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복현 금감원장이 키를 쥔 3대 사모펀드(라임·옵티머스·디스커버리) 사태 재조사와 관련, 금융당국 태스크포스(TF)팀은 30일 현재 디스커버리 펀드를 둘러싼 직전 제재 현황 등을 검토 중이다. 금감원은 당장 다음달부터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사를 겨냥한 전면 재검사에 착수한다.
이번 조사 최대 쟁점은 디스커버리 펀드 취급 과정에서 드러난 특수목적법인(SPC)의 '돌려막기' 혐의에 관한 점이다. 당국은 지난 2019년 투자처인 한 SPC의 자금 부족으로 3개 펀드 상환이 어렵게 되자 또 다른 SPC 자금으로 돌려막기를 한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전해졌다.
돌려막기용에 투입된 투자금은 272억원 규모로, 펀드 운용사로서 디스커버리 측은 펀드 상환 목적임을 감춘 채 허위 기재한 투자제안서로 투자자를 끌어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아울러 △직무관련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사익 편취 △펀드 자금 횡령·배임수재 등 혐의도 함께 확인됐다.
특히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동생인 장하원씨가 운용한 펀드로 알려진 디스커버리 펀드는 기업은행을 비롯한 3개 은행·9개 증권사가 판매했다. 미국 개인 간 거래(P2P) 대출 채권이 안전하다고 믿었던 해당 투자자들은 2600억원 규모의 환매 중단 사태에 직면했다.
환매 중단에 따른 투자자 피해 발생은 현재진행형이다. 금감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주경 국민의힘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22년 7월까지 환매 중단된 사모펀드 투자자는 총 1만3176명, 판매 잔액은 5조159억원이다. 이 중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는 1278명, 판매 잔액은 2612억원에 이른다.
이런 가운데 기업은행 관련 직전 징계와 사법적 조치는 솜방망이 수준에 그쳤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앞서 기업은행은 디스커버리 펀드 판매 등에 관한 책임을 물어 업무 일부정지 및 과태료 47억1000만원 등을 받았다. 기업은행 계열사인 IBK투자증권은 기관 경고와 과태료 12억7000만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당국에 접수된 사모펀드 분쟁 민원은 2604건·잔류 민원은 1055건인데, 디스커버리 펀드를 둘러싼 잔류 민원은 라임 펀드(228건)에 이어 두 번째(121건)로 많은 실정이다.
지금까지 전달된 배상액이 기대 이하라는 볼멘소리도 터져나온다. 금감원 분쟁조정위원회 결과 디스커버리 펀드 투자자는 손해액의 40~80% 수준 손해배상을 받게 됐는데, 해당 액수는 판매사의 불완전판매 정도에 따라 책정됐다. 하지만 투자자들이 받은 배상액은 피해액의 절반도 채 미치지 못한 47.5%에 불과하다.
디스커버리 펀드에 연루된 대다수 인물이 면죄부를 받은 점도 여전히 논란거리다. 지난해 12월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3부(이상주 부장판사)는 디스커버리자산운용 장 대표에게 "공소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 판결을 내렸다.
장 대표와 동일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모 투자본부장, 김모 운용팀장, 디스커버리자산운용 법인 등에게도 모두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재판부는 △판매된 채권펀드의 기초자산 부실 인지 여부 △미국 현지운용사 실사 당시 환매 중단 가능성 인식 여부 △투자금 상환 목적에서 신규 투자금으로 돌려막기 했다는 의혹 등을 전부 무죄로 판단했다.
업계 관심은 검사 출신 이 원장이 이끄는 금감원이 라임 펀드에 이어 디스커버리 펀드 재조사에서도 '급'이 다른 새로운 위법 사실을 추가 포착할 것인가에 집중된다. 기업은행 수장 김 행장이 판매처 총책임자로서 이미지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평이 나오는 이유다.
기업은행 측은 이에 관해 공식 입장이 없는 상태로 추후 당국 조사에 성실히 임한다는 원론적 답변을 전했다. 금감원은 디스커버리 펀드 운용과 관련한 위법 행위가 새롭게 발견된 만큼 신속한 검사에 착수할 뜻을 강조했다.
또 다른 판매 은행이나 증권사가 검사대에 오를 지도 관전 포인트로, 금감원은 기업은행 검사를 우선 시행할 것을 재차 언급했다.
함용일 금감원 부원장은 "검사 등을 통해 (새로운 혐의를) 확인할 수 있다면 (라임·옵티머스 사례처럼) 원천적으로 계약을 취소하거나 손해보상비율을 높이는 방식으로 분쟁조정이 있을 수 있다"고 밝혔다.
한편 디스커버리 펀드를 취급한 대신·신영·하이투자·한국투자·NH투자·신한투자증권·신한은행 등 다른 금융사 제재는 아직까지 전무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