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LS의 글로벌 성장 기조를 이어가기 위해 시대적 사명에 발맞춰 모든 경영 활동을 환경과 인류에 더 기여하고 공감 받으며, 지속되는 활동으로 수렴되고 통합되도록 하겠습니다."
구자은 LS그룹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이렇게 강조했다. 표면적으로는 평범한 인사말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을 통해 사회와 함께 성장하겠다는 메시지가 담겨 있다. LS는 지난해 지주 회사 내에 그룹 차원의 ESG 위원회를 출범시켰다. 탄소 중립 시대를 맞아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을 바탕으로 친환경 활동을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친환경 기반 활동 강화" 전기차 충전 사업 확대
LS그룹의 ESG 위원회는 그룹 관점의 ESG 방향성 정립과 정책 변화 대응, 각 사 ESG 실행 모니터링 및 지원 등 그룹의 ESG 경영을 총괄하는 역할을 한다. 예종석 LS 사외이사가 ESG 위원회의 위원장을 맡고 있다. 한양대학교 경영대학 교수와 사회복지공동모금회 회장 등을 역임한 예 위원장은 경영 전문가로, 기존에 있던 LS 내부거래위원회의 기능을 확대·개편한 ESG 위원회를 이끌면서 새로운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전선 분야에서 독보적인 1위 기업인 LS전선 등 LS그룹 내 계열사들은 각각 ESG 관련 위원회를 활용하고 있다. 지주회사 차원에서 공동 가이드나 방향을 제시하기도 하지만 각 계열사별 특성에 따른 제안들을 수용하고 검토하는 과정을 거친다. 각 계열사들은 전력 인프라와 종합 에너지 솔루션 분야의 오랜 사업적 경험을 살려 신재생에너지, 전기차 분야 등 새로운 사업 기회를 지속 발굴·추진해 나갈 계획이다.
LS그룹이 올해 추진하고 있는 사업들은 대부분 친환경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4월 전기차 충전 사업을 영위하는 LS E-Link(E-링크)를 계열사 E1과 공동 투자하여 신규 설립한 데 이어 지난 5월 전기차 부품을 생산하는 LS EV코리아 군포 공장을 준공했다. 미래 성장 동력으로 전기차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LS전선은 또 지난 2020년 미국, 네덜란드, 바레인 등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수주했고 같은 해 11월 해상풍력발전사업 세계 1위인 덴마크 오스테드와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이에 LS전선은 매년 급성장하고 있는 국내외 해상풍력사업을 선제적으로 준비하고 기존 해저케이블 생산뿐만 아니라 해저 전문 시공 역량까지 토털 솔루션을 확보하기 위한 투자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LS전선은 2008년 동해시에 국내 최초의 해저 케이블 공장을 건설하고, 지금까지 약 5500억원을 투자해 해저 케이블 전문 공장으로 육성해왔다. 지난 4월에는 강원도 동해항에서 ‘GL2030’ 취항식을 개최했다. ‘GL2030’은 해저케이블 대형 포설선으로서, 선박의 위치를 정밀하게 조절, 제어하는 시스템을 장착하고 있다. 이를 통해 케이블 포설시 정확성을 높이고, 바람과 높은 파고 등 기후 변화에도 선박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해저케이블의 생산과 시공 역량을 모두 갖춘 회사는 전 세계적으로도 유럽의 소수 업체에 불과해, 시공 역량은 해저케이블 사업의 총아로 불린다.
◆태양광·LPG 등 친환경 에너지 부분 역량 강화
LS일렉트릭은 전력과 자동화 분야에서 확보한 기술력에 정보통신기술(ICT)을 적용한 융‧복합 스마트 솔루션을 앞세워 소규모 지역에 전력을 자급자족할 수 있는 차세대 전력망 마이크로그리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LS일렉트릭의 청주 스마트공장은 지난해 말, 세계경제포럼(WEF)으로부터 ‘세계등대공장(Lighthouse Factory)’에 선정됐다.
이는 포스코 이후 대한민국 두 번째 사례다. 어두운 바다에 ‘등대’가 불을 비춰 배들의 길을 안내하듯, LS가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 4차산업혁명을 견인할 핵심 기술을 적극 활용해 새로운 제조업의 성과 모델을 만들어 내는 공장이라는 것을 세계적으로 인증받은 쾌거다.
이러한 스마트공장 핵심기술은 LS가 구축한 오픈 플랫폼인 테크스퀘어 등을 통해 중소기업에 공유되고 있으며, 우리나라 제조업 경쟁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여 동반 성장에도 기여할 것으로 보인다.
