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EC)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심사를 불승인하는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독점 형태로 액화천연가스(LNG)선 시장의 경쟁을 저해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모양새다.
양사 합병 시 전 세계 LNG선 시장에서 70%의 점유율을 차지할 전망이다. 세계 조선시장 점유율에서도 20% 이상을 차지할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양사 합병이 '조선 빅딜'로 주목받은 이유다.
글로벌 선사 대부분이 유럽 기업인 데다 최근 에너지 가격 급등 탓에 아시아발 LNG 운송비용이 상승한 상황 등을 두루 감안해 제동을 거는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EU 반독점 규제당국은 지난 2020년 7월 이후 현대중공업-대우조선 합병에 대한 조사를 잠정 중단했다가 지난해 11월 들어서야 심사를 재개했다. 이 과정에서 LNG선 시장 독점 우려에 대한 시정 조치를 요구한 데 대해 현대중공업이 기술 이전 등의 제안을 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로이터통신 등 또 다른 외신이 전했다.
EU 측은 내년 1월 20일(현지시간)을 판단 데드라인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소 부정적인 전망 속에 가까스로 승인받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한국과 일본 등 다른 경쟁당국의 심사가 진행되고 있어서다.
통상 글로벌 기업이 합병할 경우 경쟁당국의 기업결합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필수신고 국가 6곳 가운데 현대중공업이 지금까지 3년여 간 승인을 받은 곳은 카자흐스탄, 싱가포르, 중국 등 3개국뿐이다. M&A 과정에서 기업결합 심사에 시간이 걸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은 아니지만 자칫 합병 계획이 무산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