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믹데일리] 류진 풍산그룹 회장을 새 수장으로 맞이하는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에 삼성·SK·현대자동차·LG 등 4대 그룹이 다시 합류할지 관심이 모인다. 결국은 이들이 전경련 복귀를 결정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지만 시점과 관련해서는 엇갈린 전망이 나온다.
전경련은 오는 22일 임시총회를 열고 명칭을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로 바꾸고 류 회장을 새 회장에 추대한다. 8일 재계에 따르면 4대 그룹의 전경련 복귀 가능성은 높은 상황이다. 취임을 앞둔 류 회장으로서는 글로벌 재계 싱크탱크로서 한경협 토대를 닦는 한편 전경련이 오랜 기간 비판을 받아 온 정격유착을 막아야 할 책임을 떠안게 됐다.
4대 그룹 복귀와 관련해 지금까지 가장 유력한 방안은 전경련이 산하 연구기관인 한국경제연구원(한경연)을 흡수 통합함으로써 회원 자격을 승계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4대 그룹은 전경련 가입 시점은 물론 복귀 여부에 대해 말을 아껴 왔다. 전경련은 최근 4대 그룹에 공문을 보내 한경협 동참을 요청했다고 알려졌다. 공식적으로 답변을 보내온 곳은 없지만 내부적으로 검토에 착수할 전망이다.
만약 4대 그룹이 전경련 재가입을 결정하더라도 류 회장이 임기를 시작하는 22일에 맞춰 4대 그룹이 함께 한경협에 들어갈지 시간차를 두고 천천히 들어갈지는 미지수다.
우선 삼성은 삼성전자를 비롯한 7개 계열사의 준법 경영을 감시하는 준법감시위원회가 동의해야 한다. 정확하게는 계열사별 이사회 논의에 앞서 '한경협에 가입해도 좋다'는 방향으로 자문이 이뤄져야 한다. 삼성 준법감시위가 예정된 정례회의 일정보다 빨리 임시회의를 열어 한경협 가입을 전제로 정경유착 방지책 마련 등 권고를 내놓을 가능성도 점쳐진다.
삼성은 2016년 전경련을 탈퇴하기 전 삼성전자와 삼성SDI, 삼성생명, 삼성화재, 삼성증권 등이 회원사로 있었다. 현재 이들 계열사는 한경연 회원으로 남았다. 이들 계열사는 준법감시위 권고에 따라 각각 이사회를 열어 한경협 참여 여부와 회비 수준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전경련은 임시총회에서 명칭 변경안과 더불어 한경연 통합과 회원사 승계 안건을 논의한다. 각 계열사가 임시총회 전까지 회원 자격 승계를 희망한다는 뜻을 전하지 않을 땐 4대 그룹의 한경협 합류는 류 회장 취임 이후로 미뤄진다.
재계에서는 대정부 소통 창구 역할이 강했던 과거와 달리 새롭게 출범할 한경연이 '싱크탱크형 경제단체'를 표방하는 만큼 4대 그룹 복귀 명분이 생겼다고 보고 있다.
애당초 4대 그룹이 잇따라 전경련을 탈퇴한 직접적인 원인은 박근혜 정부 국정농단 사태 핵심으로 지목된 K스포츠재단에 대규모 출연금이 전달됐다는 것이었다. 전경련은 당시 자금의 통로 역할을 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김병준 전경련 회장 직무대행이 발표한 혁신안은 조사·연구 기능을 강화하고 내부에 윤리위원회 같은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정경유착 가능성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4대 그룹의 한경협 참여가 점차 가시화되면서 류 회장의 어깨도 한결 무거워졌다. 전경련은 류 회장에 대해 "한경협이 글로벌 싱크탱크이자 중추 경제단체로 거듭나는 데 리더십을 발휘할 적임자"라고 강조했다. 내부적으로는 혁신안 내용 중 흐지부지됐다고 평가받는 내부 통제 기능 강화를 추진할 필요성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