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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과 협력 여지 많은 '형제의 나라' 튀르키예, 많이 찾아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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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경아 논설위원
2023-05-18 06:00:00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 인터뷰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가 지난 2일 서울 중구 장충동1가가 주한튀르키예대사관에서 본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박세진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지난 2월 6일 새벽 4시께(이하 현지시간)에 튀르키예 가지안테프에서 진도 7.7의 강진이 발생했다. 튀르키예 공화국 수립 이후 가장 강력하며 지난 1999년 이즈미트 대지진 이래 가장 큰 사상자·피해액을 기록한 지진으로 세계의 비탄을 자아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첫 지진 발생 후 9시간이 지난 같은 날 오후 진도 7.5의 2차 강진이 옆 지방인 카흐라만마라쉬에서 발생, 피해가 더해졌다. 세계 각국 구호대원들이 튀르키예로 몰려들었다. 이 중에는 곤경에 처한 형제의 나라를 향해 누구보다 뜨거운 가슴으로 달려온 대한민국 구호대원들도 있었다. 70년 전 6·25전쟁 당시 도움을 주었던 튀르키예를 돕자고 달려온 한국 구호대의 천막에 적힌 감사하다는 서툰 한글, 구조대가 떠나는 날 튀르키예 승무원들의 감사 영상으로 비행기 안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전해진 튀르키예였다. 살리 무랏 타메르 주한 튀르키예 대사를 이번 대지진 발생 석달여 지나 서울 중구 장충동1가 튀르키예 대사관에서 만나 재난지역 복구 상황 및 재건사업 등에 대해 들어보았다 [편집자 주].

“안타까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수색 및 구조 작업은 현재 완료됐습니다. 지금은 한 두 도시 정도만 무너진 건물 잔해를 철거하고 있습니다.”

타메르 대사는 이와 동시에 피해 지역의 재건 사업이 계속 진행되고 있다며 “단순히 건물을 다시 짓는 것이 아니라 전기, 가스, 상하수도 등과 같은 도시 기반시설에 대한 복구도 함께 이루어져야 하기 때문에 매우 큰 과제”라고 말했다. 

이번 튀르키예 재난에 많은 한국 기업들과 BTS를 포함한 k-팝 스타들이 기부에 앞장섰다. 한 30대 청년은 6.25 당시 한국 어린이에게 도움 주던 튀르키예 병사의 모습을 70년 뒤 튀르키예 지진 현장에서 튀르키예 어린이를 돕는 한국 구조대원의 모습을 닮은 그림으로 그려 타메르 대사에게 전달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튀르키예 지원에 나서준 많은 한국인들에게 감사를 전합니다. 특히 윤석열 대통령께서 주도적 역할을 맡아주신 점에 감사드립니다. 윤 대통령께서 지진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해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을 직접 찾아주셨습니다. 또한 국회의장님과 외무부·국방부·여성가족부 장관을 포함한 10여명의 장관께서 직접 조문하러 대사관에 방문해주셨습니다. 이 밖에도 한국의 관료, 국회의원 뿐만 아니라 수많은 시민들도 조문에 동참해주셨습니다.”

타메르 대사는 무엇보다 “한국인들이 튀르키예 재난 상황의 마치 자신들의 가족 문제, 자신들의 나라 문제처럼 여기고 있었다”는 점에서 감동을 받았다고 했다. “마치 부산이나 대전, 대구에서 일어난 것처럼요. 한국에서 일어난 일처럼 많은 한국인들이 최대한의 물품과 금전적 지원을 해주셨습니다.”

