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본지 취재 결과 근로자위원·사용자위원·공익위원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되는 최임위 중 최저임금위원장을 비롯한 공익위원 9명이 모두 회의에 불참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2차 회의에서는 근로자위원 전원이 초장부터 불참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노동계는 시간당 1만2000원으로 최저임금 대폭 인상을 요구했다. 이는 올해보다 약 25% 인상된 금액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과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은 지난 4일 공동기자회견을 열고 "물가 상승률에도 못 미치는 임금 인상으로 실질임금이 하락하고 있다"며 "물가 폭등에 실질임금 삭감으로 신음하고 있는 노동자 가구의 생존을 위한 절박한 요구"라고 주장했다.
반면 경영계는 최저임금 제도의 사각지대와 소상공인 지불 능력 한계 등을 이유로 동결을 요구하고 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발표한 '2022년 최저임금 미만율 분석 및 최저임금 수준 국제 비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노동 시장에서 법정 최저임금을 받지 못하는 근로자 수가 275.6만명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다.
경총은 최저임금 제도와 시장 현실 사이에 괴리가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국내 최저임금이 경제 수준이나 노동 시장 여건을 고려하지 않고 과도하게 인상됐다는 평가다. 경영계는 시장에서 최저임금 수용성 제고를 위해서는 상당 기간 최저임금을 안정시키고 업종에 따라 최저임금 구분 적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노동계와 경영계 간의 입장 간극을 좁히지 못하면 지난 2년간 진행됐던 것처럼 공익위원이 제시한 안으로 통과될 가능성이 크다. 결국은 공익위원들이 최저임금을 결정하는 '캐스팅 보트'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통상 최저임금 심의가 시작되면 노동계와 경영계는 각각 최초 요구안을 제출한다. 수정안에서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복수 안을 표결에 부치거나 공익위원이 안을 제시한다. 공익위원은 2022년과 2023년 모두 상승률 약 5%를 절충안으로 제시했다.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노사 요구안 격차가 커 공익위원 절충안으로 상정될 확률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 공익위원이 제시하는 절충안은 연간 경제 성장률 전망치와 물가 상승률 전망치를 더한 값에서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 뺀 것을 근거로 한다.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1.6%, 물가 상승률을 3.5%로 전망했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취업자 증가율 전망치는 약 0.3%다.
공익위원들은 이를 근거로 최저임금 인상률을 대략 5%로 정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면 적게는 4%, 많게는 6%까지 오를 수 있어 1만100원에서 1만500원 구간으로 예상된다. 시간당 9620원인 올해 최저임금에서 3.96% 오르면 1만원을 넘어선다. 이에 따라 내년도 최저임금 1만원 돌파는 유력한 상황이다.
한편 최임위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까지 최저임금 수준을 의결해 고용노동부 장관에게 제출해야 한다. 최저임금 고시 시한은 매년 8월 5일이다. 아직까지 향후 최임위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