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무부는 최근 한국 기업이 보유하고 있는 중국 현지 공장에 대해서는 수출 통제 조치를 1년 유예하겠다는 입장을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1년 동안은 추가 절차 없이 중국 현지 공장에 장비 공급을 계속할 수 있게 한 것이다.
앞서 지난 7일 미국 상무부는 중국 내에서 생산되는 18나노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 14나노 이하 로직반도체에 대한 장비 수출을 통제하겠다고 밝혔다. 14nm 이하 로직 반도체 기술 및 생산 장비 등도 대중 수출 통제 범위에 들었다.
특히 중국 내 생산 시설이 중국 기업 소유일 경우 수출도 전면 금지하기로 했다. 다만 외국 기업이 소유한 생산 시설의 경우 개별 심사를 통해 유예 결정을 내리기로 했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중국 우시와 다롄에 각각 D램 공장과 낸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을 운영중이다. 쑤저우에는 후공정 공장을 가동하고 있다.
SK하이닉스 등은 미국 상무부의 승인 절차를 준비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반도체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장비 공급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혀온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의 경우 128단 4D 낸드를 주력 제품으로 하고 있는 만큼 미국 정부의 통제 조치에 포함된다면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었다.
회사 관계자는 “중국에서 반도체 제품 생산을 지속할 수 있도록 미국과 원만하게 협의가 됐다”라며 “앞으로도 우리 정부와 함께 미국 상무부와 긴밀히 협의해서 국제질서를 준수하는 범위 내에서 중국 공장을 운영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1년 후다. 일단 한숨 돌리게 됐지만 이번 조치가 1년 뒤에도 계속 적용될지는 알 수 없는 탓이다. 미국 정부가 한국 정부와 꾸준히 협의하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미국 우선주의 원칙에 따라 언제든지 정책 방향이 바뀔 수 있어서다.
외신들도 미국의 조치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반도체가 다양한 기술의 집합체인 점을 고려하면 중국 기업이 미국 설계 도구를 사용하지 않으란 법이 없다는 것이다.
미국 경제방송 CNBC는 "대만과 한국은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시장의 약 80%를 차지하고, 미국은 설계 도구 분야에서 강세를 보이고 있다"라며 "중국 기업이 미국 설계 도구를 사용했다면 미국 기업에도 (미국의 수출 제한 조치를) 적용될 수 있는 만큼 미국 정부가 겨냥하고 있는 중국을 넘어 글로벌 반도체 공급망의 다른 부분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