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허창수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 회장이 다음달 임기 만료를 앞두고 부회장단을 만나 퇴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최장수 전경련 회장인 허 회장이 이번에는 본인 뜻대로 용퇴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13일 재계에 따르면 허 회장은 최근 서울에 있는 한 호텔에서 전경련 부회장단과 식사하며 회장직을 내려놓겠다는 의견을 전달했다. 이 자리에는 부회장을 맡은 이웅열 코오롱그룹 명예회장과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권태신 전경련 상근부회장도 함께 사의를 밝혔다.
허 회장은 2011년부터 6회 연속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햇수로 따지면 12년에 이른다. 전경련 회장 임기는 2년으로 임기가 끝나는 해 2월에 열리는 정기 총회에서 차기 회장을 선출한다. 허 회장은 오는 2월 임기가 끝날 예정이었다.
후임자는 아직 거론되지 않고 있다. 선뜻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는 기업인이 없어서다. 전경련은 1961년 8월 설립된 사단법인이다. 기업인 간 친목을 다지고 기업의 이해를 대변하는 역할을 맡고 있지만 정경 유착 창구로 활용돼 왔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허 회장은 이른바 박근혜·최서원 국정농단 사태 직후인 2017년부터 회장 교체 시기마다 연임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해 왔다. 그러나 마땅한 후임자가 나타나지 않아 회장직을 계속 맡았다.
전경련은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한국무역협회(무협), 중소기업중앙회(중기중앙회) 등과 함께 '경제 5단체'로 꼽힌다. 그중에서도 대기업 위주로 회원이 구성돼 재계 맏형 역할을 해왔다.
국정농단 사태와 문재인 정부를 거치며 전경련의 위상은 급격히 추락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서원(개명 전 최순실)씨가 전경련을 활용해 재단 출연금을 받아냈다는 의혹이 불거진 탓이다. 문재인 정부는 대한상의와 접촉을 늘리면서 전경련과는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였다.
이 기간 전경련은 삼성과 SK, 현대자동차, LG 등 국내 4대 그룹이 모두 탈퇴하며 영향력이 급격히 줄었다. 자산총액 기준 재계 순위 10위권 기업 가운데 5위 롯데와 7위 한화, 그리고 허 회장이 명예회장으로 있는 GS 정도가 이름을 올린 상태다.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에도 전경련은 예전만 못한 대접을 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청와대 상춘재에서 경제단체장과 회동했는데 허 회장만 이 자리에 빠졌다. 당시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과 손경식 경총 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구자열 무협 회장, 최진식 중견기업연합회 회장만 모였다.
허 회장은 14일 윤 대통령과 함께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을 방문하는 경제사절단 100명에도 개인 일정을 이유로 포함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