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14일(현지 시간) 아이폰13 등 신제품을 공개한 애플은 오는 24일 북미·유럽에서 공식 출시에 나선다. 우리나라는 내달 1일 사전 예약을 시작해 8일 출시할 예정이다. 애초 애플은 우리나라도 1차 출시를 논의했지만, 추석 연휴 등 국내 시장 상황을 고려해 일정을 조정했다.
아이폰13 시리즈에는 기존보다 성능을 강화한 A15바이오닉 칩이 탑재됐다. 이 칩을 통해 그래픽과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였다. 카메라 기능도 강화했고, 배터리 사용 시간이 길어졌다. 전면의 노치(상단 테두리) 크기도 기존보다 20% 줄였다. 애플은 강화한 성능을 앞세워 "솔직히 말하면 경쟁사는 아이폰 칩을 따라잡기에 급급하다"며 "A15바이오닉 칩으로 그 격차가 더 벌어졌다"면서 삼성전자 등을 공개 저격했다.
다만 전체적인 제품 형태와 특징에서는 큰 변화를 가져오지 못했다. 삼성전자가 폴더블이라는 폼팩터(형태)로 '3수' 끝에 시장 수요를 끌어낸 것과 대조적이다. 삼성전자가 애플의 저격에 대응한 것도 이 부분에 집중됐다. 삼성전자 미국법인은 애플의 신제품 공개 이후 공식 트위터에 "데자뷔"라며 "반으로 접혔다면 얼마나 더 멋있을까"라는 글을 올려 애플을 겨냥했다.
아이폰13은 '혁신 부재'라는 혹평에도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1차 출시국 중 하나인 중국에서 아이폰13 사전예약은 이미 200만건을 웃돌았다. 이는 전작인 아이폰12의 사전예약(150만건) 보다 30% 이상 높은 수치다. 삼성전자가 갤럭시Z 폴드3·플립3로 끌어모은 중국 사전예약(약 100만건) 규모를 두 배 이상 뛰어넘은 것이다.
중국 샤오미도 애플 신제품 발표에 맞춰 '샤오미 11T' 시리즈를 선보였다. 시장조사업체 카날리스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기준 샤오미는 글로벌 시장 점유율 17%를 차지하며 애플(14%)을 밀어내고 2위로 올라섰다. 1위인 삼성전자(19%)와의 점유율 격차도 2%포인트로 좁혔다. 지난해 2분기만 해도 10% 점유율로 삼성전자, 화웨이, 애플에 이은 4위에 그쳤던 샤오미였지만, 화웨이가 미국의 제재를 받는 사이 빈자리를 빠르게 파고들며 급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샤오미 11T는 국내에선 출시되지 않는다. 샤오미가 지난 2018년 이후 줄기차게 스마트폰 신제품을 출시했지만, 늘 성과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이에 국내에서는 LG전자가 차지했던 10%대 점유율을 흡수하기 위한 삼성전자와 애플 간 경쟁도 치열해질 전망이다.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전자(65%), 애플(20%), LG전자(13%) 등 순이었다.
업계 관계자는 "스마트폰은 태블릿 PC, 무선 이어폰, 웨어러블 디바이스 등으로 이어지는 생태계의 시작점이라는 이유에서도 밀려선 안 되는 시장"이라며 "신제품 출시 때마다 가격을 올렸던 애플이 아이폰13 출시가격은 동결한 데 이어 삼성전자가 또 다른 프리미엄 스마트폰인 '갤럭시S22'의 연내 조기 출시를 검토하는 등 선두 경쟁이 점차 치열해지는 모습"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