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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하이닉스 "내년 투자 축소해 수급 조정...美반도체 유예 조치도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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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은주 기자
2022-10-26 11:45:20

3분기 실적 컨퍼런스콜 개최..."올해 대비 내년 투자 50% 정도 축소"

[이코노믹데일리] SK하이닉스가 당분간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다고 보고 내년 상당한 규모의 투자 축소를 통해 수급 균형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미국의 중국산 반도체 장비 유예 조치에 대해서도 다양한 활로를 모색하겠다는 입장이다. 

◆"내년 투자, 올해 대비 50% 수준 감축해 불황 대비"

SK하이닉스는 26일 3분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내년 투자 축소 등의 조치를 통해 반도체 시장의 수급 균형을 맞출 계획이라고 밝혔다. 통상 3분기는 계절적인 성수기지만 올해는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감소하면서 유례없는 시장 약세 환경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다.

노종원 SK하이닉스 사업담당 사장은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 등 거시 경제 영향으로 급격한 수요 감소 상황에 직면하면서 투자 축소 등으로 대응했다"라며 "영향이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할 만큼 수급 불균형 상황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충북 청주시 흥덕구 소재 SK하이닉스 청주 공장 생산시설 단지도 [사진=SK하이닉스]


회사 측은 내년 투자 예산을 올해 대비 50% 또는 50%를 상회하는 규모로 감축하는 방향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올해 투자 규모는 10조원대였다. 이런 대규모 투자 축소는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수준의 규모라는 설명이다. 

또 올해 말 업계 재고 규모가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생산 증가를 위한 웨이퍼 케파 투자도 최소화한다는 방침이다.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수익성 낮은 제품 중심으로 생산량을 축소하고 팹 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제품 믹스와 장기 재배치도 고려할 것으로 보인다. 단기적으로 감산에 준하는 효과를 유도할 수 있는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겠다는 것이다. 

노 사장은 "다만 내년 웨이퍼 생산량이 올해 대비 줄고 첨단 공정도 당초 계획보다 낮아지더라도 향후 수요 성장 주도할 DDR5 등 신제품 양산 위한 필수 투자 지속해 고객 수요 대응에 차질 없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도체 수요 줄고 있지만 첨단 제품 개발 이상무" 

SK하이닉스는 미래 팹 운영의 효율성 높이기 위해 제품 믹스 및 장기 재배치 등을 고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일시적으로 웨이퍼 케파 감소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향후 수요 성장을 주도할 DDR5 등 신제품 양산을 위한 필수 투자는 지속해 고객 수요 대응에 차질이 없게 한다는 방침이다. 

회사 측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10나노 4세대 D램(1a) 등의 생산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다. 3분기 말 기준 D램(1a)나노미터는 전체 D램 생산의 약 2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전체 생산량의 60% 수준에 도달한 176단 4D 낸드는 전 응용 제품에서 판매 비중이 크게 증가해 원가 경쟁력 개선에 기여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밖에 지난 8월에는 238단 낸드 개발을 완료했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238단 4D 낸드 [사진=SK하이닉스]


박찬동 SK하이닉스 낸드마케팅 담당은 "3D 낸드 도입 초기에는 경쟁력 열세로 인한 개발 일정이나 원가 격차가 있었지만 128단 이후부터 양산성 및 성능 격차를 개선했고 176단에서 안정적으로 테크 전환에 성공했다"라며 "지난 8월 개발 완료한 238단 낸드의 경우 개발 및 양산에 크게 문제가 없을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2023년 중반부터 양산을 시작, 공급할 계획이다"라고 밝혔다.

솔리다임에 대한 기대감도 강조했다. 솔리다임은 인텔 낸드 사업부 인수를 계기로 출범한 미국 자회사다. 인수 3개월 만에 양사 기술력을 결합한 신제품을 공개하는 등 SSD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 1분기 최대 매출을 견인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이번 분기엔 큰 시너지를 내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사 관계자는 "솔리다임이 아직 비상장 상태인 만큼 3분기 실적을 특정해서 얘기하기는 어렵지만 연초 예상과 달리 현재 시황이 좋지 않은 상황인 만큼 솔리다임에 대한 실적도 나빠지고 있다"라며 "인텔의 부문이었다가 홀로서기를 하는 과정에 있는 탓에 급격한 시장 변화에 적극 대처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던 것은 사실로, 전체 낸드 시장의 경쟁 지형을 고려해 추가적인 조정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美반도체 장비 유예 조치 관련 다양한 시나리오 마련"

SK하이닉스는 미국의 대(對)중국 반도체 수출 규제와 관련해서도 각국 정부와 고객, 파트너사 등 이해관계자와 협력해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하고 사업 연속성 확보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래픽=이코노믹 데일리 DB]


앞서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일 경우 수출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 시설의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유예 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 공장과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미국 상무부가 한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하면서 SK하이닉스도 한숨 돌리게 됐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추가 절차 없이 중국 현지 공장에 장비 공급을 계속할 수 있게 된 것이다. 

SK하이닉스 측은 "여러 가지 정치적 이슈들이 비즈니스 의사결정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다"라며 "미국 정부가 향후 1년간은 라이선스 확보 의무 등을 유예한 상황으로, 이 조치가 1년씩 연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확실하지 않다"라고 말했다. 

특정 지역에서 제품을 생산, 공급하던 방식이 그간 효율적으로 평가 받았지만 불확실한 상황이 대두되는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생산 거점 다변화를 검토해야 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도 내비쳤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지금 현재 생산 베이스에 대해서 큰 변화를 주는 것은 쉬운 상황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회사 측은 "장비를 한국으로 가지고 오는 방법 등 다양한 시나리오를 검토하고 있다"라면서 "올해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불확실성이 증폭되고 있지만 안정적인 반도체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면서 글로벌 반도체 업계의 리더십을 보여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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