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새로운 스펙을 가진 전기자동차 모델로 주목받았던 현대차그룹이 3분기에도 전기차 생산에 드라이브를 건다. 반도체 수급난 속에서도 2분기 최대 실적을 냈지만, 악재가 여럿 남아 있는 만큼 전기차에 승부수를 걸겠다는 판단으로 풀이한다.
현대차그룹의 대표 전기차 모델은 현대차 아이오닉 5와 기아 EV6다. 자동차 실내 공간을 극대화하는 전기차 전용 플랫폼 E-GMP(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를 탑재해 주목을 받았다. V2L(Vehicle-to-load) 기능도 강점이다. 별도 장비 없이 전기차 내부 전력을 끌어다 외부 기기를 사용할 수 있어 효율적인 기능이다.
연내 또 다른 전기차 제네시스 G80과 GV60, 아이오닉 6 등의 전기차도 선보인다. 하반기부터 제네시스 첫 전용 전기차 JW(프로젝트명)를 출시하고 아이오닉 5 생산도 정상화하기로 했다. 제네시스 전용 전기차 등 친환경 차량을 대거 출시해 글로벌 친환경 차 시장의 입지를 강화하고 환경 규제에도 적극적으로 대응할 방침이다.
문제는 전기차 수출 물량을 맞출 수 있는지다. 테슬라 등 외국 업체와의 경쟁 구도가 형성된 상황에서 출하 일정이 늦어지면, 시장 주도권을 놓칠 수 있다. 아무리 사양이 높고 인기가 있어도 예약만 6~7개월 이상 걸리면 충성 고객이 빠져나갈 수 있다.
현대차·기아는 물량 차질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전사 역량을 동원한 추가 물량 확보 추진 △연간 발주를 통한 선제적 재고 확보 △주요 반도체 업체와의 파트너십 추진 △부품 현지화율 확대 △공급 업체 다변화 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노사가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최종안에 잠정 합의한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총투표 등 절차가 남아 있지만, 합의를 한 만큼 가용 생산력이 늘어날 수 있다.
반도체와 배터리 등 핵심 부품 수급도 숙제다. 현대차의 2분기 매출은 30조 3261억원으로 전년 대비 3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기아는 18조 3395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모두 사상 최대 규모다. 각종 악재를 뚫고 최대 실적을 냈지만, 마음껏 웃지 못했다. 3분기 실적 전망을 예단하기 어려워서다. 반도체 수급난이 3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 속에 원자재 가격 상승, 신흥국 환율 약세 등의 악재가 아직 남아 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유럽연합(EU)과 미국 정부가 잇따라 탄소 국경세 카드를 꺼내는 등 전기차 수요 급증을 예상하는 상황에서 배터리 내재화 등 현대차그룹의 고민이 클 것"이라며 "다른 나라보다 경직된 노동법 구조와 규제 일변도의 반기업 정책을 해소하는 등 기업 하기 좋은 환경으로 만들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법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