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디스플레이와 LG디스플레이는 최근 정부가 '국가첨단사업 육성 전략' 발표에 힘입어 OLED 경쟁력 강화에 박차를 가한다. 정부는 "OLED 생산 기술 혁신과 응용 제품 개발에 4200억원 규모 연구개발(R&D)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삼성디스플레이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로 '마이크로 OLED'를 꼽았다. 마이크로 OLED는 화소(화면의 최소 단위) 크기가 작은 탓에 반도체와 같은 공정이 필수적이다. 이에 삼성디스플레이는 최근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 파운드리사업부와 손잡고 마이크로 OLED 디스플레이 개발에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마이크로 OLED는 반도체 생산에 쓰이는 실리콘 웨이퍼 기판에 발광 소자를 얇은 막처럼 입힌(증착) 기술이다. 1인치 안팎의 작은 크기에 초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어 확장현실(XR) 기기에 쓰인다. 시장조사 업체 옴디아는 세계 XR용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생산량이 2022년 253만개에서 2028년 2131만개로 늘어날 것으로 관측했다. 업계는 삼성디스플레이가 미래 먹거리로 주목받는 XR시장의 포문을 열었다고 본다.
반면 LG디스플레이는 주력 제품인 초대형 패널 양산에 힘을 주고 있다. 이 회사에서 디스플레이를 공급받는 LG전자는 OLED TV 시장에서 10년 연속 세계 1위를 지킨 만큼 내공이 깊다. LG디스플레이는 지난해 최초로 90인치대 초대형 OLED 패널을 개발한 이력도 있다. LG전자는 해당 패널을 사용한 세계 최대 OLED TV인 '97형 올레드(OLED) 에보 갤러리 에디션'을 공개했다.
LG가 전장·정보기술(IT) 기기용 중소형 OLED 기술 개발에 착수하면서 초대형 디스플레이 사업은 잠시 숨고르기에 들어갔다는 평가도 나온다. 그러나 중국이 매서운 속도로 추격하는 현재로서는 LG디스플레이가 초대형 패널을 마냥 놓을 수는 없다. LG가 지난해 세계 최대 OLED 패널을 공개한 직후 중국 BOE가 95인치 8K OLED 패널을 선보이며 업계를 깜짝 놀라게 했기 때문이다.
삼성디스플레이가 마이크로 OLED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중국 견제'다. 중국 OLED 기술 수준은 아직까지 삼성이나 LG를 뛰어넘지 못하는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 그러나 중국 디스플레이 업체들이 액정표시장치(LCD) 시장을 넘어 OLED 기술 개발에 총력전을 다하고 있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다.
업계에서는 중국 업체가 자국 공급망을 기반으로 마이크로 OLED 양산 단계에 진입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임수정 카운터포인트리서치 애널리스트는 "글로벌 XR기기 시장은 2026년까지 5000만대 이상 규모로 성장이 예상되는데 중국은 그 어떤 국가보다 적극적으로 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이라며 "중국은 마이크로 디스플레이 기술과 관련 부품 개발을 주요 과제로 삼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