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삼성전자가 자사 스마트폰에 외산 칩셋을 쓰면서 지난해 3분기(7~9월)에만 8조원이 넘는 돈을 쓴 것으로 확인됐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3분기 미국 퀄컴과 대만 미디어텍 등 칩셋 제조사에 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구입을 위해 8조1423억원을 지불했다. 이는 전년 동기(4조1032억원) 대비 98.4% 급증한 수치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퀄컴 스냅드래곤과 함께 자사 반도체 사업부가 개발한 칩 '엑시노스'를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해왔다. 다만 엑시노스 칩셋의 경우 그동안 성능과 발열·전력 소모량 등이 동세대 스냅드래곤보다 다소 뒤처진다는 평가를 받았다. 미디어텍 칩셋의 경우 A시리즈 등 중저가 스마트폰에 적용된다.
자체 칩셋을 사용하지 않고 외산을 갤럭시 스마트폰에 장착하면서 삼성전자 스마트폰 사업 부담도 커졌다. 2018년, 2019년 3분기에는 AP 구매비용이 2조원대였지만 2020년에는 4조원대로 늘었다. 엑시노스 성능 구설수가 커지며 외산 부품 구매량이 늘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삼성전자는 내달 1일 출시가 예정된 갤럭시 S23 시리즈에도 전부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2 칩셋을 적용할 예정이다. 지난해 출시된 갤럭시 S22와 4세대 폴더블 스마트폰(갤럭시 Z플립4·갤럭시 Z폴드4)에도 퀄컴 스냅드래곤 8 Gen 1, 8 Gen 1+ 등이 들어갔다. 지난해 하반기(7~12월)에는 고환율 등 영향으로 칩셋 가격이 올라 삼성전자가 지불한 비용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생산비용 증가와 함께 스마트폰 시장에도 경기 침체와 수요 위축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스마트폰 출하량은 전년(2021년)보다 11% 감소한 12억4000만대를 기록했다. 아울러 삼성전자는 지난 4분기(10~12월) 애플에 점유율 1위를 내주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갤럭시 원칩' 개발이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노태문 삼성전자 MX(모바일 경험) 사업부장은 지난해 4월 직원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갤럭시 기기에 탑재될 맞춤형 칩의 개발을 고민하겠다는 답을 내놨다. 지난해 초 갤럭시 S22 시리즈와 관련한 GOS(Game Optimizing Service) 사태를 겪은 뒤에는 내부 위기도 커진 것으로 알려졌다. 더일렉·샘모바일 등 외신들은 지난달 삼성전자가 차기 스마트폰에서는 과거 칩셋 엑시노스 탑재를 중단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의 경우 스마트폰 실적이 좋아도 칩셋 제조사들만 좋은 일 시키는 상황"이라며 "애플은 자체 칩 A시리즈로 높은 성능과 최적화 수준을 갖췄다. 전용 칩 개발이 진행 중이라면 2025년경 출시되는 스마트폰에 탑재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