LS니꼬동제련은 그룹의 디지털 전환(Digital Transformation) 과제의 일환으로 2016년부터 생산 전 과정을 통신으로 연결해 공정이 자동으로 이뤄지는 스마트팩토리 시스템, ODS(Onsan Digital Smelter)를 추진 중이며, 지난해 말에는 아시아 최초로 ‘카퍼마크(Copper Mark)’ 인증을 취득했다. ‘카퍼마크’는 동광석 채굴부터 판매에 이르기까지 모든 과정에서 환경과 인권을 보호하고 지역상생, 윤리경영 등의 기준을 준수한 기업에게 수여하는, 유일한 ‘동산업계의 ESG 인증시스템’으로 여겨진다. 미국과 유럽연합(EU) 등이 ESG 관련 기준을 강화하는 추세여서 세계시장 공략도 탄력 받을 전망이다.
LS는 최근 주요 계열사 중 하나인 LS니꼬동제련의 2대 주주 JKJS가 보유한 49.9% 지분을 9300억원에 사들인다는 내용의 주식매매계약서(SPA)를 체결했다. 최근 구리 가격 상승으로 LS니꼬동제련의 실적이 호조를 보이고 있고, 전기동(銅)을 주요 자재로 다루는 그룹내 계열사와의 사업 시너지가 예상됨에 따라 회사의 기업 가치 및 주주 가치가 더욱 제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친환경 에너지 기업 E1은 지난해 ‘신재생 민자발전 사업팀’을 신설한 후 6월에 강원 정선에 8MW(메가와트)급 태양광 발전단지를 준공하는 등 발전 사업자로서 신재생에너지 사업 분야 진출을 본격화하고 있다. 또한 LPG 저장기지 및 충전소 부지를 활용한 태양광 발전 사업을 확대하고, 46MW급 영월 풍력 발전 사업도 착공에 들어가는 등 신재생에너지 사업 영역을 다각화 중이다.
아울러 E1는 환경부와의 업무 협약을 통해 현재 서울과 경기 등 수도권에 있는 기존 LPG 충전소 3곳을 수소충전시설을 구비한 복합 충전소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고, 지난 9월에 출범한 수소기업협의체에도 참여해 현대차, SK 등 주요기업들과 함께 수소 분야 사업협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에너지 공급자’로서의 역할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 구자은 회장, 젊은 조직 운영 예고
지난 1월 취임한 구자은 회장은 일찌감치 '젊은 조직' 운영을 예고했다. 조직원들을 'G' 영역에서 중요시하는 이해관계자로 보고 있어서다. 일단 조직 문화와 성과보상체계의 변화를 꾀하고 있다. 젊우 우수한 인력의 이탈을 막기 위해 LS 직원들의 사고·업무·성과 등을 계량화해 맞춤형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즉각적인 성과 보상을 원하는 젊은 직원들의 수요를 반영해 평가 기간을 연 단위에서 분기 단위로 바꾼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데이터 기반 인사관리(HR) 조직인 '피플랩'을 운영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피플랩은 임직원의 기본 인적 정보 관리를 넘어 생산성과 직무 만족도 등을 데이터화해 관리하는 조직이다.
회사 관계자는 “그룹의 경영 철학인 'LS파트너십'으로 임직원 모두가 합심하여 ESG 경영과 고객 및 주주 가치 제고에 더욱 박차를 가하는 등 LS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하는 한 해로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구자은 회장은 취임 이후 '양손잡이 경영'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기·전력·소재 등 기존 주력 사업과 친환경·인공지능(AI)·사물인터넷(IoT) 등 미래 선행 기술을 동시에 준비해 시너지를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현장 행보를 강화한 것도 그 일환이다. 미래 성장동력과 주력 사업 분야 현장을 직접 둘러보고 현안에 대한 보고를 받으며 그룹의 미래 경쟁력을 제고하고 지속성장을 위한 해법 모색에 나선 것이다.
오는 7월까지 석 달에 걸쳐 충청·경상·전라권 전국 14곳의 자회사·손자회사 사업장을 방문하는 현장 경영 계획도 세웠다. 구 회장은 취임식에서 “한 손에는 전기·전력·소재 등의 앞선 기술력을 다른 한 손에는 AI·빅데이터·IoT 등 미래 선행 기술들을 기민하게 준비해서 고객중심 가치의 솔루션을 균형 있게 제공하는 기업으로 거듭날 것”을 밝혔다.
LS그룹은 조만간 지속 가능 경영 보고서 발간을 통해 그간의 ESG 활동 성과를 모색할 예정이다. LS 관계자는 “구자은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발하는 LS는 전 세계적 에너지 대전환 시대에 기존 강점을 지닌 전기·전력 인프라와 에너지 솔루션을 바탕으로 그룹의 제2의 도약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