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에쓰오일의 최근 행보 중 가장 눈의 띄는 것은 '에너지 전환 트렌드' 대비 움직임이다. 지난해 '비전 2030'를 통해 수소, 연료전지,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 진출 의지를 밝혔고, 이 부분이 점차 구체화 되고 있다.
정유업계에서는 에쓰오일이 모기업 아람코와 협력해 그린수소, 그린암모니아 사업에 뛰어 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수소의 생산, 유통 전반을 아우르는 생태계 조성 사업에 뛰어들 가능성이 높다.
현재 에쓰오일 내부에서는 서울 복합 수소충전소 설치를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용차 충전 인프라 구축 특수목적법인 '코하이젠'에도 참여하고 있는 만큼 수소경제 인프라 조성에 본격적으로 참여하는 길이 열려있다.
이달 7일에는 연료전지 기업인 에프씨아이(FCI)와 투자계약을 체결하면서 수소연료전지 사업에 나섰다.
FCI는 40여건의 고체산화물 연료전지(SOFC) 특허를 보유한 회사다. 에쓰오일은 FCI와의 협력을 통해 중동시장 기후조건과 법적 규제에 맞는 발전용 및 건물용 제품을 개발하고, 향후에는 온실가스 배출 없는 친환경 수소 생산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할 예정이다.
재생애너지는 물론 미래차 소재, 기존 사업(정유·화학)과 시너지가 창출될 수 있는 분야로도 발을 넓힌다.
에쓰오일은 자동차 전장 소재 폴리아미드 필름을 생산하는 '아이피아이테크'를 비롯해 리베스트(플렉시블 배터리), 글로리엔텍(CDM), 원프레딕트(인공지능 산업 솔루션) 등에 투자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아스팔트 관련 기술을 보유한 범준이엔씨에 지분을 투자하는 등 벤처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주력 사업의 미래 운영 방향은 '친환경 화학'으로 잡았다. 정유에 쏠린 사업구조를 벗어나고, 소재원료 전문 기업으로 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주력인 정유 부문에서 지난해에만 1조7000억원에 달하는 적자를 기록한 만큼 본업에서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가져오는 것이 절실하다.
이에 화학 부문 장기투자가 진행중이다. 대표 행보는 '샤힌(아랍어로 매) 프로젝트'다. 최대 7조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국내 석유화학기업 단일 프로젝트 투자금액으로는 역대 최대급으로 꼽힌다. 이를 통해 화학 부문 생산능력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샤힌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에쓰오일의 전체 생산 제품 중 화학제품 비율은 25%(현재 12%) 수준으로 급증한다. 에쓰오일은 지난 2016~2018년에도 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 건설을 위해 5조원의 자금을 투입한 바 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미국 정부의 국정 운영 기조가 변하면서 글로벌 에너지 시장의 방향성이 급격히 탈탄소로 가고 있다"라며 "본업인 정유 비중을 줄이고, 화학·신사업 분야에 집중 투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