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가 6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개최한 '한-베트남 비즈니스 포럼'에도 한-베 기업인 300여명이 참석해 양국 협력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한-베 수교 30주년과 응우옌쑤언푹 베트남 국가주석의 국빈 방한을 계기로 마련된 이날 행사에는 푹 주석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양국 고위급 관계자가 직접 참석해 기업인들을 격려해 의미를 더했다.
◆"한-베트남 관계 격상 환영...협력 분야 확대되길"
이번 정부 들어 처음 한국을 방문한 국빈이기도 한 푹 주석은 이날 행사에서 기조 연설을 통해 "한국과 베트남은 사회·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쉬지 않고 관계를 발전시켜왔다"라며 "한국은 베트남의 가장 큰 투자국이 될 정도로 양자 경제 협력은 중요한 지점을 맡고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對)베트남 해외직접투자(FDI)액은 약 800억 달러(약 104조 2800억원) 규모로 제1위 투자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한국이 중국, 미국에 이어 베트남의 제3대 교역국로 자리잡고 베트남이 미국, 일본에 이은 한국의 제4대 교역국으로 성장한 상태다.
양국 교역 규모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이라는 기대감도 내비쳤다. 푹 주석은 "양국 경제 교역 규모가 2023년 1000억 달러를 달성할 것으로 보인다"라며 "2035년도에는 1500억 달러 규모를 달성할 수 있도록 계속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계가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에너지 위기에 이어 글로벌 공급망도 붕괴되고 있다"라며 "인플레이션에 따른 성장 둔화, 많은 기업의 구조조정·생산망 재배치 등 어려운 상황이지만 베트남은 연대에 초점 맞추고 국제 통합과 조화할 수 있는 역량을 발휘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디지털 경제 전환에 따른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베트남은 재생 에너지 활용 등 글로벌 4차 산업 혁명에 어울리는 잠재력과 힘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인프라 시설 투자 등을 통해 국제 통합 방향에 기여하고 국제 통합을 주도하는 힘을 발휘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앞서 추 부총리는 인사말에서 해 한-베트남 양국의 수교 30주년을 맞아 앞으로 새로운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경제 안보 위한 공급망 협력 강화 등 새로운 전략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19 팬데믹 확산과 경제 블록화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협력의 중요성을 경험하고 있는 가운데 양국의 경제 안보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양국 간 공급망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추 부총리는 "베트남은 적극적인 외국인 투자 정책을 추진함과 동시에 큰 잠재력을 바탕으로 올해 7%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어 한국 기업인들의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다"라며 "그린 디지털 경제로의 도약을 위해 양국 간 투자 기술, 인적 교류 등을 강화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인사말과 기조연설이 끝난 뒤에는 푹 주석 임석 하에 양국 기업과 정부 간 무역 협력 강화와 디지털·그린 비즈니스 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식도 개최됐다. 대한항공과 베트남항공이 항공 노선 협력을 양해각서(MOU)를 체결하는 등 14건의 MOU가 진행되면서 참석자들의 박수 갈채를 받았다.
◆"베트남, 개방적 투자할 것...한-베 기업 윈윈 전략 필요"
이날 행사에서는 디지털과 그린 에너지 협력 방안 및 양국 간 지속 가능한 미래 협력 과제에 대해 논의가 이어졌다. 베트남 내 탄소 중립 필요성이 높아지는 가운데 한국의 인프라·투자 경험, 금융 자본, 다양한 솔루션 등이 더해진다면 또 다른 결과물을 도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발표자로 나선 정인섭 한화에너지 사장은 “제조업 위주로 성장해온 베트남은 탄소 감축 방안 달성에 고민하면서 최근 제8차 전력 개발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라며 "한국의 에너지 산업은 다양한 에너지원에 대한 솔루션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적인 베트남 에너지 전환 정책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사장은 이어 “양국 기업의 지속적인 협력을 위해서는 외국 투자자들이 신뢰할 수 있는 정책의 안정성이 필수 요소”라며 “대규모 인프라 사업을 위한 정부 신용 지원 정책이나 해외투자 유치를 위해 양국 정부가 지원을 아끼지 말아 달라”고 밝혔다.
이어진 패널 토론에서는 주현 산업연구원장을 좌장으로 심영우 롯데백화점 해외사업부문장, 서승현 신한금융지주 글로벌사업그룹장, 도 반 스 외국인투자청 부청장, 레 응옥 득 타잉꽁모터 부회장이 참여해 논의가 이어졌다.
토론 참석자 중 유일한 베트남 측 정부 관계자인 도 반 스 부청장은 "고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께서 말씀하셨던 '베트남에서 사업을 성공하고 싶으면 친구가 돼라'라는 말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그런 생각을 바탕으로 대우건설은 베트남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고 (베트남도) 많은 일자리가 생기는 등 도움을 얻었다"라고 지난 한-베 협력 관계를 회상했다.
그러면서 앞으로는 첨단 기술이나 신기술, 하이테크 기술, 청정 기술 등 한국이 보유하고 있는 앞선 기술 분야에서 지속적으로 협력하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단순히 기업의 이익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양국의 목표에 어울리는 상황에서 양국 국민의 삶의 질 개선에 기여할 수 있는 사업을 진행해야 한다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도 반 스 부청장은 "베트남 정부는 더욱 개방적으로 한-베 기업 모두가 이익을 누릴 수 있는 분야에서 계속 투자 유치를 진행할 것"이라며 "물론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고 어려운 일도 있겠지만 베트남 정부와 기획투자부 장관께서 베트남 투자 환경을 좀더 공평하고 투명한 방향으로 개선하고 발전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통신 인프라·데이터 인프라 연결·네트워크 보안 부문 등 디지털 분야 협력 △한국 기업의 밸류체인에 베트남 중소기업 포함 △소매·관광 등 베트남의 강점인 분야에서의 협력 등의 방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현재 한국은 대(對)베트남 투자액 중 거의 100%를 외국인직접투자(FDI) 방식으로 투자하고 있다"라며 "윈윈할 수 있는 베트남 기업을 선택해서 합작하는 방식으로 향후 한-베 기업의 윈윈 전략이 가능할 수 있는 방안을 고안해도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