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현대자동차 노동조합(노조)이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가운데 사측은 교섭 재개를 요청하며 설득에 나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 중앙노동위원회는 이날 오전 현대차 노조의 노동쟁의 조정 신청건에 대해 2차 조정회의를 열고, 양측의 입장차가 크다고 판단해 조정 중지 결정을 내렸다.
앞서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가 지난 1일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는 찬성률 71.8%로 가결됐다. 찬반투표에는 재적인원 4만6568명 중 4만958(88%)가 참여했다.
중앙노동위가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림에 따라 현대차 노조는 합법적인 파업권을 확보한 것이다. 현대차 노조는 5일 1차 쟁의대책회의를 열고 파업 날짜와 형태 등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 결정한다는 방침이다.
현대차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경우 2019년 이후 4년 만이다. 기아 노조는 현대차 노조와 공동투쟁하기로 했다.
현대차 노조는 올해 교섭에서 기본급 16만5200원(호봉승급분 제외) 인상, 순이익 30% 성과급 지급, 수당 현실화, 임금피크제 폐지, 정년연장, 신규인원 충원 등을 요구하고 있다.
임금 인상 제시안은 작년(7만5000원)의 두 배가 넘으며, 성과급 요구안은 작년 당기순이익(5조7000억원) 기준 1인당 2400만 원 규모다. 임금 인상이 최대 쟁점인 가운데 미래산업 대비 신공장 건설도 요구하고 있다.
사측은 신공장 건설에 대해 "현실성이 떨어진다"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다만 현대차 노조의 파업 강행 가능성이 높아지자 사측은 담화문을 발표하며 설득에 나섰다.
이동석 현대차 대표이사는 이날 교섭 재개 요청 후 담화문을 통해 "조속한 교섭 재개로 대내외 우려를 불식시키고, 원만히 마무리하기 위한 논의를 이어나가자"고 제안했다.
이동석 대표이사는 "지난 수년간 코로나19, 반도체 수급난, 지정학적 위기 속에서도 전 직원 노력으로 실적 개선과 품질, 상품성 등에 있어 세계가 주목하는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다"고 했다.
또 "기회 요인도 있지만, 스태그플레이션 우려와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08년 금융 위기 이상의 경기침체가 예고되고, 내부적으로는 반도체 수급난, 화물연대 파업 등으로 상반기에만 8만∼9만 대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도 현실"이라고 했다.
업계에서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난 등으로 현대차가 어려운 상황이지만, 노조가 파업을 강행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현재 현대차 안현호 노조위원장은 '강성'으로 유명하기 때문이다. 안현호 위원장은 금속연대 출신으로 1998년 정리해고 투쟁 당시 현대정공노조 위원장으로 현대차 노조와 연대 총파업을 이끌었다. 2007년에는 현대차 성과급 관련 시무식 난동 사건으로 구속된 전력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 노조의 파업 가능성을 80% 이상으로 본다"며 "자동차 업계가 어느 때보다 어려운 상황에서 사측이 노조 측의 요구안을 수용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