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댐 붕괴로 드니프로 강이 범람하며 ‘세계의 곡창’인 헤르손 지역의 비옥한 농토 600㎢가 댐 붕괴로 홍수에 잠기자 지구촌 식량난 심화를 우려했다. 그러찮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막히며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어왔다.
해당 댐을 점령 중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포격으로 댐 붕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공개된 여러 정황이 러시아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댐에 비치돼 있던 공업용 기름이 드니프로 강과 농지를 오염시켰다.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밭이 수몰돼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 수복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환경 대학살(Ecocide)’을 일으켰다며 피해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무자비한 홍수는 인재(人災)가 맞다.
유라시아 지역 댐 붕괴로 식량난 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지구촌 반대편 대륙에서는 두달째 캐나다 산불이 대규모로 이어지며 우리나라(남한) 면적 40%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7일(현지 기간) 기준 410여건의 산불 중 240건 가량은 ‘통제불능‘이라고.
그 연기가 국경 너머 미국 동부지역 도시들까지 덮쳐 최악의 대기오염이 발생했다. 특히 뉴욕은 공기질이 9·11테러 당시 붕괴빌딩 분진이 퍼졌을 때보다 더 나쁘자 휴교령을 내리고 시민들의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다른 도시도 휴교령을 내렸거나 학생들의 야외 활동을 금지했다. 이날 뉴욕의 공기질은 공기질 분야에서 악명 높은 인도 델리보다 나빠 점막 약한 이들의 경우 코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니 캐나다 산불 소식도 자비가 없긴 마찬가지다.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화재, 남의 나라 불구경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산불이 잦아진 것도 몇 년 새 일어난 분명한 변화다. 직접 불만 내지 않았지, 지금 북반구에 번지는 산불 역시 사실상 인재인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댐 붕괴처럼 ‘특정 용의자’를 지목할 수 없을 뿐. 댐 붕괴도, 북반구 산불도 결국 같은 인재였다. 고의든 실수든 혹은 무심한 일이든, 인간이 자연에 내지른 일에 대해 자연이 돌려주는 그 대가 역시 언제나 자비롭지 못하다. “No merc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