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호석유화학 주주총회는 박찬구 회장의 완승으로 끝났지만, 경영권 분쟁은 아직 끝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박철완 상무가 임시주총 소집도 불사하겠다며 분쟁을 지속할 의지를 밝히면서다.
박철완 금호석유화학 상무는 26일 입장문을 발표하고, 주주제안 안건이 부결된 것에 대해 “끝이 아닌 시작에 불과하다”며 경영권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이날 주총에는 대리인 위임을 포함해 의결권이 있는 주식 총수의 80.2%(2056명)가 출석했다.
박 상무는 국민연금이 찬성했던 본인의 사내이사 선임 건과 배당 확대·사외이사 추천 등 모든 안건의 표 대결에서 사측에 패했다.
특히 박 상무의 사내이사 선임안은 찬성률 52.7%를 얻었지만, 사측이 내세운 백종훈 영업본부장 선임 안건이 64%의 찬성을 받아 부결됐다.
배당 확대 안건의 경우 사측이 제시한 배당안(보통주 주당 4200원)이 찬성률 64.4%를 얻어, 35.6%의 찬성률을 보인 박 상무의 배당안(보통주 1만1000원)을 제치고 통과했다.
박철완 상무는 “비록 아쉽게 이사회 진입이 좌절됐지만, 진정성을 갖고 제안한 저의 계획들을 지지한 모든 주주분께 깊이 감사드린다”며 “주총 결과와는 상관없이 비친화적 주주환원 정책을 바로잡기 위해 최대주주로서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박 상무는 △금호리조트 인수 추진 △취약한 이사회 지배구조 △과다한 자사주 장기 보유 △동종업계 대비 과소 배당 등을 금호석유화학의 당면 문제로 꼽았다.
박 상무는 이어 “미래 금호석유화학을 위한 제안을 계속 고민하겠다”며 “필요하다면 임시 주총을 소집해 주주들의 목소리가 경영 의사결정 과정에 대변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결의를 다졌다.
업계에서는 박찬구 회장이 이번에는 경영권은 지켜냈지만, 앞으로의 경영 활동에 대한 부담은 더욱 커졌다고 보고 있다.
박 상무가 물러서지 않는 태도를 보이는 데다, 박 상무의 모친(0.08%)과 장인인 허경수 코스모그룹 회장(0.04%)도 최근 금호석유화학 지분을 사들이며 지원사격에 나섰기 때문이다.
박 상무는 지난 입장문에서 “내년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감사위원회에도 이사와 경영진의 직무집행 행위를 제대로 감시할 수 있는 위원의 선임을 추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박찬구 회장은 이날 주총에서 박 상무를 의식한 듯 "2025년 매출액 9조원 달성이라는 중장기 성장전략 추진을 가속화하겠다"며 "ESG 경영 환경 속에서 차별적 가치 창출 전략을 수립해 지속가능한 경영 체계를 구축하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