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듀 2022] 산업 10대 뉴스 '반도체·배터리·방산'㊤

[이코노믹데일리] 올해 산업계는 LG에너지솔루션 기업공개(IPO)로 분위기가 달아올랐다가 연말 경기침체로 얼어붙었다. 여러 기업은 롤러코스터 타듯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하며 숨 가쁘게 달려왔다. 이코노믹데일리는 산업계 10대 뉴스를 되새김질하며 다가오는 계묘년(癸卯年)을 조망해 본다. [편집자 주]

①LG에너지솔루션 주식 공모 '대박'…'따상'은 실패

모두가 '따상(시초가를 공모가 2배에 형성한 뒤 상한가를 기록하는 것)'을 기대하는 바람에 실패하고 말았다.

지난해 LG화학에서 분사해 출범한 이차전지(배터리) 기업 LG에너지솔루션이 유가증권 시장 상장을 추진하자 투자자들이 벌 떼처럼 몰렸다. 1월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된 수요 예측에서 경쟁률 2023대 1, 주문 규모는 무려 1경5203조원을 기록했다. 1주당 공모가는 희망 공모가액 최상단인 30만원을 가볍게 찍었다. 같은 달 공모주 청약에서는 수백만원을 넣고도 2~3주밖에 배정받지 못했다는 사람들로 넘쳤다.

막상 뚜껑을 열자 따상은 없었다. 1월 27일 증시에 상장된 LG에너지솔루션 시초가는 59만7000원이었다. 공모가 대비 99% 높은 가격에 시초가를 형성하더니 줄줄이 매도가 이뤄졌다. 상장 첫 날 종가는 50만5000원으로 시초가 대비 15.4% 내렸다. '상장만 되면 팔겠다'는 심리가 작용한 탓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27일 45만7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②美 IRA, 인플레 잡기를 가장한 자국우선주의 '망령'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역대 어느 미국 대통령보다 강력한 자국우선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 8월 바이든 대통령이 서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은 물가 상승을 잡겠다는 이름과 달리 자국 산업만을 보호하려는 무역 빗장으로 가득 찼다. 오로지 북미에서 생산된 전기차와 배터리에만 세액공제 등 혜택을 주고 미국 중심 공급망에 들어오지 않는 기업은 사실상 미국 시장에서 배제된다.

중국을 견제하려는 의도가 담겼다지만 가장 크게 불똥을 맞은 곳은 한국이다. 현대자동차와 기아가 당장 전기차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하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들은 현대차 아이오닉 5나 기아 EV6를 1000만원가량 비싸게 구매할 판이다. 배터리 업계도 IRA 요건을 맞추기 위해 북미 공장 신·증설에 나서고 광물 확보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문제는 IRA가 인플레이선 감축에 별 효과가 없다는 점이다. 재화 가격이 떨어지려면 공급이 충분해야 하고 세금은 적어야 한다. 자유무역은 재화 공급을 늘리는 가장 확실한 수단이다. 세계는 지난 30년 간 이러한 믿음 속에 살아왔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인플레이션은 공급망 불안이 주요한 원인인 데 IRA는 공급을 더욱 위축시키고 있다.

③韓 방산, 세계 각지서 '러브콜'…수출 랠리 이어져

지난 2월 24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우크라이나에 대한 특별 군사작전 개시를 발표하며 개전을 공식화했다.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19(코로나19)에 따른 물류난으로 어려움을 겪은 세계 경제는 한층 심각한 공급망 위기를 맞았다.

불안한 국제 정세가 한국 방위산업(방산)에만큼은 한 단계 도약하는 발판이 됐다. 러시아와 인접한 폴란드는 K9 자주포와 K2 전차를 비롯해 한국산 전투장비를 대량으로 사들였다. 이집트와 아랍에미리트연합(UAE), 호주 등과도 수주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이 들려 왔다. 올해 방산 수출 수주액은 22조원에 이르며 역대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정부는 오는 2027년까지 세계 방산 수출 점유율 5%를 넘기겠다는 방침이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한국은 세계 4대 방산 수출국이 된다. 장밋빛 전망에 그칠지 내년에도 '수출 랠리'가 지속할지 관심이 모인다.

④ 위기의 반도체, 호황이 즐거운 만큼 불황은 아프다

지난해 초호황을 맞은 반도체는 올해 하반기 들어 저점을 향해 질주 중이다. 메모리 반도체가 수요 부진에 시달리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불과 1~2년 새 천당과 지옥을 경험하게 됐다.

올해 3분기 삼성전자 DS부문(반도체) 영업이익은 5조1200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반토막 났다. SK하이닉스는 같은 기간 4조1718억원에서 1조6556억원으로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업계에서는 "반도체는 사이클(순환) 산업이지만 이번 같은 상황은 처음"이라는 곡소리가 나온다.

메모리 수요가 감소한 가장 큰 이유는 소비자 구매력 약화다. 국제정세 불안과 공급망 위기로 인플레이션 압력이 심해지면서 기본적인 의식주 관련 지출이 늘어났고 D램과 낸드 플래시 같은 메모리 제품이 쓰이는 스마트폰, 개인용 컴퓨터(PC) 등 기기를 찾는 소비자는 줄었다는 분석이다. 이밖에 공정 미세화 수준이 높아지면서 수율(생산품 중 양품 비율) 관리가 어려워진 점도 반도체 불황 요인으로 지목된다.

⑤한화, 대우조선 품에 안고 방산·조선 시너지 노려

돌고 돌아 향한 곳은 한화그룹이었다. 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과 더불어 국내 조선 '빅3' 중 하나인 대우조선해양이 한화그룹에 인수됐다. 한화는 지난 16일 KDB산업은행과 본계약을 체결했다. 한화는 유상증자를 통해 대우조선해양 지분 49.3%를 확보하고 경영권을 인수한다.

대우조선해양은 지난 21년 동안 주인 없는 회사였다. 1999년 워크아웃에 돌입한 뒤 2001년 산업은행 품에서 구조조정을 진행하며 6번이나 매각이 시도됐다. 한화는 2008년 대우조선해양 인수에 도전장을 냈으나 노동조합 반발 등으로 무산됐다. 2019년 현대중공업그룹으로 매각이 추진됐으나 유럽연합(EU)이 올해 1월 기업결합을 불허하며 또 한 번 고배를 마셨다.

한화는 대우조선해양 인수로 방산과 조선 간 시너지를 기대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은 군함과 잠수함 건조 능력을 갖췄다. 한화는 우주·항공과 지상방산에 이어 조선사까지 손에 넣으면서 육해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의 도약 준비를 마쳤다. 외형적으로는 자산총액 90조원으로 재계 6위 포스코(96조원)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