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명화 서울혁신센터장은 “범세계적으로 기후환경문제, 사회불평등, 저출산고령화사회로의 급격한 변화 등 심각한 사회 문제가 대두되고 있는데, 정부와 기업의 활동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며 “시민들과 혁신가들의 활동은 세상을 바꾸는 힘이자 새로운 해법이 될 수 있다”며 힘주어 말했다.
취임한 지 석 달째인 윤 센터장과의 인터뷰는 지난 15일 서울 은평구 불광동 서울혁신파크 내 혁신센터 집무실에서 두 시간 가까이 진행됐다.
옛 질병관리본부 자리에 야외공원과 제작동 등으로 조성된 서울혁신파크는 시민과 혁신가가 머리를 맞대고 협업해서 일상의 혁신을 일궈내는 사회혁신플랫폼이다. 250여개 시민사회단체‧기업과 1300여명의 혁신가들이 이곳에 입주해 환경‧문화예술‧디지털산업‧소상공 창업 분야에서 다양한 실험에 도전해 우리 삶을 변화시키는 값진 성과들을 만들어내고 있다.
◆"사회혁신성과, 시민들이 체감할 수 있도록 확산시킬 것"
“코로나 이후 언택트 문화가 대세가 되면서 온라인 쇼핑, 배달음식이 크게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와 함께 종이박스, 비닐포장재, 아이스팩, 플라스틱 일회용 용기 같은 쓰레기들도 어마어마하게 늘어났어요. 자원 낭비를 넘어 환경오염 문제가 심각합니다. 나부터 지구환경을 해치는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겠다는 생각, 거기서부터 바로 사회혁신이 시작되는 거죠.”
윤 센터장은 서울혁신파크가 만들어 온 사회혁신 성과를 시민들과 함께 나누고 확산시키는 일을 올해 사업 목표로 삼고 있다. 혁신의 열매를 시민이 체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서울혁신파크 프로젝트로 시민들에게 잔잔한 호응을 얻었던 친환경 제로웨이스트샵, 일명 ‘없는가게’를 좋은 사례로 꼽았다.
“이곳의 제품은 대부분 포장재가 없어요. 천마스크, 다회용 빨대, 대나무 칫솔 등 친환경 제품은 물론이고 쌀, 세제 등도 개인 용기에 필요한 만큼 담아갈 수 있지요. 요즘 가치소비를 실천하는 친환경 컨슈머들의 방문이 꾸준히 늘고 있습니다.”
윤 센터장은 “도시농업이 가능한 스마트 팜을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스스로 식량을 생산하면서 생태와 환경을 고민하며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문화를 만들고, 이를 통해 지구 환경 문제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겠다는 것이다.
올해는 혁신파크 담장을 넘어 지역사회와 전국 곳곳에 혁신 성과를 확산시키는 ‘혁신나눔프로젝트’를 추진할 계획이다. 지난 연말 코로나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은평구 불광동 소상공인들을 돕기 위해 혁신가들과 지역상생프로젝트인 ‘불광동 길러리프로젝트’를 진행한 것도 이러한 취지의 일환이다.
100여개가 넘는 불광동 먹자골목 상가마다 갖고 있는 숨은 이야기를 은평구에 살고 있는 동네 화가들의 솜씨로 그림에 담아 골목길을 채운다면,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길거리 갤러리’가 될 것이라는 아이디어였다. 불광동먹자골목상가들과 동네화가들의 참여, 은평구청과 주민자치센터, 서울혁신파트의 지원으로 국내 최초 갤러리 먹자골목이 탄생했다.
윤 센터장은 “앞으로도 지역을 위해 시민을 위해 혁신가들과 담을 넘을 예정”이라며 “서울혁신파크를 지속 가능한 발전을 고민하고 체험하는 서울 유일의 공간으로 만들겠다. 서울혁신파크가 사회혁신의 랜드마크가 될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윤 센터장은 “지난 해에 이어 코로나19와 열악한 예산 등으로 여러 어려움이 많다. 사업 추진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서울혁신파크 혼자만의 힘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
윤 센터장은 “아무리 좋은 정책이나 사업들도 시민의 동의와 참여가 없으면 지속되기 어렵다. 그린뉴딜, 4차산업혁명, 지속가능 사회 등 시민이 고민하는 사안들을 중점으로 혁신파크를 운영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생태와 환경, 기술 혁신을 주제로 혁신파크 공간을 재구성하고, 특히 인공지능, 비대면 기술, 증강현실 등 새로운 혁신기술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스마트존을 조성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기술혁신의 과정에서 소외되는 사람이 없게끔 노력하는 것도 공공의 책임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는 최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만나 스마트기술을 활용한 교육환경 혁신을 논의했다고 소개했다. 학생, 학부모, 선생님, 시민 등 교육 주체 모두가 사회혁신에 대해 익히고 활용할 수 있는 교육의 장을 마련하기 위해 함께 협업하자고 뜻을 모았다고 전했다.
서울시의원(2010~2014),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2015~2019)으로 일하며 입법‧행정 분야에서 폭 넒은 경륜을 쌓아온 윤 센터장은 민관 협력 사업이 힘 있게 추진되기 위해선 무엇보다 지자체와 정부의 의지와 행정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행정은 각종 제도와 관행이라는 장벽을 낮춰야 한다”며 “전 분야에 걸친 사회문제 해결을 위해 각 행정단위별 정책의 기조도 일관성 있게 정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특히 “정책 결정권자, 간부, 담당자가 바뀔 때마다 사업 방법과 속도가 달라지고 예산 규모도 큰 차이가 난다”며 “혁신과 협업을 위해서 함께 일하는 주체들에게 일관된 신뢰를 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꼬집었다.
윤 센터장은 “공공 사업을 추진하면서 성과지표를 설정하지 않을 수 없겠지만, 지표의 부작용에 빠지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목적한 수치에만 집착하게 되면 옆을 가리고 달리는 경주가 된다”며 “사회혁신이 다루는 영역이 광범위하듯 정책 목표 역시 폭 넓게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혁신파크 혁신 실험을 나비효과에 빗대고 싶어요. 아주 작은 나비의 날개 짓이 큰 태풍을 몰고 오듯 작은 혁신 아이디어가 세상을 바꾸고 우리 삶을 변화시키고, 미래 세대에게 더 나은 세상을 물려줄 수 있어요. 혁신파크가 그런 씨앗을 만드는 곳이 되도록 더 노력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