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제조업 분야에서 전 세계 5위권에 드는 한국 상황을 고려할 때 미래에 대비하려면 4차 산업 관련 분야의 핵심 기업들을 적극적으로 인수해서 성장의 발판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구글은 유튜브를, 메타(페이스북)는 인스타그램을 인수하면서 최근 몇 년 간 빠른 속도로 덩치를 키웠다.
당분간 코로나19 여파가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속에 내년에도 M&A가 주목 받을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려서 더욱 그렇다. 코로나19 팬데믹 속에 M&A가 신성장동력을 만드는 활로로 자리매김한 만큼 M&A를 도약의 기회로 삼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
영국 시장조사기관 글로벌데이터는 올해 말부터 내년까지 전 세계 M&A 시장 규모가 1조 달러를 넘길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부터 급증했던 글로벌 M&A 건수는 올해 3분기 기준 865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35% 늘었다. 거래 규모도 1조 달러에 육박했다.
김 교수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시가총액 규모에서 삼성전자와 격차가 크지 않았던 애플은 최근 시총 3조 달러를 내다볼 정도로 성장했다"며 "이는 최근 크고 작은 기업 수백개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이뤄진 것"이라고 M&A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문제는 글로벌 기업의 M&A 과정에서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통하는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심사 과정이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이다. 경쟁당국이 허가를 내지 않아 M&A가 무산된 경우도 적지 않다.
미국 퀄컴은 앞서 2018년 네덜란드 반도체 기업 NXP를 인수를 시도하다 중국 당국의 반대에 부딪혀 인수 계획을 철회했다.
국내 기업들이 추진하고 있는 M&A 결과에 관심이 쏠리는 이유다.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SK하이닉스-인텔 낸드 부문,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등 국내 글로벌 기업들 대부분이 모두 공정거래위원회나 해외 경쟁당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주도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언한 삼성전자의 계획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삼성전자는 올 초부터 "3년 이내에 의미 있는 M&A를 추진하겠다"고 강조한 뒤 7월에는 "전략적으로 M&A 대상을 검토하고 있다"며 구체적인 입장을 내놨다. 총수의 부재로 잠시 멈춰 있던 M&A 시계가 다시 돌 것이라는 관측에도 힘이 실렸다.
업계에서는 네덜란드의 차량용 반도체 기업인 NXP를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에서 TSMC·인텔 등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인공지능(AI), 5G, 전장 분야에서 M&A를 추진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하지만 미·중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승인이 늦어지면 인수 과정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김 교수는 "미국 바이든 정부는 전체 경제의 20%에 불과한 제조업 분야를 강화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하는 과제 앞에 높여 있다"며 "고급 정보나 원천 기술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미국 입장 등을 고려할 때 민감한 반도체 시장에서 원천 기술 관련 (기업결합 심사를 두고) 당분간 시간 끌기가 계속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