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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박경아의 환경 잇슈] 'No mercy' 기후 재앙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박경아 논설위원
2023-06-10 08:41:29

우크라이나 댐 파괴·캐나다 화재 통해 '미리 보는' 기후 재앙

'Ecocide'로 비난 받는 댐 파괴…미국 도시들까지 숨 못 쉬게 만든 국경 너머 화재

[사진=박경아 기자]

[이코노믹데일리] “No mercy.” 자비는 없었다. 현지 시간으로 지난 6일 우크라이나 남부 노바 카호우카 댐 파괴로 막대한 홍수 피해를 입은 헤르손. 이곳에서 홍수를 피해 달아나는 피난민을 향한 러시아군의 총탄은 멈추지 않았다. 이 모습을 전한 유로뉴스(Euronews)는 자비는 없었다고 비난했다.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은 댐 붕괴로 드니프로 강이 범람하며 ‘세계의 곡창’인 헤르손 지역의 비옥한 농토 600㎢가 댐 붕괴로 홍수에 잠기자 지구촌 식량난 심화를 우려했다. 그러찮아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이 막히며 유럽과 아프리카 등지에서 심각한 식량난을 겪어왔다. 

해당 댐을 점령 중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포격으로 댐 붕괴가 발생했다고 주장했으나 이후 공개된 여러 정황이 러시아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있다. 댐에 비치돼 있던 공업용 기름이 드니프로 강과 농지를 오염시켰다. 러시아군이 설치한 지뢰밭이 수몰돼 언제 어디서 터질 지 모르게 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의 영토 수복을 어렵게 만들기 위해 ‘환경 대학살(Ecocide)’을 일으켰다며 피해 복구에 수십 년이 걸릴 수도 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 무자비한 홍수는 인재(人災)가 맞다.

유라시아 지역 댐 붕괴로 식량난 심화를 걱정해야 하는 지구촌 반대편 대륙에서는 두달째 캐나다 산불이 대규모로 이어지며 우리나라(남한) 면적 40% 가량이 피해를 입었다. 7일(현지 기간) 기준 410여건의 산불 중 240건 가량은 ‘통제불능‘이라고.

그 연기가 국경 너머 미국 동부지역 도시들까지 덮쳐 최악의 대기오염이 발생했다. 특히 뉴욕은 공기질이 9·11테러 당시 붕괴빌딩 분진이 퍼졌을 때보다 더 나쁘자 휴교령을 내리고 시민들의 외출 자제와 마스크 착용을 요청했다. 다른 도시도 휴교령을 내렸거나 학생들의 야외 활동을 금지했다. 이날 뉴욕의 공기질은 공기질 분야에서 악명 높은 인도 델리보다 나빠 점막 약한 이들의 경우 코에서 피가 날 정도였다니 캐나다 산불 소식도 자비가 없긴 마찬가지다. 
 

전날 우크라이나 남부 헤르손주 카호우카 댐 붕괴 뒤 물에 잠긴 헤르손 거리의 7일(현지시각) 모습. [사진=연합뉴스]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언론들은 올해 캐나다를 비롯해 시베리아 등 지구 북반구에서 대규모로 발생하고 있는 대규모 산불 원인으로 기후변화를 꼽았다. 지구 온난화로 북반구 대기에 흐르는 제트기류의 속도가 떨어져 열이 한 곳에 고이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만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불이 발생하면 그 열기가 제트기류를 따라 빠져나가지 못해 그 뜨거운 공기가 열돔에 갇혀 지표면을 고온건조하게 만들어 대규모 산불이 발생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캐나다 뿐만 아니라 러시아 시베리아, 미국 캘리포니아 등지에서도 올 봄 섭씨 40도가 넘는 고온이 이어지며 대규모 산불이 발생하고 있다.

기후변화, 지구 온난화로 인한 화재, 남의 나라 불구경만은 아니다. 우리나라 산불이 잦아진 것도 몇 년 새 일어난 분명한 변화다. 직접 불만 내지 않았지, 지금 북반구에 번지는 산불 역시 사실상 인재인 것이다. 다만 우크라이나 댐 붕괴처럼 ‘특정 용의자’를 지목할 수 없을 뿐. 댐 붕괴도, 북반구 산불도 결국 같은 인재였다. 고의든 실수든 혹은 무심한 일이든, 인간이 자연에 내지른 일에 대해 자연이 돌려주는 그 대가 역시 언제나 자비롭지 못하다. “No merc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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