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산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가 연말 경기침체로 얼어붙었다. 여러 기업은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숨가쁘게 달려 왔다. 이코노믹데일리는 산업계 10대 뉴스를 되새김질하며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을 조망해 본다.
⑥바이든부터 빈 살만까지…총수들도 바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아라비아 왕세자를 비롯해 거물급 인사가 한국을 찾았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 최고경영자(CEO), 팻 겔싱어 인텔 CEO, 올리버 집세 BMW그룹 회장, 피터 베닝크 ASML CEO 등 글로벌 기업 CEO들도 한국행 비행기에 올랐다. 외국에서 온 VIP를 맞느라 주요 기업 총수들도 덩달아 바빴다.
바이든 대통령은 수백조원짜리 선물을 챙겨 돌아갔다. 지난 5월 20일 방한한 바이든 대통령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경기 평택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다. 방한 이튿날에는 기업인 초청 만찬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등 총수와 만났다. 2박 3일 간 방한 일정에서 기업은 미국에 대규모 투자를 약속했다.
11월 17일에는 사우디 최고 권력자인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해 기업인과 회동했다. 빈 살만 왕세자는 1시간 30분 남짓 이어진 면담에서 사우디 경제 개발 계획과 관련한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한·사우디 양국 정부와 기업은 이날 하루 동안 20건 넘는 계약·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⑦물가·환율·금리 '3高'에 돈줄 마르고 공급망 붕괴
하반기(7~12월)는 기업에게 혹독한 시기였다. 물가·환율·금리가 동시에 상승하는 '3고(高)' 현상이 나타나며 실적에 부담을 줬다.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촉발된 공급망 위기는 국제 정세 악화까지 겹치며 가중됐다.
생산 비용은 늘어나고 자금 조달은 어려워졌다. 물가가 오르니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았다. 소비시장 침체는 기업 간 거래(B2B)가 중심인 기업에까지 악영향을 미쳤다. 반도체·석유화학 업종이 대표적이다. 원·달러 환율은 1500원에 육박했는데 그나마 1200원대까지 내렸다. 환율이 오르면 해외에서 자재를 들여오는 비용이 올라간다. 통상 해외에서 한국산 제품 가격 경쟁력이 올라가지만 달러 강세가 세계적인 탓에 이러한 효과도 없었다.
내년에도 상반기(1~6월)까지는 '고난의 행군'을 이어갈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가 기준금리 인상 속도를 떨어뜨린다는 전망도 나오지만 한동안은 강(强)달러·고금리가 지속할 수 있다. 기업으로서는 당면한 실적 악화와 신사업 투자 재원 마련이라는 두 가지 숙제를 동시에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⑧이재용 회장 10년 만에 취임…'뉴삼성' 본격화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10월 취임했다. 2012년 부회장 직함을 단 지 10년 만이다. 이재용 회장은 2014년 부친인 고(故) 이건희 회장이 심근경색으로 쓰러진 이후 삼성 총수 역할을 해왔다. 이재용 회장 취임으로 '뉴삼성(새로운 삼성)' 전략이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이른바 '이재용 리더십'의 특징은 스킨십이다. 이건희 회장이 강력한 카리스마로 그룹 경영을 지휘하고 가신들을 장악했다면 이재용 회장은 직원들과 격의 없이 만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가 삼성 계열사 사업장에 나타날 때마다 구름 인파가 몰렸다. 20·30대 직원들 사이에서 이재용 회장은 '셀럽(유명인)'으로 통한다.
이재용 회장은 선대 회장 때부터 강조해 온 인재와 기술 중시 철학을 계승하면서 신수종 사업 추진에 고삐를 죄고 있다. 바이오와 비메모리 반도체가 중심이다.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생산 전문)와 시스템 반도체 세계 1위라는 목표를 내걸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세계 최대 규모 공장을 인천 송도에 세우고 위탁 개발 생산에 주력하고 있다.
⑨김동관·정기선·박준경·최성환 등 오너 3세 부상
재계 '오너 3세' 시대가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한화, HD현대, 금호석유화학, SK네트웍스 등 굵직한 기업이 다음 세대 준비에 나섰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 정기선 HD현대 사장, 박준경 금호석유화학 사장, 최성환 SK네트웍스 사장이 모두 올해 승진한 오너 3세다. 이들은 각 기업에서 굵직한 사업을 맡으며 존재감을 나타내기 시작했다.
이들은 공통적으로 지주사 또는 핵심 계열사 지분을 늘려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안정적인 지배력을 갖기 위해서는 지분 확대가 필수다. 오너 3세의 행보도 관심사겠지만 이들이 지분을 늘리는 과정에 시선이 모일 수밖에 없다.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 상속·증여세 문제는 어떻게 풀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
⑩전자 지분 30兆 '폭탄' 터뜨리라는 삼성생명법
삼성이 연말에 된서리를 맞았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보험업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기 시작했다. 운동권 출신인 박용진 의원은 지난 20대 국회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의혹을 제기하며 '삼성 저격수'라는 별명을 얻었다. 박 의원 법안은 보험사가 보유한 타 회사 주식 가치를 자산으로 평가할 때 취득 원가가 아닌 시가로 기준을 바꾸는 내용이다.
이 법은 수많은 보험사 중 삼성을 콕 집어 표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삼성생명법으로 불리는 이유다. 삼성그룹은 이재용 회장 등 총수 일가→삼성생명→삼성전자로 이어지는 지분 구조인데 법안이 통과되면 삼성생명은 법적 상한인 3%를 제외하고 나머지를 강제로 팔아야 한다. 매도 물량만 금액으로 환산했을 때 24~30조원에 이른다.
일단 해를 넘기게 됐으나 민주당이 새해 들어 당 차원에서 밀어붙이면 막을 방법이 없다. 삼성생명이 중간에 빠지면 삼성물산은 강제로 지주사가 되고 지배구조 자체가 완전히 바뀌게 된다. 현재 삼성은 내부적으로 지배구조 개편 방안을 검토 중이다. 민주당은 기업 지배구조를 자율에 맡기지 않고 정치권이 감 놔라 대추 놔라 한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워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