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최근 미국 소재 연료전지 자회사인 하이엑시엄(前 두산퓨얼셀 아메리카)에 1억5000만 달러(약 1963억원) 규모로 투자를 유치했다. 하이엑시엄은 두산이 지난 2014년 미국 '클리어엣지파워(ClearEdge Power)'를 3240만 달러(430억원)로 인수해 설립된 회사다.
두산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한 자금은 하이엑시엄 연구개발(R&D)와 설비 투자·증설 등을 위해 사용할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두산은)원천 기술도 보유하고 있고 수소 생산부터 유통과 활용에 이르기까지 수소 경제를 전부 아우를 수 있는 밸류체인(가치사슬)을 구축했으며 점차 더욱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두산은 미국 수소 시장 선점에 본격적으로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하이엑시엄은 올해 초 뉴욕 JFK 공항 연료전지 공급 계약을 맺었다. 특히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연료전지가 수혜 대상에 포함되면서 하이엑시엄은 앞으로 세액공제 혜택을 받을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업계는 이전 정부의 탈석탄·탈원전 정책으로 경영난을 겪었던 두산이 수소 사업에 회사 명운을 걸고 있다고 분석한다. 두산은 수십년 동안 석탄을 중심으로 사업을 영위해 왔다. 그런데 최근 대두된 저탄소 기조에 맞춰 대대적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오히려 분위기를 반전시키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두산은 대규모 투자에도 불구하고 재무 구조도 안정적인 편이다. 두산은 올해 1분기(1~3월)에 전년(2022년) 대비 부채비율과 순차입금 규모를 대폭 줄인 데 이어 충분한 현금도 보유한 상태다. 지난해 8월 두산은 두산에너빌리티 지분 4.47%를 블록딜로 매각해 6200억원 가량의 현금을, 지난달에는 두산에너빌리티가 두산밥캣 지분 일부를 팔아 현금 약 2800억원을 확보했다.
일각에서는 박정원 회장이 사실상 두산그룹 '경영 정상화'에 성공했다는 점에서 그의 리더십이 빛났다는 평가도 나온다. 박 회장은 신사업 체계를 더욱 공고히 하면서도 계열사 실적 개선도 성공적으로 이끌어 냈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박 회장은 올 초 신년사를 통해 "우리가 잘 준비돼 있다는 사실에 자신을 갖고 미래의 기회를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처럼 '뉴 두산'을 위해 고삐를 죌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