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조현범 한국앤컴퍼니㈜ 회장 '원 톱 체제'가 출범한 지 반 년을 넘긴 가운데 그의 경영능력이 시험대에 올랐다. 이른바 '형제의 난'을 거치며 경영권을 완전히 손에 넣었지만 아직 뚜렷한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 3일 한국앤컴퍼니가 발표한 2022년 3분기(7~9월) 경영 실적에 따르면 이 회사 연결 매출은 2810억원, 영업이익은 748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은 15.4%, 영업이익은 12.2% 각각 증가했다.
올해 9월까지 누적 실적 또한 두 자릿수 성장률을 보인다. 한국앤컴퍼니 1~9월 매출은 지난해보다 20.9% 증가한 8595억원을 나타냈다. 이 기간 영업이익은 14.0% 늘어난 2215억원이다.
조 회장은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에 재선임되며 형 조현식 고문을 꺾고 왕좌를 차지했다. 단독 체제 수립 이후 성적표가 2분기(4~6월)와 3분기에 해당하는 점을 고려하면 조 회장 리더십 검증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상황을 들여다 보면 낙관하기만은 어렵다. 한국타이어의 올해 3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조2997억원, 1924억원이다. 앞선 2분기는 물론 전년(2021년) 대비로도 성장했으나 연간 누적 실적 기준으로는 그렇지 못하다.
한국타이어의 1~9월 매출은 지난해 5조2526억원에서 올해 6조1303억원으로 16.7% 증가했다. 완성차 생산이 회복 국면에 접어들며 신차용 타이어 판매가 늘어난 영향이다.
반면 이 기간 영업이익은 5538억원에서 4937억원으로 10.9% 감소했다. 수익성이 떨어졌다는 얘기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와 중국의 '제로 코로나' 방역 정책에 따른 지역 봉쇄, 물류비용 상승 등 대외 여건이 악화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한국타이어는 수익성 감소의 가장 큰 원인으로 '내부 문제'를 지목했다. 국내 사업장 생산직 노동조합의 '게릴라성 파업'에 생산과 수출이 차질을 빚었다고 강조했다.
한국타이어에는 한국노총 산하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노동조합과 민주노총 금속노조 한국타이어지회가 설립돼 있다. 민주노총 노조가 소수였으나 최근 급격히 영향력을 키운 것으로 알려졌다. 복수노조 사업장에서 노조 간 조합원 확보 경쟁이 심화하면 공장 운영에 타격을 줄 수밖에 없다.
당장 지주회사인 한국앤컴퍼니 실적은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핵심인 타이어 사업이 흔들리면 지속 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다. 한국타이어는 내우외환에 직면한 상태인 데다 그룹 전반적으로 신사업 추진 속도 또한 더디다.
한국앤컴퍼니는 지난해 4월 차량용 배터리 업체 ㈜한국아트라스비엑스(아트라스BX)를 합병했다. 타이어 이외 사업으로 영역을 확장한다는 취지였다. 아트라스BX는 국내 납축전지 시장 점유율 2위에 세계 100개국 이상으로 수출하고 있다.
그러나 납축전지는 이차전지 시장에서 주류로 떠오른 리튬이온 배터리에 밀려 점점 영향력을 잃어가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출시되는 전기차 또는 하이브리드 전기차는 납축전지를 배제하는 추세다. 화재 위험이 적어 에너지저장장치(ESS)에 사용되는 사례도 있지만 충방전 효율이 낮다.
한국앤컴퍼니는 중장기 전략에 따라 친환경 배터리와 신재생에너지, 전동화 차량 부품·기술, 로봇과 물류 자동화 등을 신사업으로 내세웠지만 아직까지 구체적인 밑그림은 그려지지 않은 상황이다.
그런 가운데 조 회장은 내년 3월 말 경영권 분쟁에서 승리를 확정한 지 1년을 맞는다. 조 회장으로서는 이 무렵 구체적인 사업 구상을 내놓는 등 확실한 색채를 드러낼 필요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