◆대통령부터 일반 국민까지 모두가 나선 ’형제국 지원‘

얼마나 많은 지원 물품이 주한 튀르키예 대사관에 몰렸던 지 타메르 대사는 “바로 며칠 전까지 튀르키예로 이러한 기부 물품을 보냈다”고 토로했다. 기부 물품이 매우 많아 창고를 두 곳이나 빌려야했으며 한국 기업들에게 도움을 요청해 물품을 튀르키예로 운송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심지어 김치까지 튀르키예로 보내며 한국 사람들은 전 세계 어느 국민들보다도 형제애의 진정한 의미를 보여주었습니다. 좋은 친구와 좋은 형제는 좋은 날을 함께 할 테지만 어려운 날에는 진정한 형제, 진정한 친구만이 곁에 있습니다. 이것이 한국인들이 튀르키예에, 전 세계에 보여준 모습입니다.”

한국과 튀르키예 양국 국민은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른다. 실은 과거 양국은 실크로드를 사이에 둔 머나먼 국가였다. 문화적 차이도 있고, 강력한 동맹 관계도 아님에도 불구하고 양국은 지금 서로를 형제의 나라라고 부르고 있다.

“튀르키예와 한국의 관계는 거의 200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한국인과 튀르키예인은 서로 어울려 살았으며 서로 싸웠던 적이 없어 항상 좋은 관계를 가지고 있었지요.”

그는 “싸운 적 없는 국가들이 형제국이 된 결정적 계기는 한국전쟁”이라고 했다. “1950년대 한국전쟁이 발발, 튀르키예는 약 2만1000명을 파병했습니다. 그 중 996명이 한국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6·25전쟁 당시 16개국에서 파병된 3만6000명이 한국인들의 생명, 자유주의, 민주주의, 자유를 위해 싸우다 목숨을 잃었다.

타메르 대사는 “튀르키예는 영국과 미국 다음으로 가장 많은 희생을 치른 국가”라며 “1950년대 한국은 오늘날의 한국과 전혀 달랐다. 한국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오늘날 세계 10위 이내 경제대국이 돼 거의 모든 나라의 마음과 경제에 강한 인상을 남기게 됐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1950년 한국전쟁이 없었다면 오늘날의 한국을 보지 못했을 것”이라며 “그래서 우리는 모든 나쁜 일에서 좋은 일이 잉태된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그때 한국을 도왔던 일에 대해 매우 기뻐합니다. 한국의 발전에 작은 부분이라도 기여한 것이지요. 우리 뿐 아니라 16개국 모두가요.”

◆지진 때문에 멈칫 했지만 문화·상업 교류 확대 희망

타메르 대사는 문화 교류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양국은 언어 구조가 같은 (우랄·알타이어)계에 속하고 비슷한 단어가 많다는 점, 그리고 존칭어가 있다는 점 등 언어적 유사성을 언급했다. 예를 들면 ‘어머니’를 뜻하는 엄마(eomma)‘란 단어는 튀르키예어의 ’안네(anne)‘와 비슷하게 들리고 튀르키예에서도 한국처럼 집 안에서는 신발을 벗고 바닥에 앉는다고 했다. 튀르키예 전통에서도 바닥에 앉아 존중하고 돌봄을 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부분이란 것이다.

또한 양국이 서로의 국가 방문을 독려하는 한국 방문의 해, 튀르키예 방문의 해 같은 행사를 가져왔으나 몇 년 전부터 코로나 펜데믹으로 인해 그러한 교류가 줄었고 코로나 엔데믹 이후 한국과 문화적·상업적 교류가 잘 진행돼 오다 지진으로 인해 흐름이 끊겼다고 안타까워 했다.

“지진 발생으로 상황이 서너 달 되돌려진 거라 봅니다. 우리는 매우 좋은 길을 걷고 있다고 믿습니다. 올해는 튀르키예 공화국 선포 100주년이기도 하고 한국전쟁 73주년입니다. 그래서 몇몇 밴드, 군악단이 한국에 오고 콘서트를 진행할 예정입니다. 그리고 튀르키예 주재 한국 대사도 아마 다양한 문화 행사 계획을 세우고 있을 것입니다.”

