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중국 톈진에 있는 삼성전기 사업장을 방문해 자동차 전기장치(전장)용 적층세라믹콘텐서(MLCC) 사업 육성 의지를 다졌다. 이번 사업장 방문은 중국 국무원이 주최하는 '중국발전고위급포럼(발전포럼)' 참석에 맞춰 이뤄졌다.
26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지난 24일 톈진에서 근무하는 삼성 계열사 임직원과 간담회를 하고 이들을 격려했다. 이 회장은 2020년 5월 중국 산시성 삼성전자 시안 반도체 사업장을 찾은 뒤로 3년 만에 중국 출장길에 나섰다.
이 회장이 방문한 삼성전기 톈진 MLCC 생산라인은 2021년 가동을 시작했다. 부산과 더불어 톈진은 삼성전기가 글로벌 시장에 정보기술(IT)·전장용 MLCC를 공급하는 생산 거점이다.
MLCC는 전기를 머금었다가 일정량씩 내보내는 댐 역할을 한다. 전류가 안정적으로 흐르려면 이 부품이 반드시 들어가야 해 '전자산업의 쌀'로도 불린다. 전류가 불안정하면 단락이 발생하거나 기기가 오작동을 일으킬 수 있다.
삼성전기는 1988년부터 MLCC를 개발·생산해 왔다. 톈진 공장은 전기차·자율주행 기술이 발달하면서 빠르게 성장하는 전장용 MLCC 시장에 대응하려는 목적으로 건설됐다.
이 회장은 앞서 2020년과 2022년에 삼성전기 부산 사업장을 방문해 MLCC 생산 현장을 둘러봤다. 당시 이 회장은 미래 시장 선점을 위한 적극적인 대응을 주문했다. 삼성은 부산을 MLCC 핵심 소재 연구개발(R&D)과 생산을 주도하는 첨단 특화 지역으로 육성하고 톈진은 주력 생산 거점으로 삼는다는 방침이다.
이 회장은 톈진에 있는 삼성전자, 삼성디스플레이, 삼성SDI 소속 주재원과 중국 법인장들과도 면담했다. 3년간 코로나19 대유행과 그에 따라 경제 활동이 제약을 받는 가운데서도 공급망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노력한 임직원을 격려한다는 취지다.
톈진에는 삼성전기 MLCC 공장을 포함해 삼성디스플레이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모듈 공장과 삼성SDI 이차전지(배터리) 공장이 가동 중이다.
한편 이 회장은 지난 25일 중국 베이징 댜오위타이에서 열린 발전포럼에도 참석했다. 오는 27일까지 열리는 발전포럼에는 이 회장과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 알버트 불라 화이자 CEO, 크리스티아노 아몬 퀄컴 CEO 등 글로벌 기업인 100여명이 자리를 채웠다.
앞서 발전포럼에 중국 고위급 인사가 참석한 것으로 전해지면서 미국 반도체법에 담긴 대(對)중국 투자 제한(가드레일) 조항과 관련해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을 받았다. 미국은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요건에 중국 내 첨단 공정 투자를 규제하는 내용을 넣었다.
이 회장은 현지에서 반도체 관련 언급은 따로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낸드플래시 공장과 쑤저우에 후공정(패키징) 공장을 각각 운영 중이다. 업계에서는 미국의 중국 옥죄기에 대한 말을 쉽사리 꺼내기 어려운 상황에서 분위기를 살피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