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현대케피코는 오는 8일 1000억원 규모 공모 회사채 발행을 위한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만기는 3년 단일물로 구성했으며 희망금리밴드는 A+ 등급 민평금리 평균에 -0.4~+0.4%포인트를 가산해 제시했다. 수요예측 결과에 따라 최대 1200억원으로 증액 발행한다. 조달된 자금은 전액 차환에 쓰이며 주관업무는 NH투자증권이 담당한다.
올해 들어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제철 등 현대차그룹 계열사들이 ESG채권 발행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대케피코는 일반 회사채를 발행한다. 이는 사업구조를 보면 고스란히 드러난다.
현대케피코는 제어기, 구동기, 엔진 및 변속기용 부품 제조 전문업체로 내연기관 관련 부품에 치중돼 있다. 현대차그룹 전기차, 하이브리드 차량 관련 BMS, MCU 등을 공급하고 있지만 친환경차 부품 매출액은 지난해 말 기준 10% 수준에 불과하다.
자동차 전장화가 가속화되면서 현대케피코 또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지난 2012년 보쉬와 합작관계 청산 이후 현대차의 완전자회사(지분율 100%)로 편입되면서 그룹 부품 내재화에 일조한 만큼 캡티브(계열 매출) 의존도가 상당하다.
계열 매출 의존도가 높다보니 현대차와 기아차 실적에 고스란히 연동되는 경향이 있다. 자체적으로 매출처 확대를 통한 리스크 관리가 어렵다는 뜻이다.
최근 완성차 업계를 둘러싼 가장 큰 이슈는 자동차용 반도체 부족이다 현대차그룹도 예외는 아니다. 현대모비스가 현대오트론으로부터 차량용반도체 사업부를 인수하면서 제어기 사업역량 강화가 기대되지만 생산차질이 발생하면 현대케피코는 그 피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한다.
채권 투자자 입장에서 보면 이러한 상황이 결코 나쁜 것만은 아니다. 친환경부품 등에 무리한 투자를 하지 않고 계열사 등 확고한 매출처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그룹 차원 친환경차 부품 내재화 등에서 그 대응이 상당히 늦다는 지적이다.
한 자산운용사 채권운용역은 “현대케피코 위치를 보면 앞서 나갈 유인이 크지 않다”며 “그룹 매출에 기대고 있지만 향후에는 독자적으로 매출을 올릴 수 있는 체제를 갖춰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ESG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지만 현대케피코를 포함한 일부 부품사들은 그 보폭을 맞추지 못하는 모습”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