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환경이라는 키워드를 경영 전면에 내세운 건 30년 만이다. 지난 1992년 '삼성 환경선언'을 통해 환경 문제에 대한 투자 의지를 밝히고 산업 현장에서 각종 환경 문제를 추방하는 '클린 테크, 클린 라이프' 운동을 전개했다.
2005년 삼성의 5대 경영 원칙 중 하나로 지정한 '환경 중시'나 2009년 나온 '녹색경영비전'도 삼성 환경선언에서 파생됐다. 이번에 나온 신환경경영전략은 친환경 생태계 구축에 적극 나서는 완성판 환경 전략으로 보인다.
◆2050년 전사 탄소중립 달성...재생 에너지 전환
삼성전자는 2030년 세트 사업을 담당하는 DX부문부터 탄소중립을 우선 달성한 뒤 반도체 사업인 DS부문을 포함한 전사가 2050년을 목표로 최대한 조기 달성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현재 삼성전자가 직접 배출하는 탄소(스코프1)는 주로 반도체 제조 공정에서 발생하는 공정가스와 LNG 등 연료 사용에 따른 것으로 파악된다. 일단 스코프1을 줄이기 위해 2030년까지 공정가스 처리 효율을 개선할 신기술을 개발하고 처리 시설을 라인에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LNG 보일러 사용을 줄이기 위해 폐열 활용을 확대하고 전기열원 도입 등도 검토한다.
또 RE100에 가입해 전력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탄소 간접 배출(스코프2)을 줄인다는 목표다. RE100은 2030년까지 전력 사용량의 100%를 재생 에너지로 전환한다는 글로벌 이니셔티브다. 삼성전자는 2050년까지 사용 전력 재생 에너지 전환을 추진하기로 했다.
우선 5년 내에 모든 해외사업장에서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서남아와 베트남은 2022년, 중남미 2025년, 동남아∙CIS∙아프리카는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완료한다. 이미 재생에너지 목표를 달성한 미국, 중국, 유럽의 경우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자와 직접 체결하는 재생에너지공급계약(PPA)을 확대해 나가기로 했다.
DX 부문은 국내외 모두 2027년까지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을 추진한다. 삼성전자 측은 "반도체 생산라인을 계속 증설하고 있어 전력 사용량이 늘어날 수 밖에 없지만 불확실성 속에서도 탄소 감축이라는 전 지구적 노력에 동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초절전 제품∙자원재활용…"삼성제품 사용만으로 환경 개선"
삼성전자는 그동안에도 제품 출시 때마다 친환경 기조를 유지해왔다. 전력 효율을 높이거나 폐그물을 재활용해 포장재에 활용하는 식이다. 앞으로는 초저전력 기술을 개발해 제품 사용 단계에서 발생하는 탄소 배출을 저감할 수 있게 할 예정이다. 삼성전자의 제품을 사용하는 것만으로 탄소배출 저감에 동참하는 활동이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일단 제품 측면에서는 스마트폰, TV, 냉장고, 세탁기, 에어컨, PC, 모니터 등 7대 전자제품의 대표 모델에 저전력 기술을 적용해 2030년 전력소비량을 2019년 동일 성능 모델 대비 평균 30% 개선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고효율 부품(압축기·열교환기·반도체) 적용 △AI 절약모드 도입 등 작동 알고리즘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이런 목표를 달성할 방침이다.
반도체 부문에서는 초저전력 기술 확보를 통해 2025년 데이터센터와 모바일 기기에서 사용되는 메모리의 전력 소비량을 대폭 절감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원료부터 폐기∙재활용까지 전자제품의 모든 주기에 걸쳐 자원순환성을 높이는 프로젝트에 돌입한다. 재활용 소재로 전자제품을 만들고 다 쓴 제품을 수거해 자원을 추출한 뒤 다시 이를 제품의 재료로 사용하는 '자원 순환 체제'를 만드는 것이 목표다.
2030년까지 △플라스틱 제품에 재생레진 적용 확대 △폐배터리 광물 추출 후 재활용 체제 구축 △폐제품 수거 체계 활용 국가 180여 곳으로 확대 △중고 스마트폰 회수·업사이클링 프로그램 등도 그 일환이다. 이를 위해 재활용 기술과 제품 적용을 연구하는 조직인 '순환경제연구소'도 설립했다.
삼성전자는 이밖에도 협력사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 수립, 이행 등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스코프3까지 관리한다는 입장이다. 스코프3은 협력사 등 기업의 소유 자산을 제외한 간접 배출을 뜻한다. 또 2027년까지는 모든 업무용 차량(1500여 대)을 100% 무공해차(전기∙수소차)로 전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최초 탄소포집연구소 설립..."2030년 사업장에 CSS 적용"
삼성전자는 환경 문제에도 초격차 기술력과 역량을 결집한다는 계획이다. 특히 탄소 배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탄소 포집∙활용(CSS)기술,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에 집중할 에정이다.
먼저 CSS 기술을 2030년 이후 반도체 제조시설에 적용한 뒤 전사와 협력사까지 확대 적용할 방침이다. CCU는 산업체나 발전소에서 배출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한 뒤 가스전이나 석탄층 등에 저장하고 이를 고부가가치 제품 등으로 바꾸는 기술을 뜻한다. 탄소 중립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꼽힌다.
삼성전자는 CSS 기술을 개발·상용화하기 위해 반도계 업계 최초로 작년 9월에 종합기술원 내 탄소포집연구소를 설립했다. 삼성전자의 CSS 기술 개발이 결실을 맺으면 반도체 업계 공통의 탄소 배출 문제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고 반도체 산업의 친환경성을 제고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또 사업장의 자원순환성 강화를 위해 수자원 순환 활용 극대화에 나선다. 특히 반도체 국내 사업장에서는 '물 취수량 증가 제로화'를 추진한다. 반도체 라인 증설로 반도체 사업장의 하루 취수 필요량은 2030년 현재의 2배 이상으로 늘어날 예정이지만 용수 재이용을 최대한 늘려 2021년 수준으로 동결한다는 계획이다.
DX부문도 수처리 시설 고도화로 용수 재이용을 확대하는 한편 2030년까지 글로벌 수자원 발굴 프로젝트와 수질 개선, 하천 복원사업 등을 통해 물을 쓴 만큼 100% 사회에 다시 돌려줄 예정이다. DS부문은 배출하는 대기와 수질의 오염물질을 최소화해 2040년부터는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거의 없는 '자연상태'로 처리해 배출하는 것을 목표로 정했다.
이밖에 대기를 오염시키는 미세먼지 저감 기술 개발에도 적극 나서 2030년부터 지역사회에 이를 활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19년 1월 미세먼지연구소를 설립하고 미세먼지 감지·분석·제거를 위한 다양한 신개념필터와 공기정화시스템 원천 기술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신환경경영전략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 2030년까지 총 7조 원 이상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는 재생에너지 목표 달성에 필요한 비용을 제외한 수치다.
삼성전자 한종희 대표이사 부회장은 "기후위기 극복과 순환경제 구축은 기업, 정부, 시민 모두의 참여가 필요한 우리 시대 최대의 도전"이라며 "삼성전자는 혁신기술과 제품을 통해 밸류체인 전반에 걸쳐 친환경 생태계 구축을 가속화하는 촉매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