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본 자동차의 '자존심'인 렉서스가 올해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선 하이브리드차를 고집하는 렉서스의 판매 전략을 부진 이유로 꼽았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렉서스는 올해 1월부터 9월까지 4922대를 판매하며 지난해 같은 기간(7476대)보다 2500대 이상 감소한 실적을 기록했다.
토요타의 프리미엄 브랜드 렉서스의 국내 판매량은 지난 2010년 3875대로 시작해 2018년 1만3340대까지 매년 꾸준히 증가했다. 이후 2019년 이른바 '노노재팬(일본 제품 불매운동)' 영향으로 1만2241대까지 판매량이 떨어진 뒤 2020년 8911대로 줄었다. 다만 2021년엔 9752대를 기록하며 1만대 판매를 목전에 두기도 했지만 올해 다시 위기를 맞았다.
특히 렉서스의 대표 모델 'ES300h'는 3000대도 채 팔리지 않으며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40% 가까이 감소했다.
ES300h 판매량 감소는 렉서스의 전체 판매량 감소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타격이 크다. 현재 ES300h는 렉서스 판매량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ES300h는 총 6746대 판매되며 렉서스 전체 판매량(9752대)의 69%를 차지했다.
렉서스 판매량 감소와 관련해선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렉서스 뿐만 아니라 BMW, 메르세데스-벤츠를 제외한 대부분 수입차 브랜드가 반도체난 여파로 판매량이 감소했다.
그러나 렉서스 판매 부진에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바로 렉서스의 하이브리드차를 향한 '고집'이다. 렉서스는 최근 자동차 시장의 트렌드가 '전기차'임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전기차를 내놓지 않는 아집을 부리고 있다.
그나마 지난 6월 전기차 'UX300e'를 출시했지만 233km라는 짧은 주행거리로 출시 직후부터 냉정한 평가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아이오닉 5'의 주행거리 429km와 비교했을 때 턱없이 부족한 성능이다. 가격마저 5490만원(보조금 100% 지급)으로 책정해 경쟁력도 떨어진다.
렉서스 관계자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져 있지 않은 상황에서 전기차를 출시하면 고객 불편함이 클 수 있기 때문에 지금은 전기차의 탄소 저감 장점과 내연 기관의 편리함을 동시에 이용할 수 있는 하이브리드가 제격"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관계자는 "렉서스가 하이브리드의 절대 강자로 자리 잡은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라면서도 "제대로 된 전기차를 하루빨리 출시해 시대 흐름에 따라갈 필요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