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수위를 통해 '국민통합'을 이루겠다고도 강조한 윤 당선인은 인수위 인선 내용을 직접 발표한 자리에서 "안 대표는 저와 국정 운영 가치와 철학을 공유하고 있고 선거 이후에도 제 요청으로 자리를 가지기도 했다"라며 “안 대표도 인수위를 이끌 의지가 있고, 저 역시도 적임자라 판단했다”라고 말하며 안 위원장의 역할에 기대감을 표했다.
1962년생인 안 위원장은 의사 출신 기업가로 유명하다. 의과대학 교수로 활동하다가 우연한 기회에 컴퓨터 백신을 개발하면서 1세대 정보통신기술(IT) 벤처기업가에 이름을 올렸다. 의사에서 프로그래머로, 기업가에서 19, 20대 국회의원을 지낸 정치인으로 다양한 이력을 쌓아온 안 위원장이 새 정부 구성을 진두지휘하게 된 만큼 각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다.
◆"세계 5대 경제강국 진입할 것" 기업가 출신 강점 발휘할까
안 위원장은 20대 대선 후보 시절 주요 공약 중 하나로 '세계 5대 경제 강국 진입' 목표를 강조했다. 5대 초격차기술을 육성해 글로벌 대기업 5개를 키워내고 그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 5대 경제강국에 진입한다는, 이른바 '5·5·5 신성장 전략'이다. 디스플레이와 2차 전지, 차세대 원전 소형모듈원자로, 수소 에너지, 바이오 산업 등 5대 초격차 기술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산업 재편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유세 과정에서 “대한민국을 인공지능(AI) 선도 국가, 반도체 패권 국가로 만들겠다”라고 여러 차례 강조하기도 했다.
미래 인재 양성 계획도 주목을 받았다. 안 위원장은 5대 초격차 분야와 AI, 반도체 중심 대학을 신설하고 관련 분야 핵심 인재 50만명을 추가 양성하겠다는 공약을 냈다. 17개 시도별로 4차 산업혁명 관련 특수목적고등학교를 신설하고 해외 우수 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기술 인력 이민제를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미 미국, 캐나다 등에서 활용하는 인재 등용 방식이다. 우수 인재에게 주택 특별 공급 등의 혜택을 주겠다는 파격적인 제안도 나왔다.
과학기술계와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 폭도 늘리겠다는 구상도 내놨다. 국가미래전략 산업 지원 특별법을 제정하는 것을 시작으로 △국가 및 공공기관 데이터 개방 △2조원 규모 초격차펀드 조성 △우수 벤처기업 법인세 면제 △유니콘 기업 60개 육성(약 1조원 지원) △중소기업 및 벤처기업 성장에 연 10조원 지원 △크라우드 펀딩 및 사모펀드 규제 완화 △중소기업 규제 혁신 전담 부처 신설 등이 대표적이다.
안 위원장이 미래 산업에 관심을 둔 것은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2017년 제19대 대선에 출마했을 때도 미래 기술 주도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4차 산업혁명 관련 공약을 내놨었다. 4차 산업혁명 인재 10만명 육성과 함께 △AI, 가상현실(VR), 사물인터넷(IoT) 등 신성장산업 육성 △네거티브 규제 시스템 도입 △자율주행차 핵심 부품 개발 및 융합 생태계 기반 마련 △게임 산업 육성을 위한 규제 완화 추진 △민간 주도의 4차 산업혁명 기술 발전에 투자 등이 대표적인 공약이었다.
당시 안 위원장을 두고 '4차 산업혁명 전문가'라는 수식어가 나온 데는 기업가로서 쌓아온 이력이 한몫했다. 안 위원장은 지난 1995년 3월 벤처기업인 '안철수컴퓨터바이러스연구소'를 창업했다. 통합 정보보안 업체인 안랩의 역사가 시작된 셈이다. 의대 대학원생이었던 안 위원장의 운명을 바꾼 것은 컴퓨터 바이러스였다. 바이러스에 걸린 컴퓨터를 수리하기 위해 독학으로 백신 개발에 몰두했다가 컴퓨터 백신을 배포하는 기업인으로 변모한 것이다.
