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지난달 한일 정상회담을 계기로 양국 간 관계가 회복될 조짐을 보이면서 경제계가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주요 경제단체를 중심으로 한일 교류가 활성화하는 가운데 에너지(E)·배터리(B)·반도체(C) 산업에서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는 20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회관에서 서울재팬클럽(SJC)과 간담회를 열고 "공부모임을 통해 약국 경제계 간 협력 방안을 모색할 것"이라고 밝혔다. SJC는 1997년에 설립된 국내 최대 일본계 커뮤니티로 1600개 이상 법인·개인 회원을 보유했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한국 측 기업인은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과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수펙스추구협의회 커뮤니케이션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그룹 부사장, 박준성 LG 전무 등이다.
일본 측에서는 SJC 이사장인 이구치 카즈히로 한국미쓰이물산 대표를 비롯해 오하시 다이스케 한국스미토모상사 대표, 마에카와 나오유키 일본무역진흥기구(JETRO) 서울사무소장, 오사토 텟페이 일본상의 서울사무소장 등이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대한상의가 지난 13일 결성한 '한일 경제협력 스터디그룹'에 참여하기로 뜻을 모았다. 이 모임을 제안한 김규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원은 "한일 기업이 에너지, 배터리, 반도체 등을 중심으로 공급망 협력을 강화한다면 효과가 클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부모임은 3개 산업 이외에도 6세대 이동통신(6G)과 벤처기업 같은 여러 분과를 운영해 실질적 성과를 만들어내는 게 목표다. 대한상의는 이들 업종에서 높은 기술력을 가진 한일 주요 기업을 파악해 모임 참여 여부를 타진하고 있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한일 협력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이한 만큼 경제 협력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할 호기"라며 "이러한 분위기에 모멘텀(동력)을 더하도록 좋은 협력 사례를 찾겠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경제단체인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도 한일 경제계 교류 확대에 발 벗고 나섰다. 전경련은 지난달 16일 일본에서 열린 한일 정상회담 당시 한국 4대 그룹 총수가 참여하는 한일 비즈니스 라운드 테이블 행사를 일본 게이단렌(경단련)과 함께 주관했다. 전경련과 게이단렌은 예전부터 한일 재계회의를 개최해오며 우호 관계를 이어왔다.
국내에서는 여전히 징용 배상 방식이 논란이지만 경제 분야 협력 필요성에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정부 역시 이전 문재인 정부에서 '소부장(소재·부품·장비) 독립'을 외친 것과 달리 일본과 협력을 전제로 한 소부장 경쟁력 강화에 초점을 맞췄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8일 소부장 경쟁력강화위원회 회의에서 "공급망이 재편되는 상황에서 양국 협력 감소는 대외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한다"며 "공동 이익이 되는 공급망 협력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