하는 부분이 고객사 확대다. 이러한 측면에서 폭스바겐그룹으로부터 대규모 부품 수주는 큰 의미를 지닌다. 매출처 확대는 물론 본격 경쟁국면에 진입한 전기차 시장에서 안정적 매출을 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장기적으로 비현대차그룹 매출을 50% 이상 끌어올린다면 기업가치 또한 큰 폭의 상승이 예상된다.
이는 주식자본시장(ECM) 혹은 채권자본시장(DCM)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데 유리해진다. 실제로 신용평가사들과 기관투자자들이 주목하고 있는 대목이다.
한 자산운용사 운용역은 “만도의 장점이자 단점이 현대차그룹 물량이 많다는 점”이라며 “현대차그룹 이상으로 기업가치를 부여받을 수 없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한온시스템과의 가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매출처 다변화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