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크로키닷컴의 지분인수를 놓고 막판 조율 중이다. 이르면 다음주 협상을 마치고 인수계약을 최종 체결할 예정이다. 지그재그는 지난 2015년 설립된 여성 의류 플랫폼이다. 특히 10~20대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지난해 거래액 7500억원을 기록했다.
이번 지그재그 인수는 최근 커머스 사업에 힘을 싣고 있는 카카오의 전략과도 일치한다. 특히 커머스 사업을 영위하는 자회사 카카오커머스는 올해 상품 다변화와 이용자 확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명품 선물하기 품목을 꾸준히 확대해 현재 100여개 이상의 브랜드가 입점했다. 제품군도 기존에는 화장품·액세서리 등 잡화나 식료품 쿠폰에 주력했다면 앞으로는 생활용품, 가전 등으로 카테고리를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카카오는 지그재그를 이용하던 2030세대 소비자들을 흡수할 수 있어 트렌드에 민감한 잠재 소비자들을 고객층으로 확보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카카오 측은 지그재그를 운영하는 법인을 카카오 자회사로 두고 기존 카카오커머스와 별개로 커머스 사업을 키울 것으로 관측된다.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도 패션 분야를 강화하기 위해 이달 'W컨셉'을 인수했다. W컨셉도 여성 의류 플랫폼으로 500만명에 달하는 회원을 두고 있다. 특히 W컨셉은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를 판매한다는 차별점을 띄고 있다. SSG닷컴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함심사 승인을 대기하는 상태다. 승인이 완료되면 W컨셉은 SSG닷컴의 자회사로 공식 편입된다.
SSG닷컴이 W컨셉 인수에 나선 것도 상품 카테고리를 다양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그간 SSG닷컴은 경쟁사 G마켓·쿠팡 등에 비하면 취급 상품 수가 적은 데다 신선식품과 명품 등 일부 카테고리에 매출이 집중돼 있는 구조가 약점으로 꼽혀왔다. SSG닷컴은 이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달 오픈마켓 출범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카카오와 SSG닷컴 모두 패션 플랫폼에 관심을 기울인 까닭은 네이버·쿠팡이 쉽사리 장악하지 못한 대표적인 시장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패션 시장은 트렌드에 민감해 네이버와 쿠팡이 그간 펼쳐온 최저가·로켓배송 경쟁력 만으로는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어려웠다.
온라인 전환에 고군분투 중인 롯데쇼핑은 최근 '중고나라'를 인수하며 중고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롯데와 함께 딜에 참여한 법무법인 우리 김정철 대표 변호사는 "롯데의 통합 온라인몰인 롯데온이나 롯데홈쇼핑 등이 중고나라 온라인 플랫폼과 연계될 경우 충분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어 급성장하는 중고 시장에 관심을 가지고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총평했다.
업계 관계자는 "이커머스 업체들은 네이버·쿠팡이 아직 장악하지 못한 시장을 눈여겨 보면서 이들 신규 시장을 중심으로 새판을 짜고 있다"면서 "네이버와 쿠팡이 이커머스 시장을 장악하다시피 한 상황에서 유사한 사업모델로는 우위를 점하기 어렵다는 판단에서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네이버와 쿠팡도 반격에 나서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2014년 오프라인 의류 상점 정보를 모은 '스타일윈도우'에 이어 지난해에는 남성 패션 편집 매장 '미스터'를 선보였다. 오는 2025년까지 30%까지 점유율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앞서 지그재그를 인수하려다 실패한 쿠팡은 지난해 4월 패션 편집숍 'C에비뉴'를 통해 빈폴·라코스테·뉴발란스 등 유명 브랜드관을 입점시키고 있다.
또한 네이버는 스페인 최대 리셀 커머스 기업 '왈라팝'(Wallapop)에 1억1500만유로(약 1550억원)를 투자해 중고시장 공략에도 나섰다. 왈라팝은 스페인의 대표적인 중고거래 서비스로 현지 중고거래 시장의 63%를 차지한다. 국내 중고거래 사업도 강화하기 위해 지난해 3월 운동화 중고거래 플랫폼 '크림'을 출시하기도 했다. 크림은 출시 1년 만에 누적 거래액 2700억원을 돌파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