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G가 전자담배 ‘릴(lil)’을 앞세워 세계로 뻗어 나가고 있다.
KT&G는 필립모리스ㆍBATㆍJTI 등 글로벌 담배 공룡들과 전자담배 시장에서 격돌하고 있다. 특히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는 일본 전자 담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프레시언트앤스트래티직 인텔리전스(P&S Intelligence)에 따르면 일본 전자 담배 시장은 연평균 22.6% 성장해 2024년까지 45억 달러(약 5조 612억원) 규모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필립모리스 인터내셔널(PMI), 브리티쉬 아메리칸 토바코, 알트리아 그룹, 재팬타바코 등 글로벌 담배 업체들은 일찌감치 일본 전자 담배 시장에 진출했다. 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기술 개발 경쟁도 치열해졌다.
KT&G도 지난해 10월 궐련형 전자 담배 '릴(lil) 하이브리드 2.0’과 전용스틱 ‘믹스’를 들고 이 전쟁에 참전했다. 릴 하이브리드 2.0에 적용한 자동 예열 기능 ‘스마트 온’은 주목 받는 KT&G의 특허 기술 중 하나다.
KT&G ‘릴(lil)’은 지난 2017년 출시 후 편의성과 휴대성에서 호평을 받아 국내 시장에서 영향력 있는 전자담배 브랜드로 자리매김했고, ‘릴 하이브리드’는 KT&G의 독자적인 기술이 집약된 차별화시켜 혁신성을 인정받으며 각종 국제 박람회에서 해외 바이어들의 러브콜을 받았다.
후발주자로서 일본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던 데는 PMI와의 전략적 관계가 한 몫했다. 지난해 1월 KT&G가 릴 제품을 PMI에 공급하면 PMI가 한국을 제외한 전 세계 국가에서 이 제품을 판매하기로 계약을 맺은 것이다.
이에 힘입어 KT&G는 지난 해 창사 이래 최대이자 최초로 연결 매출 5조원을 돌파했다.
KT&G는 지난해 연결 기준으로 매출이 5조3016억원으로 전년대비 6.8% 증가했다고 4일 밝혔다. 영업이익은 1조4824억원을 기록해 같은 기간 7.5% 증가했다.
실적은 글로벌 부문이 견인했다. KT&G는 지난해 초 중동 담배 수입업체와 7년간 2조 2000억원 수준의 대규모 수출계약을 발표한 바 있다. 이를 기반으로 주력 시장의 수출이 회복되고 미국 등 해외법인의 유통망 확대 영향으로 해외 판매량이 증가했다. 지난해 필립모리스인터내셔널(PMI)를 통한 러시아‧일본 등 전자담배 수출도 글로벌 매출 성장에 기여했다.
KT&G는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도 23개국을 신규 개척했다. 총 진출국은 103개에 이른다. 신규 진출국 중 성장 잠재력이 높은 시장을 집중 육성해 카메룬, 이스라엘, 과테말라 등 연간 판매량이 1억 개비 이상인 5개국을 확보하는 쾌거도 이뤘다.
KT&G가 지난 2017년 처음으로 국내에 궐련형 전자담배 릴을 공개한 지 3년여 만에 해외 시장을 적극 공략하고 나선 데는 급변하는 글로벌 담배 시장 환경에 대응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반영됐다. 담배 수출 역사만 30년이 넘지만 담배 기업이 갖고 있는 전통적인 이미지를 벗어날 필요가 있었다. 2015년 취임한 백복인 KT&G 사장은 연구개발(R&D)과 기술력에 집중해야 한다며 조직 개편과 비용 투자를 강조했다.
그에 따라 2016년에는 차세대 담배 제품 개발을 위한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전문 인력을 2배 이상 확충하는 등 R&D 조직을 재정비했다. 전자 담배 마케팅 개발조직도 NGP(Next Generation Product) 사업단으로 격상했다. 각종 보상 제도 등을 확대해 특허 출원 같은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KT&G가 R&D에 대규모 투자를 한 본래 목적은 전자 담배 혁신에 있었지만 일반 궐련담배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내부 평가가 나온다. 궐련형 전자담배의 장점으로 꼽히는 냄새 저감 기능을 일반 담배에도 적용, 출시할 수 있었던 것이다.
냄새 저감 제품의 가능성을 확인한 KT&G는 2019년 9월 아예 KT&G연구소 내에 전담 연구센터인 ‘스멜케어센터’를 신설했다. 냄새 저감 기술 관련 연구개발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KT&G 측은 "이 센터는 담배 본연의 맛을 유지하면서도 냄새를 줄이는 기술을 연구하는 동시에 신기술을 적용한 신제품 개발과 특허 출원에 주력하고 있다"라며 "이를 통해 후속 제품 개발에도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백복인 KT&G 사장은 “코로나19로 인한 불확실성의 증대 속에서도 해외담배‧부동산사업 등의 지속적인 성장과 성공적인 내수시장 방어로 매출과 이익이 모두 최대치를 기록하는 큰 성과를 거두었다”며 “KT&G는 사업 경쟁력 제고를 통해 글로벌 기업으로서의 위상을 강화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