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온라인·모바일 게임에 등장하는 '뽑기' 확률을 공개하라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이 또 다시 국회에서 불발됐다. 정치권 내에서 이용자 권익을 보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한편 일부 의원은 사실상 게임업체 입장만을 대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는 전날(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확률형 아이템 정보 공개를 의무화 하자는 내용의 게임법 개정안을 심사했지만 통과시키지 않는 것으로 결론냈다.
이번 게임법 개정안은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것이다. 현행 게임법에서 규정하는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확률 공개가 업체가 자의적으로 판단하는 '자율규제'인만큼 정보가 공개되지 않아 이용자들의 과소비와 사행심을 조장할 수 있다는 내용이다. 개정안에서는 '확률형 아이템'의 정의를 게임법에 신설하고 제작업자와 배급업자(퍼블리셔)에게 이와 관련한 표시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당초 새 개정안은 여야가 통과하기로 의견이 정리되고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해당 법안소위에서 김윤덕 더불어민주당 의원(문체위 간사)이 "게임업계의 자율규제가 잘 되고 있는 가운데 확률형 아이템을 법으로 규제하는 것은 산업에 피해가 갈 수 있다"며 강하게 반대해 결국 계류되는 결과를 낳았다.
게임업계에 자율규제가 시행되는 이유는 규제당국인 게임물관리위원회가 연간 100만건에 달하는 신규 게임을 일일히 파악할 수 없어서다. 지난 10월 넥슨 블루아카이브를 비롯해 게임물관리위원회의 게임물 등급 심사가 불투명하고·불공정하고·기준 없이 이뤄진다는 문제가 제기됐을 당시에도 언급됐던 바 있다. 이에 일부 이용자들을 중심으로 "고객인 게임 이용자가 뽑는 아이템의 확률 정보도 모르는 게 말이 되느냐"는 문제제기가 일었고, 정치권에서도 화답이 나와 개정안 발의가 이뤄졌다.
이용자뿐 아니라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관련된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한국게임학회는 21일 문체위 법안소위에서 심의된 게임법 개정안 관련 질의에 대해 김윤덕 의원 질의를 문제삼으며 △"자율규제가 잘 되는 와중"이라고 판단하는 근거는 무엇인지 △해당 발언이 민주당 당론인지 △개정안 통과가 산업에 피해가 간다고 주장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자율규제 체제에서 게임사가 신고하는 확률을 어떻게 검증할 수 있는지 △자율규제가 한국게임을 역차별하고 있는 상황은 어떻게 보는지 등을 되물었다.
위정현 한국게임학회 회장은 "자율규제는 산업계 스스로가 돈벌기 쉬운 방식에 안주해 게임산업의 혁신은 커녕, 퇴행화, 사행화를 촉진하고 있다"며 "확률형 아이템에 대한 정보 공개는 게임의 사행화를 막기 위한 최소한 조치"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