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임창욱 대상그룹 명예회장의 차녀인 임상민 대상 전무가 최근 부사장으로 승진하며 영향력을 확대하고 있다. 임 부사장은 그룹 내 ‘전략통’으로 꼽히며 국내 뿐 아니라 해외 사업 확장에 힘을 싣고 있다. 언니인 임세령 부회장보다 임 부사장이 보유 지분, 경영 중책이 몰리며 그룹 경영권 승계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임 부사장은 이달 23일 전무에서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6년 12월 전무로 승진한 지 6년 4개월 만이다.
임 부사장은 1980년생으로 이화여대 사학과와 영국 런던 비즈니스 스쿨 MBA 과정을 졸업했다. 유티씨인베스트먼트 투자심사부를 거쳐 2009년 8월 대상 PI(Process Innovation) 본부에 입사했다. 그룹 경영혁신 업무를 수행했고 기획관리본부 부본부장을 지내며 ‘전략통’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전략담당 중역을 맡으며 신사업 발굴, 기획·전략 등 업무를 수행 중이다.
임 부사장은 신사업 발굴 뿐만 아니라 투자, 경영 목표 수립, 기타 전략 프로젝트에 직접 참여하며 회사 성장을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인도네시아·필리핀·베트남 등 해외사업 및 사업구조 재편과 적극적인 기업 인수합병(M&A)으로 미래 먹거리 발굴에 앞장선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임 부사장은 대상아메리카 부사장, 대상홍콩 중국사업전략담당 등 중역을 맡으며 해외사업에서 많은 경험을 쌓았다. 2015년 인도네시아 전분당 사업 투자, 2016년 베트남 육가공 회사 득비엣 푸드 인수, 2017년 인도네시아 김 공장 준공, 2018년 인도네시아 소스 공장 준공, 2019년 중국 장쑤성 롄윈강 식품 공장 착공 등에 직접 관여했다. 이후 미국에서 높아지는 김치 인기를 반영해 미국 현지 김치 공장도 설립했다.
대상 관계자는 “임 부사장이 실무형 리더십으로 전략 수립과 실행을 주도하고 있다”며 “빠르게 변화하는 국내외 경영 환경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그룹 차원의 중장기 전략에 대한 신속하고 정확한 추진을 위해 부사장 승진이 결정됐다”고 말했다.
현재 대상그룹은 임창욱 명예회장이 10년간 대상그룹을 이끌다 1997년 경영 일선에서 물러난 이후 26년째 전문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향후 임 부회장과 임 부사장 중 누구에게 경영권이 승계될 지 알 수 없지만 현 상황으로선 차녀인 임 부사장 쪽으로 무게가 실릴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대상그룹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지분 구조를 보면 동생인 임 부사장이 36.71%의 지분을 보유하며 최대 주주로 있다. 언니인 임 부회장은 20.41%로 임 부사장과는 16% 이상 차이가 난다. 아버지인 임 명예회장(4.09%), 어머니 박현주 부회장(3.87%), 대상문화재단(2.22%)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임 부사장의 지분보다 적다.
업계 내에선 대상그룹의 후계 구도가 임 부사장을 중심으로 굳어졌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임 부회장도 경영에 적극 참여하고 있어 현재 경영권 후계 구도를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현재 대상은 수익성 개선이 시급하다. 대상은 지난해 전년 대비 17.7% 증가한 4조85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지만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2% 감소한 1392억원을 나타냈다. 당기순이익도 45.2% 줄어든 794억원을 기록했다.
임 부사장은 임 부회장과 함께 수익성 개선과 미래 성장 동력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소재 사업 강화 및 육류 사업 확대를 통해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대하며 그룹 중장기 계획을 꾸려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상 관계자는 “국내 가공식품 시장은 성숙기 특성을 보이고 있으나, 소득 증가에 따른 식생활 수준 향상으로 편의·건강 지향 프리미엄 수요가 증가하고 있어 새로운 성장 기회가 제공되고 있다”며 “B2B 시장에서의 지위 확대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중국·베트남의 경우 현지 식품 공장을 확대 이전해 안정화 단계를 거쳐 매출 성장을 이루고 있고, 미국 김치 공장은 현지 생산을 개시한 상태”라며 “최근 들어 미주,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K-푸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글로벌 식품 시장 개척을 보다 적극적으로 진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