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한일 상공회의소(상의)가 부산에서 6년 만에 회장단회의를 열고 경제 협력을 복원하기로 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목발을 짚고 등장해 눈길을 끈 가운데 한일 상의는 2025년 일본 오사카·간사이 세계박람회(엑스포) 참여와 2030년 부산엑스포 유치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9일 대한상의에 따르면 이날 부산 해운대구 시그니엘호텔에서 제12회 한일상공회의소회장단회의가 개최됐다. 이번 회의는 2017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마지막으로 열린 이후 6년 만에 성사됐다. 2018년부터는 한일 관계가 경색되고 코로나19 대유행까지 겹치면서 열리지 못했다.
이날 회의에 한국 측 경제인으로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장인화 부산상의 회장과 전국 지역 상의 회장이 참석했다. 5대 그룹 대표로는 박승희 삼성전자 사장, 이형희 SK커뮤니케이션위원회 위원장, 김동욱 현대자동차 부사장, 하범종 LG 사장, 이동우 롯데지주 부회장이 함께했다.
일본 측에서는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과 도라이 신고 오사카상의 회장, 다가와 히로미 도쿄상의 부회장 등이 나왔다. 일본 대기업 대표로는 노모토 히로후미 도큐그룹 회장, 다가와 히로미 JTB 상담역, 이와모토 도시오 NTT데이터 상담역 등이 자리를 채웠다.
한일 상의는 이날 양국이 당면한 과제를 함께 해결하고 경제·문화 교류를 강화하는 공동 성명인 '부산 선언'을 채택했다. 성명에는 국제 질서 변화에 따른 공급망 재구축, 탄소중립, 인공지능(AI) 거버넌스 구축, 디지털화, 스타트업 지원에 협력하고 다른 경제단체와 연계해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검토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한일 상의는 "코로나19 대유행이 수습되고 해외 인적 왕래가 회복되는 가운데 한일 자매도시 등 지방 차원 교류 재개를 추진하고 경제, 관광,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교류를 실현한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대한상의는 2025년 오사카와 간사이에서 열리는 엑스포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성공적인 개최를 돕고 일본상의는 2030년 엑스포 부산 유치를 지원하기로 했다. 오는 11월 국제박람회기구(BIE) 총회에서 부산이 엑스포 개최지로 결정되려면 회원국 3분의2 이상이 출석해 3분의2 이상 표를 얻어야 하는데 한국으로서는 일본의 지지가 필요한 상황이다.
한편 최태원 회장은 왼쪽 다리에 깁스를 한 채 목발을 짚고 나와 참석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최 회장은 최근 테니스를 치다 아킬레스건이 파열되는 부상을 입었다고 전해졌다. 그는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한일 상의 회장단회의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에도 중요한 행사이니 제 모습이 너무 볼썽사납더라도 행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할 수 있게 기원해 달라"고 적기도 했다.
최 회장은 한일 상의 회장단회의에서 인사말을 통해 "회의가 6년 만에 다시 개최돼 매우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일 관계가 중대한 시기를 맞은 가운데 경제 협력을 발전시키기 위해서 민간 부문에서도 적극적으로 움직여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부산엑스포와 관련해 "곧 열릴 오사카·칸사이 엑스포와도 하나의 솔루션 플랫폼으로 연결하고자 한다"며 협력과 지지를 호소했다.
고바야시 켄 일본상의 회장은 최 회장에 위로와 함께 덕담을 건넸다. 그는 "최 회장님의 건강한 모습을 못 뵐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부산에 도착하셔서 안심했다"며 "제가 휠체어를 밀면서 들어오려 했는데 아직 젊으셔서 직접 걸어오셨다, 진심으로 위안을 드린다"고 밝혔다.
한일 관계와 관련해서는 "일본과 한국의 산업계는 상호 보완 관계이고 먹는 것, 입는 것부터 반도체에 이르기까지 공급망이 구축되고 있다"며 "양국 경제계는 더욱 더 끊을 수 없는 긴밀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고바야시 회장은 이어 "오사카·간사이 엑스포, 부산엑스포를 계기로 교류가 활성화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