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취재진과 접촉한 한 초등학교 교사 염모(29·여)씨는 학부모 민원이 쌓이고 쌓여 아동학대 고소로 이어진다고 토로했다. 일선 학교는 물론 교육당국으로서 지역 교육청조차 교사 기본권, 교권(敎權) 보호에 사실상 손을 놓고 있다며 한숨부터 내쉰 염씨. 그는 '힘 없는' 교사 스스로 방어할 최후의 수단으로 '교권 보험'에 가입할 의사를 밝혔다.
서울 서이초 교사의 안타까운 사망 소식을 접하면서 염씨는 교권 보험에 더욱 관심을 가졌지만, 동료 교사 사이에서는 그 실효성을 두고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보험 가입자는 늘어도 정작 보호 수단으로 보상받기 어려워서다. [관련 기사 : 본지 [유명무실 교권 보험] ①반짝 인기 이목 쏠려도…침해 인정 '별따기' 수준]
염씨는 국회와 교육부가 교사 보호 관련 법을 개정해야 교권 보험도 순차적으로 제 기능을 발휘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우선 '교사의 기본권 보호', '무리한 아동학대 고소 문제 해결', '무분별 신고 방지', '학교폭력예방법 정비' 등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바닥에 떨어진 교권 침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지만 관련 보험에 대한 논의는 지지부진하다는 비난이 거세다.
보험이 효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진상 조사의 첫 단계인 교내 교권보호위원회(교보위)를 둘러싼 교사들 볼멘소리도 끊이질 않는다. 학부모 민원 제기로 정작 학교에서 교사 입장을 듣기보다 쉬쉬하며 회유에 나서거나 입소문 단속에 급급해하는 실정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또다른 초등교사 박모(31·여)씨는 "교권 보호 관련 사보험에 가입해도 학교와 교육청의 미온적 태도는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보험 가입 교사가 많아진다는 것 자체가 슬픈 일"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씨는 교보위에서 교권 침해 사례를 인정하기는커녕 회의 자체가 열리기 어려운 현실을 꼬집었다. 본인이 근무하는 학교는 물론 인근 지역 교사들에 따르면 학부모 민원 발생 시 별다른 절차 없이 교사와 학부모가 직접 해결하는 식으로 유선 통화를 종용한다는 설명이다.
그는 "학부모가 느닷없이 학교를 찾아와 소동을 피우는 경우가 많아 교보위를 여는 일도 학교 측에서 꺼리는 것"이라며 "교권 침해 범위를 명확히 하고 인정 범위를 넓히는 등의 개선부터 해야 (교권 보험으로 얻는) 효과도 커지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초등 임용 5년차 이모(30·여) 교사는 수업 도중 한 학생이 지적을 받자 물건을 던지는 등 위협을 받은 순간만 떠오르면 지금도 심장이 터질 것만 같다고 하소연했다. 취재진과 교권 보험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부터 부담이 된다며 운을 뗀 그는 당장이라도 보험에 가입할 뜻이 있다고 했다.
특히 해당 보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의견에 이씨는 "교육부와 교육청부터 적극적인 교권 보호를 하지 않으니 사보험을 통한 보상도 어려운 것이라고 본다"고 언급했다.
이씨 동료 교사인 김모(30·여)씨는 이미 교권 보험에 가입한 상태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변호사 선임이나 추후 상담 등을 받을 때 금전적 도움이라도 받을 수 있을 것 같아 가입했다는 김씨는 "공적 제도 자체가 허술하니 문제가 생기더라도 정부 차원에서 보호받기가 어렵고 교사들 개인적으로 방어책을 찾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이들 교사는 정부 차원의 근본적 해결책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서이초 사망 사건 이후 각계 관심도는 높아졌지만 여전히 관련법 개정과 보험 개선 등 진척은 보이지 않는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
이런 가운데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는 지난 8일 교권 확보를 위한 종합대책을 논의하며 적극적인 행보를 예고했다. 협의회는 현행 아동학대범죄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초·중등교육법 개정을 요구했다.
무엇보다 교사가 아동학대로 신고됐을 시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다면 학대로 보지 않도록 법에 명시해야 한다며 구체적인 요구 사항을 정부 측에 전달했다.
협의회는 "악성 민원 방지를 위해 무고성 교육활동 침해 가해자에 대한 조처를 의무화하고 교사 인권 침해 수준의 방해에 대해서 사후 형사 조처를 할 수 있도록 법령에 명시해야 한다"며 "교육지원청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해 교원 피해 보상·법률 지원 확대 등의 정책 강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협의회 측은 조만간 행동 강령을 마련하고 이달 내 관련법을 개정하는 데 총력을 기울일 것이라고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