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햇반 납품가 문제로 시작된 CJ제일제당과 쿠팡의 힘겨루기가 격화되면서 경쟁사와 소비자는 표정관리에 들어간 모습이다. 쿠팡은 CJ제일제당의 여러 빈자리를 중소·중견 식품업체 제품으로 채우고 있고, 양측 간 갈등이 ‘마케팅 전쟁’으로 확산하면서 소비자 이익 관점에도 좋은 양상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쿠팡은 중소·중견 기업과의 상생을 강조하며 대체상품을 적극 띄우고 고객 이탈을 막기 위한 유료 멤버십 강화에 나서고 있다. 소비자 입장에서 이는 각종 할인 혜택이 늘어나는데다 선택의 폭이 넓어지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다. 몰라서 못 샀던 상품까지 구매하게 되면서 중소기업이 새 시장을 형성하는 요인으로도 작용하고 있다.
쿠팡 앱에서 ‘즉석밥’을 검색하면 각종 상품들이 줄지어 뜬다. 하림 ‘The 미식’, 오뚜기 ‘맛있는 오뚜기밥’, 동원F&B ‘쎈쿡’, 쿠팡 자체 브랜드(PB) ‘곰곰’까지 다양하다.
쿠팡에 따르면 올해 1~5월까지 즉석밥 부문 상위권은 중소 기업이 차지했다. 가장 큰 성장세를 보인 업체는 유피씨로 올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1만410%에 달하면서 100배 이상의 성장세를 기록했다. 쿠팡의 곰곰 즉석밥과 자체 제조 즉석밥인 ‘우리집 밥’을 생산하는 중소기업 시아스는 7270% 신장했다.
햇반의 대표적인 경쟁사인 오뚜기의 오뚜기밥도 올해 들어 쿠팡 내 판매량이 지난해 대비 약 180% 늘어났다. 오뚜기밥은 지난 2018년 약 1200억원, 2020년 2200억원, 지난해 235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중이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7월 기준 국내 즉석밥 시장 점유율은 CJ제일제당의 햇반이 66.9%로 1위, 오뚜기의 오뚜기밥이 30.7%로 2위다. 쿠팡에서의 매출 변화가 시장점유율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즉석국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교동식품의 상반기 판매가 전년 동기 대비 60%가량 증가했다. 경쟁이 치열한 냉동만두 부문에서는 중소기업 취영루가 전년 동기 대비 61% 성장했다.
밀가루, 부침 카테고리는 대한제분과 광천우리밀이 각각 98%, 41.6%로 크게 성장했고, 김 카테고리에서는 풀무원식품, 광천김, 순수해작, 자연향기 등의 순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호조가 이어지면서 덩달아 쿠팡의 올해 1분기 식품 판매액(신선식품 제외)도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났다. 쿠팡은 앞으로도 중소, 중견기업과 함께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 나간다는 입장을 밝혔다. 반쿠팡연대로 연일 쿠팡을 자극하는 CJ제일제당이 빠져도 손실이 크지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쿠팡 관계자는 “판로 확대가 절실한 중소·중견 식품업체와 협업을 강화해 이들의 매출 증진과 일자리 창출 기회를 늘리고, 고물가 시대에 고객이 ‘와우(WOW)’할 수 있는 품질의 식품을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