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정유업계에 따르면 정유 4사(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SK이노베이션·GS칼텍스) 중 매출과 영업이익을 가장 먼저 발표한 에쓰오일과 현대오일뱅크는 정제마진 하락 영향으로 각각 1분기 실적 직격탄을 맞았다. 적자는 면했지만 지난해 동기 대비 저조한 모습이다.
에쓰오일 1분기 매출은 9조776억원, 영업이익 5157억원을 기록하며 전분기(4분기·10~12월)와 비교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다만 전년 동기 대비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2.3%, 61.3% 감소하며 부진한 실적을 냈다.
현대오일뱅크 정유 부문도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2.9% 줄어든 6조7973억원, 영업이익은 70.9% 감소한 1934억원을 기록했다. 다음달 실적 발표를 앞둔 SK이노베이션과 GS칼텍스도 사정은 유사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정유업계 1분기 실적 부진 요인으로는 정제마진 약세가 꼽힌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가격인데 손익분기점은 배럴당 4~5달러 안팎이다. 최근 정제마진을 보면 △4월 첫째주 배럴당 5.3달러 △4월 둘째주 배럴당 3.9달러 △4월 셋째주 배럴당 2.5달러를 기록했다. 현재는 손익분기점을 한참 못 미치는 수치다.
정제마진이 연중 최저치인 2달러대로 떨어지면서 2분기(4~6월) 전망도 암울한 분위기다. 석유수출협의체(OPEC+)가 추가 감산을 발표한 이후 유가는 오르고 정제마진은 떨어지고 있다. 고유가 기조에는 정제마진이 오르기 마련인데 유례 없는 상황이 펼쳐진 셈이다.
업계에서는 계절적 성수기가 다가오면서 휘발유와 항공유 수요가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고금리 상태가 지속되면 소비 감소도 장기화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증권가에서도 한동안 정제마진이 상승세를 보기는 어렵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한편 정유업계는 올 초 기대했던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도 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정유업계 관계자는 "국내 정유를 중국에 수출하는 비중이 높지 않아 리오프닝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