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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가율 더 낮춰라"…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수위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권석림 기자
2023-02-14 15:45:18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가 13일 서울 종로구 참여연대에서 전세사기 피해 책임이 있는 정부기관 공익감사청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집주인이 돌려주지 못한 전세보증금을 세입자에게 대신 갚아주는 전세반환보증 규모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집값 하락으로 올해 내내 ‘깡통주택’이 속출하면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까지 치솟을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전세금 반환 보증보험을 취급하는 HUG가 대신 갚은 돈(대위변제액)은 올해 1월에만 1700억원에 육박했다.

정부가 5월부터 전세보증금이 집값의 90% 넘는 주택은 보증보험 가입을 차단하기로 했지만 미진한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다. 

◆ 세입자 돌려준 전세금 1년 새 3.2배

13일 HUG에 따르면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돌려준 전세금은 올해 1월 1692억원(769건)이었다. ​지난해 1월(523억원)과 비교해 1년 새 3.2배 급증했다.

보증보험에 가입한 주택은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하는 경우 HUG가 대신 갚고 집주인에게 청구한다.

지난해 7월 564억원이었던 대위변제액은 8월 833억원, 9월 951억원, 10월 1087억원, 11월 1309억원, 12월 1551억원으로 6개월 연속 늘었다.

집값 하락에 따른 깡통전세와 ‘빌라왕’들의 전세사기로 작년 한 해 동안 HUG는 9241억원을 대신 갚아줬다. 2021년보다 83% 급증했다.

신축 빌라 가격을 부풀린 뒤 전세보증금을 높게 받아 주택을 수백·수천 채 사들인 전세사기꾼은 이익을 취하고, 공기업이 위험을 떠안은 상황이다.

올해는 대신 갚아주는 전세금이 더 늘지 않고 1월 수준만 유지된다고 해도, 연간 대위변제액이 2조원 안팎으로 불어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렇게 되면 HUG는 위험수위가 높아지게 된다.

지난 한 해 전세보증금 반환 사고 규모는 1조1731억원에 달했다. HUG는 9241억원을 대신 돌려줬지만, 임대인에게 회수한 금액은 2490억원(21%)에 불과했다. 7000억원가량 손실을 본 것이다.

대위변제금이 늘어나면서 HUG는 지난해 1000억원가량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HUG가 당기순손실을 낸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주택도시기금법상 HUG는 자기자본의 60배를 넘지 않는 범위에서 보증 발급이 가능한데, 지난해 12월 말 기준 보증배수는 54.4배까지 올라왔다.

◆ 내년 상반기에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집값이 27% 떨어지면 최대 1만3000가구가 보증금을 못 돌려받을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국토연구원이 주택취득자금 조달 및 입주계획서를 분석한 '전세 레버리지(갭투자) 리스크 추정과 정책 대응 방안 연구'를 보면 내년 상반기에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 주택비율이 가장 높을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집값이 20% 하락하면 집주인이 전세보증금을 끼고 사들인 '갭투자' 주택의 40%에서 보증금 미반환 사고가 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집값이 15% 떨어지면 약 1만 가구, 27% 떨어지면 1만3000가구가 보유한 현금을 내고, 대출 외 집을 팔아도 보증금을 반환하지 못할 것으로 추정됐다는 것이다.

다만 세입자가 계약갱신요구권을 쓴다면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험은 줄어든다. 계약갱신요구권을 100% 사용할 때 미반환 위험 주택비율은 1% 수준까지 떨어졌다. 집주인이 2년 뒤인 다음 계약 만기 때 보증금을 돌려줘도 되기 때문이다.

연구진은 전세가율(매맷값 대비 전셋값 비율)이 오르면서 매매·전세 거래량이 늘어났다고 풀이했다. 집주인이 자기 돈을 적게 쓸수록 기대수익률이 커지면서 더 적극적으로 거래에 나섰다는 것이다. 또 2020~2021년 집값 상승 기대감으로 임차인의 전세보증금을 끼고 주택을 사는 갭투자 거래가 증가했고, 전세보증금 미반환 위험도 커졌다고 밝혔다.

국토연 관계자는 "임대인의 보증금 예치를 의무화하거나 예치하지 않은 금액에 대해선 보증금반환보험에 반드시 가입하도록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갭투자 위험을 줄이기 위해 집값 상승, 하락 시 대출자와 돈을 빌려준 금융기관 간 이익·손실을 나누는 책임분담형 대출제를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 악성 임대인 신상 공개··· 국토교통위 법안심사 통과

이러한 상황에서 상습적으로 전세보증금을 돌려주지 않는 악성 임대인의 신상을 공개하는 법안이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법안심사소위를 통과했다.

국토위 법안심사소위는 14일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의 법적 근거를 담은 주택도시기금법 개정안 대안을 수정 가결했다.

신상 공개 대상이 되는 '악성 임대인'은 총 2억원 이상의 임차보증금을 변제하지 않아 HUG가 대신 내어줬고, 이에 따른 구상채무 발생일로부터 3년 이내에 2건 이상의 임차보증금 반환 채무를 이행하지 않은 사람이다.

공개되는 정보는 임대인의 이름, 나이, 주소, 임차보증금반환채무에 관한 사항, 구상채무에 관한 사항이다.

명단 공개 요건을 충족하면 일정 기간을 정해 당사자에게 소명 기회를 주고 '임대인정보공개심의위원회'에서 최종적으로 공개 여부를 결정한다.

임대인이 사망했거나, 구상채무와 관련한 민사소송이 제기된 경우에는 명단을 공개하지 않는다.

고의나 중과실 없이 경제난 등으로 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한 임대인들이 명단 공개로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장치다.

악성 임대인 명단 공개 법안은 이달 15일 국토위 전체회의를 거쳐 이르면 24일 본회의에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법안이 본회의를 통과하면 국토부가 출시한 '안심전세 앱(app)'을 통해 명단을 공개하고, 악성 임대인을 거를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이날 국토위 법안소위에서는 임대사업자 등록 때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를 제출하도록 하고, 임대사업자가 세금을 일정 규모 이상 체납한 경우 등록을 말소하는 내용을 담은 민간임대주택에 대한 특별법 개정안 대안도 통과됐다.

현행법에는 임대사업자 등록 과정에서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절차가 마련돼 있지 않고, 등록된 임대사업자가 고액의 세금을 체납한 경우에도 등록을 말소할 수 있는 근거가 없어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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