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생명의 5번째 매각 시도는 긍정적인 분위기로 최대주주인 산업은행이 직접 증자에 참여하는 등 매각 의지가 남다른 모습이다. 또 비은행 부문 강화에 공들이고 있는 함영주 하나금융 회장의 인수 의지도 상당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강석훈 산업은행 회장은 지난 6월 취임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에서 "KDB생명은 매각 도전만 5번째지만 이번에는 과거 시도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고 말했다. 이어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5월에는 75% 무상감자로 자본금을 낮추고 이월결손금을 축소했다"고 언급하며 강한 자신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KDB생명은 자본확충이 최대 걸림돌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KDB생명의 신 지급여력비율(K-ICS·킥스)은 67.5%로 금융당국 권고 비율보다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당국은 킥스 비율이 150%를 넘도록 권고한다. 만일 킥스 비율이 100%를 미달하면 적기시정조치를 하고 있다.
이에 산업은행은 KDB생명의 자본확충을 위해 적극 나섰다. 지난 5월 KDB생명이 2160억원 상당의 신종자본증권을 발행했을 당시 전량을 인수하는가 하면 8월에는 1425억원 유상증자를 단행했다.
아울러 최대 3000억원의 대규모 유상증자 참여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KDB생명의 재무 건전성은 개선되고 하나금융이 KDB생명 인수 후 투입해야 하는 자금 부담도 줄어들게 된다.
이와 함께 산업은행과 하나금융은 KDB생명 매각가를 1000억원 수준에서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당초 2000억원대로 전망됐던 것보다 매각가가 낮아지면서 하나금융의 KDB생명 인수에 훈풍이 불 것이란 전망이다.
함영주 회장이 오는 15일까지 국제통화기금(IMF)·세계은행(WB) 연차총회에 참석하는 만큼 빠르면 이달 중순, 늦으면 다음 달 중으로 최종 인수 여부를 결정지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이 KDB생명을 인수하게 되면 그룹 내 생명보험 계열사인 하나생명과 KDB생명을 합친 자산 총액만 약 23조원 규모다. KDB생명 올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577억원으로 하나생명(131억원)의 4배 수준에 달한다. 합병 시너지까지 계산했을 때 업계 10위권 내에 안착하는 생보사를 보유했다는 효과를 볼 수도 있다.
다만 무리한 인수는 피하겠다는 의견도 있다. 양재혁 하나금융 최고전략책임자(CSO)는 지난 7월 상반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KDB생명 관련해 논바인딩(Non-binding·비구속적) 형태의 투자의향서를 낸 상태"라며 "대상 매물이 자체 경쟁력이 있어야 하고 그룹 내 시너지 창출까지 고려해야 투자나 인수합병도 가능하다"고 말했다.