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현대차그룹에 따르면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 7일(현지시간) 아일랜드 킬데어주 레익슬립에 있는 글로벌 반도체 기업 인텔의 아일랜드 캠퍼스를 방문해 자동차 반도체 공급망 확충에 직접 나섰다. 1989년 가동에 들어간 아일랜드 캠퍼스는 유럽 내 핵심 기지 역할을 하고 있다.
정 회장은 앤 마리 홈즈 인텔 반도체 제조그룹 공동 총괄 부사장의 안내로 '팹24'의 '14나노 핀펫(14FF)' 공정을 살피고, 인텔의 반도체 생산과 공급망 관리 프로세스를 살폈다. 현대차는 해당 공정을 활용해 현대차 표준형 5세대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제네시스 G90, 기아 EV9의 첨단 운전자 지원시스템(ADAS)에 탑재되는 중앙처리장치(CPU)를 생산·공급하고 있다.
정 회장의 이번 행보는 자율주행 고도화로 자동차 생산에서 반도체 역할이 확대되는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현대차그룹의 고성능 반도체 칩 확보는 현대차와 자율주행 전문 자회사 '포티투닷'이 추진 중인 자율주행 서비스, 독자적 소프트웨어 개발 등 미래 자율주행 주도권 선점이 달렸다.
앞서 정 회장은 지난 1월 기존 자동차 산업을 뛰어넘어 자율주행을 비롯한 새로운 영역으로 확장할 계획이라고 천명했다. 당시 그는 "국내에서 고속도로 자율주행(레벨3)이 가능한 차량을 출시하고, 북미에서는 레벨4 기술이 탑재된 로보택시 상용화를 실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대차는 자율주행 레벨3 사양인 고속도로주행파일럿(HDP) 기술을 올 연말 기아의 대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델 EV9 GT라인부터 적용할 방침이다. 이어 내년 초 제네시스 대형 세단 G90 HDP 탑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와 함께 현대차그룹은 포티투닷과 미국 자율주행차 업체 앱티브와 설립한 합작법인 '모셔널' 등 기업 간 협업을 통해 완전 자율주행 상용화에 집중하고 있다.
모셔널은 올해 말부터 미국에서 우버 등 차량공유기업과 손잡고 운전자가 개입하지 않는 레벨4 '아이오닉5 로보택시'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글로벌 주요 지역으로 로보택시 사업을 본격적으로 확대할 방침으로 싱가포르에서 시범 운영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는 포티투닷이 완전 자율주행 서비스를 대중에게 선보이고 있다. 자체 개발한 자율주행 레벨4 기술이 적용된 버스 '로보셔틀'을 지난 5일부터 운행하면서 실증에 나섰다.
아울러 포티투닷은 지난 3일 국내 차량 관제 시스템(FMS) 기업인 '유비퍼스트대원'을 인수해 데이터 기반 자율주행 작업에도 착수했다. FMS는 원격으로 차량을 관리·제어하는 시스템으로 자율주행 시대의 필수 기술로 꼽힌다. 또 운전자의 습관이나 차량 운행 중 발생하는 모든 데이터를 모으고 분석해 적절한 서비스를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