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일주일에 이틀뿐인 꿀 같은 주말, 직장인들이 재충전하는 시간에도 산업 일선은 분주히 움직인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소식이 쏟아지는 요즘, <뷰파인더>는 바쁜 일상 속에 스쳐 지나간 산업계 뉴스를 꼽아 자세히 들여다 본다.
많은 직장인이 삼복(三伏) 중 초복과 중복을 지내며 여름휴가 계획 세우기에 여념이 없다. 기업에게 7월은 상반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하반기를 시작하는 때다. 또한 재무적 성과 이외에도 환경·사회적 성취를 담은 연례 보고서가 가장 많이 나오는 시기다.
이달 들어 지속가능경영 보고서를 발간한 주요 기업이 강조한 키워드는 '탈(脫)탄소'인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각 기업에 따르면 지난달 말 LX세미콘과 삼성SDI를 시작으로 이달에는 금호석유화학,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한국타이어), 두산퓨얼셀, 롯데케미칼, SK이노베이션, 포스코홀딩스, LG화학, 두산에너빌리티 등 굵직한 기업이 해당 보고서를 내놨다.
보고서 명칭은 경영 이념이나 방침에 따라 조금씩 달랐다. 몇 년 전부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이 유행처럼 번지면서 'ESG 보고서(한국타이어)' 또는 'ESG 리포트(SK이노베이션, 롯데케미칼 등)'로 이름을 정한 곳이 많았는데 전혀 다른 이름을 붙인 기업도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재무·비재무 성과를 함께 담았다는 의미로 '통합 보고서'를 냈고, 포스코홀딩스는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 취임 이후 줄곧 강조해 온 '기업시민'을 제목에 담았다.
구성도 차별화했다. SK이노베이션은 투자자와 ESG 평가기관, 시민단체로부터 의견을 받아 보고서를 개선해 왔다. 올해는 연간 단위 목표와 실적을 추가하고 글로벌 공시 기준을 적용, 정보 공개 범위를 넓혔다. 구체적으로 SK그룹의 '파이낸셜 스토리'를 실행하는 방안인 '그로스(G·R·O·W·T·H)'를 세밀하게 소개하며 ESG 경영 이행 정도를 쉽게 알 수 있게 했다.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서 표준인 'GRI 2021'의 개정 사항을 반영한 점도 바뀐 요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수소터빈과 소형모듈원자력발전(SMR), 해상풍력발전 등 신사업 성과를 한 눈에 볼 수 있도록 달력 형식으로 정리한 '2022 비즈니스 캘린더'를 수록해 눈길을 끌었다.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도 한층 풍부하게 공개해 사업장에서 직·간접적으로 배출하는 온실가스뿐 아니라 '스코프 3'에 해당하는 공급망 전체 배출량까지 정리했다.
LG화학은 762개 협력사가 진행한 ESG 평가를 토대로 도출한 현장 개선 과제를 실었다. 이 회사는 탈탄소 공급망 실현을 목적으로 협력사 가운데 6곳을 선정해 총 17억원을 지원설비를 교체하고 사업장 환경을 개선했다. 특히 국내 생산 제품에 대해 원료부터 제조까지 단계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정량 평가함으로써 탈탄소 성과와 개선점을 일목요연하게 담았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16번째 보고서를 발간하며 전반적인 내용을 개편했다. GRI 2021을 반영했을 뿐 아니라 기업 경영 활동이 환경·사회에 미치는 영향과 그 반대 영향을 함께 분석하는 이중 중대성 평가를 함께 시행해 결과를 소개했다. 자원 순환 사업인 '프로젝트 루프(Loop)' 성과와 친환경 제품을 소개한 점도 눈에 띈다.
포스코홀딩스는 지주회사 체제 전환 이후 처음으로 기업시민 보고서를 발간했다. 지주사를 포함해 포스코,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퓨처엠 등 7개 사업회사의 ESG 데이터를 표준화해 그룹 차원으로 통합 검증한 게 특징이다. 또한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한 수해를 복구하는 과정을 소개하며 기후변화에 따른 물리적 리스크를 분석·평가해 '스페셜 페이지'로 구성했다.
기업이 내놓은 보고서마다 이름과 구성에는 차이가 났지만 탄소 배출량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만큼은 닮았다. 탄소가 기후변화 주범으로 지목된 이후 세계적 캠페인인 RE100이 국제 규범으로 자리 잡는 등 실질적인 탄소 감축 성과를 알릴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기업 관계자는 "단순히 탄소를 얼마만큼 줄였다가 아니라 어떤 목표를 세웠고 이를 얼마나 달성해 나가는지 효과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고민이 있다"며 "정보를 숨기기보다는 솔직하게 보여줌으로써 회사 이미지를 제고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