◆세계인의 마음을 파고 드는 한국의 소프트파워

타메르 대사는 지금까지 자신이 지켜본 한국인들은 “용감한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한국에 대한 긍정적 이야기는 항상 있습니다. 그래서 한국을 위해 무언가를 하는 것은 쉽습니다. 그리고 요즘 한국이 어떻게 발전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면, 한국을 좋아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 아닙니다. 한국은 경제대국일 뿐만 아니라 세계에서 주요한 소프트파워 중 하나라고 믿습니다.”

그는 튀르키예인들에게 한류와 한국 화장품, K-팝, K-요리, K-영화 등이 널리 퍼지고 농구의 김연경, 축구의 김민재 등 스포츠 스타들도 친숙하다고 전했다. 특히 BTS는 타메르 대사 딸도 열혈 팬이라고.

세계인의 마음과 가정에 긍정적 방식으로 다가가고 있는 한국 문화는 “매우 강력한 무기 같다”고 그는 표현했다. 

“한국의 기술과 문화는 항상 긍정적입니다. 좋은 TV, 좋은 자동차는 사람들의 생활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사람들의 건강에도 좋은 영향을 줍니다. 한국이 세계인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긍정적이며 그들을 행복하고 건강하게 만듭니다. 이는 매우 존경할 만한 것이며, 한국이 현재 황금기에 들어섰다고 생각합니다.”

◆양국의 경제 협력 강화할 부분 원전, 방위산업

올해는 한-튀르키예 자유무역협정(FTA) 발효 10년차이기도 하다. 2023년 들어 양국 간 교역액은 10년 전에 비해 70% 가량 증가했다고 한다.
 
타메르 대사는 “양국의 무역 규모가 2021년 기준으로 약 80억 달러 규모였는데, 그중 대략 65억 달러는 한국의 대(對) 튀르키예 수출액이고 나머지 15억 달러는 튀르키예의 대 한국 수출액이었다. 튀르키예 수출상들은 65대 15란 격차 큰 상황에 대해 만족스러워 하진 않는다”며 “한국과의 교역 확대를 기대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국 입장에서 매력적으로 여겨질 튀르키예의 산업 분야로 그는 원전과 방위산업을 우선 꼽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진행된 원전 수주와 관련해 한국과 상당히 원할한 협력이 진행됐습니다. 아마 본격 수주에는 3~4개월 정도 기간이 더 걸릴 것으로 예상되지만, 이번 원전 수주는 경제와 정치 분야에서 한국과의 관계 발전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사료됩니다. 이번 원전 수주는 한국과 튀르키예의 관계를 전체적으로 이전과는 다른 수준으로 끌어올릴 것입니다.”

타메르 대사는 관련 기업에 대해선 밝히지 않았지만 “한국 기업에게 매우 큰 프로젝트가 될 것이며 매우 흥미로운 프로젝트일 것”이라며 “튀르키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다.  

방위 산업 관련해서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두 나라에서 활약하며 명성을 떨친 튀르키예산 드론을 협력 대상으로 꼽았다. 

“튀르키예는 무장·비무장 드론 모두 포함해 드론 분야에서 세계 주요 국가 중 하나입니다. 튀르키예 Bayraktar사의 TB2기가 유명합니다. 이 드론은 우크라이나 전쟁, 아제르바이잔 전쟁, 리비아 전쟁 그리고 시리아 전쟁에 투입되며 그 성능을 검증 받았습니다.”

타메르 대사는 “가격도 타사 동급 제품 대비 매우 저렴한 편이고 또한 합동 생산과 기술 이전도 가능하다”며 “현재 35개국에서 튀르키예의 드론을 사용하고 있거나 주문한 상태이며, 최근에는 일본도 시범 운용을 위해 3~4대를 구매한 상태다. 한국이 튀르키예의 드론을 구매한다면 아주 좋은 일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 밖에도 자동차 및 부품, 화학공업, 조선업 등 중공업 산업 분야에서 양국이 협력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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