펫보험 활성화는 반려인들과 보험업계의 오랜 숙원 사업으로 꼽힌다. 펫보험 관련 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 토론회가 여러 차례 열리기도 했다. 본지는 그간 진행된 토론회 자료를 토대로 어떤 부분이 달라졌는지 살펴봤다.
18일 한국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1조8000억원 수준이었던 국내 반려동물 산업 시장 규모는 올해 4조2000억원으로 135%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오는 2027년에는 6조원 규모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려동물 시장은 나날이 성장하고 있지만 펫보험 가입률은 2020년 기준 0.25%로 매우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 가입률과 비교하면 0.1%에서 약 0.15%포인트 오른 수준이다.
독일, 미국, 영국, 캐나다, 일본 등 펫보험이 널리 보급돼 활성화되어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의 펫보험은 걸음마 수준이다. 이에 펫보험을 활성화하려는 노력들이 이어졌지만,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산적한 상황이다.
우리나라에서 반려동물보험 관련해 동양화재(現 메리츠화재)가 2005년에 펫보험을 처음으로 출시했다. 이후 많은 보험사가 펫보험을 출시했지만 높은 손해율로 인해 철수하는 일이 반복돼 왔다. 펫보험이 본격적으로 확대되기에는 여러 한계점이 존재한다.
◆ 펫보험 활성화 위한 정책토론회…무엇이 달라졌나
한계점을 극복하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도 펫보험 활성화 대안들을 논의해왔다. 실제 지난 2017년 정재호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열린 '반려동물보험 활성화를 위한 과제' 토론회에 이어 2022년 8월 9일 허은아 국민의힘 국회의원의 '반려동물보험 활성화 정책토론회'가 열렸다.
2017년 개최된 토론회에선 동물 치료의 표준 진료비 부재, 동물 의료수가제도 정비, 동물의약품 분야의 의약분업 도입 등을 논의했다. 특히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표준수가제 도입이 가장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당시 발제자로 나선 지연구 보험개발원 팀장은 "1999년 동물 의료수가 제도 폐지로 인해 적정 진료비에 대한 궁금증이 높아졌다"며 "이른바 '부르는 게 값'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보험회사가 진료비를 추정하는 것이 용이하지 않고, 과잉 진료 여부도 확인이 곤란하다"며 "진료항목별 표준수가제, 진료비 공시, 진료코드 관리 등을 시행해 진료비 표준화에 나서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이달 9일 열린 토론회에서 발제를 맡은 심준원 반려동물보험연구소 소장 겸 펫핀스 대표는 "당시 토론회에서 주장하는 진료비 표준화는 동물 의료수가제를 말한다"며 "수가제는 수의사들과 합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에 제도를 도입할지 안 할지는 오늘 결정할 문제는 아니다"고 말했다.
이어 "수가제보다는 반려동물 질병코드와 진료항목 표준화 정책을 우선 진행하는 것이 정상적인 순서"라며 "일본 최초 펫보험전문 보험사인 애니콤손해보험사는 보험금청구 데이터를 통해 질병코드를 정착시켰고, 일본 농림수산성이 이를 국가표준으로 채택한 바 있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발제자로 참여한 정지연 소비자연맹 사무총장은 "동물병원 이용 시 진료비 관련 정보비대칭 문제와 높은 진료비용 청구로 소비자 피해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며 "진료비 사전 고지를 통해 투명성을 확대하고 진료비 모니터링을 실시해 정보제공을 강화해야 한다"고 전했다.
이미 해외에서는 진료비 사전 고지제를 법으로 규정했다. 농림축산식품부가 2017년 말 발표한 '반려동물 산업 활성화를 위한 소비자 진료비 부담 완화 방안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캐나다, 영국, 싱가폴 등 해외에서는 진료비 사전 고지제를 법으로 규정해 시행하고 있다. 이에 따라 수의사들은 진료를 시작하기 전 소비자들에게 진료비용을 고지하고 동의를 얻은 후에 치료를 시작해야 한다.
아울러 2017년 토론회에서 윤일섭 한국애견협회 이사와 지연구 팀장은 펫보험 활성화를 위해선 동물등록제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생체인식 등 반려동물 개체 식별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제도개선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내놨다.
반면 최근 토론회에서 심 대표는 "최근 동물등록제를 대신하는 여러 가지 생체 기술에 대해 논의가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다"며 "다만 생체인식 등 개체식별은 보험활성화와 관련이 없기 때문에 동물보건기구(OIE) 국제표준인 '내장형무선식별장치(RFID)로 통일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과잉진료, 허위진료는 똑같이 발생하는 문제로 생체인식기술이라고 달라질게 없다"며 "생체인식기술은 동물등록제의 보조수단으로 사용이 가능할 수 있으나 보험활성화와는 전혀 관련이 없다"고 덧붙였다.
개물림 사고와 관련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는 논의도 이루어졌다. 매년 119구조대가 개물림 사고로 이송한 환자는 2000명이 넘는다. 일평균 6회 이상 개물림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 반려동물이 사람을 공격하는 사고가 잇따르면서 반려동물 배상책임보험 활성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됐다.
심 대표는 "모든 개는 물 수 있다. 교통사고 가능성에 대비해 자동차보험 가입을 의무화하는 것처럼, 개물림 사고에 대비해 배상책임보험을 의무화해야 한다"며 "배상책임보험이 의무화되면 진료비를 보장하는 펫보험에 대한 관심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