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그룹 선택도 '젊은 인재'...발탁 인사 트렌드로
4대 그룹은 올해 30대 임원을 배출하는 등 파격 인사를 단행했다. '1970년대생 임원' 등판으로 관심을 모았던 작년보다 더 젊어지고 새로워졌다. 본격적인 3, 4세 경영 체제에 접어든 데다 시대 흐름에 따라 직급·연차에 상관없이 성장 잠재력을 갖춘 인물을 과감하게 발탁한다는 성과·능력주의를 본격 적용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가 올해 단행한 200여명의 승진 인사자 가운데 40대 부사장은 8명, 30대 상무 4명이다. 가장 젊은 임원은 박성범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시스템LSI사업부 시스템온칩(SOC)설계팀 상무다. 1984년생인 박 상무는 올해 만 37세다.
DS부문 메모리사업부 DRAM설계팀 김경륜 상무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선행개발그룹 소재민 상무는 한 살 많은 만 38세다. 가전(CE)과 모바일(IM) 부문을 통합한 세트(SET) 사업 부문의 삼성리서치 시큐리티 1랩장 심우철 상무도 39세로 30대 임원에 올랐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1978년생으로 올해 43세다. 젊은 총수로서 취임 이후 40대 중심의 젊은 임원진과 함께 세대 교체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인사에서는 구 회장 취임 이후 최대 규모인 179명의 승진 인사를 단행했다. 신임 상무로 승진 발령한 인원만 132명인데, 이들 중 62%인 82명이 40대 이하 젊은 임원이다.
전체 임원 중 1970년대 비중은 지난해 말 기준 41%에서 올해 말 기준 52%로 절반을 넘어섰다. 올해 인사에서 최연소 임원은 1980년생 신정은 LG전자 상무다. 차량용 5G 텔레매틱스 선행개발을 통한 신규 수주 기여 성과를 인정받아 승진했다.
SK그룹에서도 역대 최연소 임원이 나왔다. SK하이닉스의 이재서 담당이 주인공이다. MZ세대 우수리더로 발탁된 이 담당은 1982년생으로 올해 39세다. 전사 기획 조직에서 우수한 능력을 인정 받았다. SK하이닉스에서 1980년대생 임원을 배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재서 담당은 앞으로 SK하이닉스의 미래 성장 전략 기획·실행 등을 맡는다.
현대자동차그룹도 현대차 66명, 기아 21명, 현대모비스 17명, 현대건설 15명, 현대엔지니어링 15명 등 사상 최대 규모인 203명의 신규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신규 임원 승진자 가운데 3명 중 1명은 40대로 성과와 능력을 인정받은 우수 인재에 대한 발탁 인사가 확대됐다. 차세대 리더 후보군 육성과 함께 변화와 혁신에 대한 메시지를 전달하겠다는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글로벌 경쟁력 잡아라' 현장 경험 많은 MZ세대 발탁
MZ세대 임원 발탁 신호탄을 알린 것은 네이버다. 네이버는 지난 11월 최수연 글로벌 사업지원 책임리더를 차기 최고경영자(CEO)로 내정했다고 밝혔다. 1981년생인 최 내정자는 대학 졸업 후 네이버(당시 NHN)에 공채 입사해 커뮤니케이션과 마케팅 조직에서 4년간 근무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법학전문대학원에 진학해 변호사 자격증을 딴 후 변호사로 일하다가 2019년 네이버로 돌아와 글로벌 사업 지원을 총괄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다.
네이버 창립 이래 1981년생을 CEO에 내정한 것은 가장 파격적인 변화로 꼽힌다. 최 내정자는 새로운 최고재무책임자(CFO)로 낙점된 김남선 사업개발·투자·인수합병(M&A) 책임리더(1978년생)와 함께 새로운 네이버를 이끌어갈 예정이다. 글로벌 감각을 갖춘 젊은 리더십으로 세대 교체를 하면서 네이버의 글로벌 경쟁력을 높일 것이라는 기대감이 나온다.
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난 젊은 임원도 대거 등용하고 있다. 카카오는 지난 11월 여민수 현 카카오 대표이사와 카카오를 이끌어갈 공동대표로 류영준 현 카카오페이 대표이사를 내정했다. 류 대표 내정자는 올해 만 44세대. 2011년 카카오 개발자로 입사해 보이스톡 개발을 주도했다. 국내 최초 간편 결제 서비스인 카카오페이를 성공시키면서 테크핀 산업의 영역을 넓히는 데 기여했다. 한국핀테크산업협회장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카카오 초기에 입사해 카카오의 기업 문화와 카카오톡, 커머스, 테크핀 등 서비스에 대한 이해도가 높다는 점이 임원 발탁 배경으로 꼽힌다. 류영준 대표 내정자는 “카카오의 ‘넥스트 10년’을 그리고 있는 중요한 시점인 만큼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동시에 새로운 도전에 대한 설렘도 있다”며 “기술과 사람이 만들어가는 더 나은 세상이라는 비전을 지키며 ‘도전’이라는 카카오의 핵심 DNA를 바탕으로 회사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복수의 업계 관계자는 "열심히 하면 젊은 나이에도 임원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다는 분위기가 감지된다"며 "그런 사회적인 분위기 속에 다수 기업에서 30~40대 직원을 대상으로 하는 발탁 인사가 트렌드로 자리잡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