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취재 결과 이미 입사한 인원을 마치 새로 뽑을 듯 금융사별 계획에 포함한 한편, 정규직 '신입'이 아닌 경력직과 비정규직까지 모두 합산한 사실이 밝혀졌다. 금융사별 채용 기준도 '대졸 신입'부터 '고졸·대졸', '신입·경력' 혼합 형태 등 제각각인 데다, 이런 구분조차 제대로 알리지 않아 구직자 혼란만 키웠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본지 전수 조사에 따르면 6개 금융협회(은행연합회·금융투자협회·생명보험협회·손해보험협회·여신금융협회·저축은행중앙회) 및 186개 금융사의 올해 상반기 채용 규모는 총 4719명으로 집계됐으나 실제 신입 형태 인원수는 발표치 대비 56%(2654명)에 불과하다.
각 협회가 발표한 인원 대비 향후 신입 직원 채용 규모는 △은행 58% △금투 32% △여신 33% △생보 43% △손보 16% △저축은행 20% 각각 줄어든 수치다. 최다 규모인 은행권의 경우 당초 은행연합회가 2288명으로 밝혔지만, 실상은 신입 기준 953명에 그친다. 공표된 10명 중 4명만 새내기 채용이 이뤄질 셈이다.
일례로 은행연합회는 지난 20일 '2023년 상반기 국내은행 채용계획' 발표에서 NH농협은행이 올 2월과 5월에 걸쳐 500명을 신규 채용할 전망이라는 내용이 담긴 참고자료를 배포했다. 농협은행은 이미 작년 12월부터 공개 채용 절차를 밟아 480명 신입 행원을 모두 선발한 상태였다. 나머지 20명도 전원 경력직으로 뽑을 계획이다.
Sh수협은행에 올 1월 중 채용 완료한 85명은 버젓이 상반기 채용 계획에 포함했다. 은행연합회는 "전년 상반기 대비 48% 증가한 2288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전망"이라며 앞으로 새롭게 채용할 뜻인 것처럼 알렸다.
이뿐만 아니라 상당수 은행은 채용 규모를 확정하지 않았는데도 당국과 협회 눈총에 못 이겨 '어림수' 보고를 한 점을 토로했다. 협회에 보고된 채용 인원은 현재까지 신입·경력 구분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 ▶ 표 참조
특히 키움증권의 경우 세부 계획을 마련하지 못했지만 금투협회 요청에 따라 최근 3개년 평균 채용 인원을 산출한 실정이다.
삼성증권(95명) 역시 신입 사원 기준으로 인원수를 기재했으나 이마저 추정치에 불과하며 내부적으로는 "미정"이 공식 입장으로 전해졌다. 한 증권사 관계자는 "대졸 신입 기준으로 취합한 곳이 있지만 경력직을 포함한 회사도 많다"며 "협회에서 취합할 때 기준을 잘못 전달한 것 같다"고 말했다.
금투업계 작년 순이익 1위에 오른 메리츠증권의 경우 수시 채용 방식의 신입·경력직을 선발해 왔지만 이번에는 등 떠밀기식 협회 요청에 대략적인 채용 규모(3명)와 시기(3월)를 적어냈다.
제2금융권의 무분별한 취합 실태도 곳곳에서 확인됐다. 여신금융협회가 "경력직을 제외한 신입 사원수만 취합했다"고 전한 것과 달리 우리카드(16명)는 작년 하반기 중 채용 절차를 밟아 이미 근무 중인 경력직 인원을 포함했다.
신한카드(41명)와 DB생명(15명) 계획에도 작년에 뽑아 지난달 중 발령받거나 신규 입사한 직원수가 중복됐다. DB손보(87명)는 오는 3~4월 중 채용에 나설 예정이나 손보협회가 발표한 자료에는 1~2월 채용할 것으로 기재된 오류도 보였다.
생보협회 관계자는 "회원사별 채용 시기는 '입사 시점'보다는 이쯤 (채용 절차를) 진행할 거로 생각하고 작성한 걸로 알고 있다"며 "그렇게까지 정확한 계획을 세운 것 같진 않다"고 말했다.
더욱이 청년 일자리 불안감을 경감할 사업을 추진한다는 금융위 설명이 현실과는 동떨어진 정황도 포착됐다. 금융위가 협회별 '정규직 신규' 기준 채용 계획을 요구한 것과 배치되는 비정규직 모집이 취업포털 사이트에 게시됐기 때문이다.
대표적으로 푸본현대생명(12명)은 신규 채용 시기를 2월로 명시했으나 이날까지 취업포털에 띄운 공고에는 2월 각 분야 공개 모집 중 경력직과 계약직을 동시모집 중이다. 익명을 요구한 복수의 금융협회 관계자는 "회원사 각각의 채용 완료 여부를 비롯해 입사 시기까지는 파악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결국 김소영 부위원장이 최근 청년 일자리 간담회를 주재한 자리에서 강조한 언급은 헛구호에 그친 꼴이 됐다. 김 부위원장은 "당국도 양질의 일자리인 금융권 청년 일자리 활성화에 기여하고자 한다"며 "채용시기와 인원에 대한 투명한 안내 등으로 청년 구직에 소요되는 비용과 시간을 크게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은 각 협회가 상이한 채용 기준 등을 제시한 것을 가리켜 자의적 판단에 따랐다는 의미의 설명만 되풀이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협회 측에 정규 신규 기준으로 가급적 자세하게 써달라고 했다"면서도 "그것과 다르게 발표한 협회는 각 협회 쪽에서 결정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또 "협회에서 채용계획을 발표한다고 말했지 (채용) 인원에 대해 (금융위가) 말했냐"며 "(채용인원·시기) 변동이 가능하다는 점이 당국 자료에 있고 협회에서도 변동 가능하다는 점을 명시한 걸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