그러나 안 위원장도 다른 기업인들과 마찬가지로 창업 이후 몇 년 동안 어려움을 겪었다. 백신 개발 외에는 마땅한 사업 모델을 마련하지 못했고 투자자도 없었던 탓이다. 그러다가 1999년 유명한 컴퓨터 버그인 Y2K 문제를 무리 없이 극복한 것을 계기로 안 위원장은 '한국의 빌 게이츠'라는 명성을 얻는다. IT 기업 1위로 발돋움하는 과정에서 국내 처음으로 e스포츠 프로구단제도를 도입하는 등의 혁신을 몸소 보여주기도 했다.
윤석열 당선인은 앞서 4차 산업혁명에 대한 전폭적인 지원을 약속했다. 디지털혁신부 신설, 디지털 인재 100만명 양성, 규제 샌드박스 개선 등의 공약도 내놨다. 디지털 경제 패권국가를 목표로, 민간 주도의 신산업 생태계가 조성될 수 있도록 정부가 세제·금융·제도상의 지원을 해주고 이에 필요한 인재 등을 육성하겠다는 기조는 안 위원장이 지금껏 강조했던 가치관과 일맥상통한다. 창업 초기 부침을 겪었던 기업인으로서의 경험과 미래 사업에 대한 통찰력을 바탕으로 한층 더 도약할 만한 정책이 나올지 주목되는 이유다.
◆코로나19 봉사 활동 나선 의사 출신...코로나19 사태 수습 주목
기업가 출신 정치인으로 유명하지만 안 위원장의 본래 직업은 의사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에 진학해 류마티스내과 교수를 목표로 오랫동안 공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상 의학 대신 기초의학 연구를 택해 생리학교실에서 공부했던 안 위원장은 1990년 단국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로 임용돼 창업 전까지 교수 생활을 하기도 했다.
의료인으로서의 전문성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 속에서 발휘됐다. 안 위원장은 지난 2월 부인인 김미경 서울대 법의학교실 교수와 함께 코로나19 선별진료소에서 직접 방호복을 입고 코로나19 검체를 채취하는 자원봉사 활동에 나섰다. 코로나 검체 채취는 의사 면허 소지자만 가능한 만큼 대선 후보 가운데 유일하게 참여할 수 있었던 봉사 형태였다.
당시 봉사 활동을 마친 후 안 위원장은 “오미크론 확산 때문에 많은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계신다"라며 "인력난으로 인해 의료진 분들이 고생을 많이 하고 계셔서 조그만 도움이라도 드리고 싶어 이렇게 찾아뵀다"라고 말했다. 국민들이 합심해서 고비를 잘 넘기면 좋겠다는 소망도 밝혔다.
안 위원장은 이번 인수위에서 인수위원장 겸 인수위 코로나19 비상대응 특별위원장을 맡는다. 안 위원장은 일찌감치 △자영업자 영업시간 제한 해제 및 150조원 손실 보상 △코로나19 특별 회계 설치에 대한 특별법 제안 △소아·청소년 백신패스 보류 △백신 접종 관련 투명한 정보 공개 △자영업자·소상공인 대상 대출 만기 연장 및 상환 유예 등의 공약을 내놨다. 의료인으로서 현장의 호소를 몸소 경험한 만큼 이번 인수위에서 더 실질적이면서도 한 단계 더 발전한 코로나19 정책이 나올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멘토인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도 앞으로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최진석 서강대 철학과 명예교수는 전남 함평 출신으로 서강대 철학과를 거쳐 중국 베이징대학교에서 도가철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노장사상의 대가다.
최 교수는 철학자이지만 현실정치에도 관심이 많았다.
지난해에는 5.18특별법을 비판하는 시를 올려 관심을 끌었으며, 올해 1월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설득으로 상임선대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최 명예교수는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인수위원장의 단일화 과정에 큰 역할을 했으며, 안철수 위원장에게 단일화를 하도록 설득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진석 명예교수는 윤석열 당선인과도 직접 소통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져 차기 정부에서 중책을 맡을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