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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재계 총수들 속속 미국行…반도체·IRA보단 '네트워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성상영 기자
2023-04-24 18:04:22

한미 동맹 70주년 '초호화 경제사절단'

'비즈 테이블' 등 민·관 행사 다수 예정

반도체·IRA 등 현안보다 '세일즈' 무게

지난 17일 일본 도쿄 게이단렌(일본경제단체연합회) 회관에서 열린 한일 비즈니스라운드 테이블에서 (왼쪽부터) 구광모 LG그룹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박수를 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이코노믹데일리] 6대 경제단체장을 비롯해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경영자 122명으로 구성된 경제사절단을 두고 '역대 초호화'라는 평가가 많지만 미국 반도체과학법(반도체법)과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등 현안에 대한 해법은 여전히 베일에 가린 모습이다.

24일 경제계에 따르면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구광모 ㈜LG 대표(LG그룹 회장) 등 4대 그룹 총수는 이날 윤석열 대통령 출국에 맞춰 미국으로 향했다.

4대 그룹을 포함한 주요 대기업은 최고 경영진 동선에 대해 함구하고 있지만 대부분 이날 오전 미국으로 떠난 것으로 파악됐다. 기업인들은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와 미국상공회의소가 주관하는 '한미 첨단산업 포럼'을 시작으로 공식 일정에 돌입할 예정이다.

이후에는 미 정부가 주최하는 백악관 환영 행사와 중소벤처기업부가 개최하는 '한미 클러스터 라운드 테이블' 등에 참석해 현지 정·관계 인사와 기업인을 만난다.

미국을 방문하는 최고 경영진의 발길은 가볍지 않다. 반도체법과 IRA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며 보조금 문제가 발등의 불이 됐기 때문이다. 미국은 현지에 투자하거나 물건을 생산하는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데 그 조건이 매우 까다로워 국내 기업은 골머리를 앓고 있다.

지난달 말 신청을 받기 시작한 반도체 투자 보조금은 수율(양품 비율)과 수익성 지표 등 각종 민감 정보 제출이 요건이다. 또한 보조금을 받은 기업은 중국에서 반도체 제조 시설을 확장할 수 없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보조금 신청 의사가 있다고 알려졌지만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이 직접 이 문제를 언급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

IRA에 의해 지급되는 보조금은 전기차와 배터리 제조사가 처한 상황이 엇갈린다. IRA는 북미 또는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국가에서 최종 조립된 전기차에만 세액공제 형태로 최고 7500달러(약 1000만원)를 주도록 했다. 현대차와 기아가 판매하는 차종은 한 대도 보조금 지급 대상에 포함되지 못했다. 반면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SK온·삼성SDI는 받게 될 보조금 액수를 영업이익에 반영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정의선 회장과 구광모 회장, 전문 경영인으로는 장재훈 현대차 사장이 미국 출장길에 오르지만 앞선 이재용 회장이나 최태원 회장과 마찬가지로 현지 기업인들과 협력을 논의하는 데 주력할 전망이다.

이번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이 한미동맹 70주년을 기념하고 양국 정상 간 대화에 초점이 맞춰진 만큼 총수를 비롯한 기업인들은 현안보다는 '세일즈'에 집중할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한미 기업인이 한 자리에 모이는 행사가 이어지면서 국내 기업으로서는 네트워크를 구축할 기회가 마련될 예정이다. 앞서 대통령실에서 "수십건에 이르는 양해각서(MOU)가 체결될 것"이라고 밝힌 것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한편으론 양국 정부 간 협상을 통해 국내 기업에 대한 일부 요건 완화를 이뤄내지 못한다면 역대 최대 규모 경제사절단이라는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 윤 대통령으로서는 대북 전략 같은 군사·안보 성과뿐 아니라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는 여러 규제에 대한 해법을 갖고 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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