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쌍용자동차의 전설적인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무쏘'의 DNA를 이어 받은 '토레스'는 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아날로그 감성이 풍기면서도 세련된 디자인은 SUV를 선호하는 소비자라면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 정도로 멋있었고 우려했던 주행 성능은 괜한 걱정일 뿐이었다. 쌍용차 개발자들이 토레스를 자신 있게 추천했던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자는 지난 5일 인천 영종도 네스트호텔에서 열린 쌍용차 토레스 시승 행사에 참석했다. 영종도에서 송도의 한 카페를 찍고 돌아오는 왕복 86km 구간을 운전자와 동승자 입장에서 주행한 결과 토레스는 완벽에 가까운 SUV였다.
토레스의 첫 인상은 '생각보다 큰 몸집'에 웅장한 느낌이 들었다. 사진으로 접했을 때보다 훨씬 육중한 차체를 과시했다.
토레스의 크기는 전장(길이) 4700mm, 전폭(너비) 1890mm, 전고(높이) 1720mm다. 경쟁 차량으로 지목되는 스포티지(전장 4660mm 전폭 1865mm 전고 1660~1680mm), 투싼(전장 4630mm 전폭 1865mm 전고 1665mm)과 비교해 좀 더 크다.
쌍용차 'Powered by Toughness'(파워드 바이 터프니스) 디자인 철학이 처음으로 적용된 토레스의 외관은 무쏘 후속 모델답게 터프한 '상남자'의 향기를 풍겼다.
특히 브랜드 엠블럼을 지우고 토레스의 레터링을 새긴 프론트 엔드는 그간 쌍용차의 다소 투박한 이미지를 완전히 상쇄시켰다. 여기에 전면의 버티컬 타입 라디에이터 그릴이 세련된 느낌을 더했다.
이강 쌍용차 디자인 담당은 "전면부 디자인은 성벽의 포를 쏘는 부분에서 착안했다"며 "굉장히 마음에 들어 이걸로 하면 되겠다는 생각이 직관적으로 들었다"고 말했다.
측면은 정통 SUV 느낌을 한껏 끌어올리기 위해 각진 형태의 휠아치 가니쉬가 적용됐으며, 승하차를 도와줄 사이드 스텝도 자리했다.
C필러에는 열쇠로 열어 수납이 가능한 사이드 스토리지 박스가 있다.
후면은 스페어 타이어를 형상화한 디자인이 적용돼 강인함을 배가시켰다.
실내 디자인은 탄성이 나올 정도로 큰 변화를 보여줬다. 토레스에 앞서 출시됐던 쌍용차의 자동차들은 실내 공간의 구성이나 연출, 기능 부분에서 아쉬움을 남겼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토레스는 기자가 쌍용차에 갖고 있던 통념을 완전히 깨부셔줬다.
새롭게 다듬어진 가로로 긴 디지털 클러스터와 개방감을 더한 대시보드 구성은 세련됨 그 자체였고 실제 차량의 공간을 더욱 넓게 보이게 했다.
또한 소재와 각 부분의 연출 등에 있어서도 한층 진보한 느낌을 받았다.
깔끔하게 다듬어진 12.3인치 중앙 디스플레이에는 내비게이션과 나침반, 아날로그 시계 화면이 나왔다.
공조와 주행 모드 등의 모든 조작은 중앙 디스플레이 아래 8인치 디지털 통합 컨트롤 패널로 가능했다.
에어컨이나 라디오 조작을 위한 물리적 버튼을 없애면서 깔끔한 분위기를 강조했다.
실내 공간은 큰 차체만큼 넉넉했다. 실제 토레스의 1열 공간은 레그룸을 물론이고 헤드룸이 넉넉해 키 180cm 이상의 성인도 불편함이 없을 정도다.
2열 공간도 편안함은 물론 머리와 천장 사이의 여유 공간이 충분했다. 1열과 2열 좌석 간 거리도 넉넉했다.
트렁크 적재공간은 703ℓ 골프백 4개와 보스턴백 4개를 수납하고도 자리가 남을 정도였다. 2열 폴딩 시에는 1662ℓ까지 늘릴 수 있다.
2열 좌석을 접으니 성인 남성이 누울 수 있는 공간이 나오면서 최근 유행하고 있는 차박도 가능해 보였다.
특히 토레스의 주행 성능은 기자의 상상 그 이상이었다.
토레스는 1.5ℓ 터보 가솔린 엔진(e-XGDi150T)과 3세대 아이신 6단 자동 변속기가 조합돼 최고출력 170마력과 최대토크 28.6kg·m의 성능을 발휘했다.
일상주행에서 이뤄지는 60~100km대 속도에선 부드러움을, 120km 이상 고속도로 주행에선 예상을 뛰어넘는 강력한 힘을 자랑했다.
주행 모드는 일반과 스포츠로 나뉘며 운전자 주행 스타일에 따라 선택이 가능했다.
주행간의 승차감과 정숙성 또한 매우 훌륭했다. 큰 몸집에 비해 바람과의 마찰로 인한 풍절음은 딱히 귀에 거슬리지 않았다.
쌍용차 측은 "흡·차음재를 적절히 적용해 소음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또한 렉스턴 스포츠 칸 등에서 아쉬웠던 브레이크도 개선돼 우수한 제동력을 자랑했다. 급제동 순간에도 풀브레이크 밟지 않아도 안정적인 제동이 가능했다.
연비도 뛰어났다. 시승차는 4WD(사륜구동) 모델로 공인 복합연비가 10.2㎞/ℓ였는데 실제 연비를 측정한 결과 11.8km/ℓ를 기록했다.
토레스의 트림별 가격은 T5 2740만 원, T7 3020만 원이다.
오랜 시간 어려움을 겪은 쌍용차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토레스 시승을 통해 쌍용차 개발진의 땀과 노력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멋있는 디자인, 우수한 주행성능, 합리적인 가격 등 토레스는 더할 나위 없는 훌륭한 SUV였다. 과연 토레스가 쌍용차의 전설 무쏘를 뛰어 넘는 새로운 전설로 등극할 수 있을지 매우 기대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